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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19. 2023

크리스마스 타일

겨울에 필요한 마음에 관하여

아이들은 더이상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나의 어린 아들도 언젠가부터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할아버지는 늙은 사람이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물은 엄마, 아빠가 사주는 거라고. 이미 몇 년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알면서도 속아준 것이라 했다. ​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 것이 산타할아버지가 한 사람이면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할아버지인 상태로 그대로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수년 전에도 할아버지였고 올해도 내후년에도 할아버지로 남아 있는 존재이니 말이다. ​


12월은 무언가가 사라지는 달이다.​


한 해가 소멸로 향해 가는 달. 언젠가부터 그런 12월에 자리하고 있는 크리스마스가 그 자체로 선물이나 축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아직 축하할 일들과 기쁘고 행복할 날들이 한 해의 끝자락에 남겨져 있다고. 크리스마스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지 않으냐고. 거리는 색색의 전구로 장식되어 환하게 반짝거리고 그 반짝임이 거리를 지나가는 이들의 일년의 시간을 밝혀주고 있지 않으냐고. ​


‘크리스마스’가 되면 해마다 떠오르는 삶의 어떤 순간에 자리하고 있는 풍경의 조각들이 있다.​


어린시절, 과자나 간식 따위에 홀려서 처음 발을 들였던 동네의 작은 교회에서 (요즘 교회에서도 그런 것으로 아이들을 홀린다) 크리스마스에 보여줬던 예수 탄생의 이야기가 담긴 인형극이나 어린시절 양말을 놓아두고 자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갈 거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머리맡에 양말을 놓아두고 설레는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던 날의 기억 같은 것들​.


양말이 너무 작아 선물이 들어가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걱정하지 말라며 아버지가 껄껄껄 웃음을 터뜨리던 풍경 같은 것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던 날의 기억. ​


그런 기억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닳아 없어지지 않고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특정한 때가 되면 꺼내어진다.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삶의 장면들이 그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또 지나온 날을 되돌아 보게도 한다.​


사라진 줄 알았지만 아주 사라지지는 않은. 어떤 감정들과 그 감정의 색깔이 뚜렷하게 손에 잡힐 것처럼  때때로 다시떠오르기도 한다. ​


김금희 작가의 크리스마스 타일은 그렇게 삶의 어느 한 순간에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기억과 그 기억들이 꺼내놓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소설집에 실린 몇 편의 소설은 릿터에서 접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천천히 다시 읽었다. ​


이야기가 이야기끼리 포개지는 부분. 딱 맞는 퍼즐 조각을 찾아가는 것 같은 재미가 있는 연작 소설집이었다.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크리스마스에는, 305쪽) _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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