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Feb 02. 2023

시간의 궤적을 따라 흐르는 영화의 말들_뒤라스x고다르

영화에 관한 사유

말은 생각을 담는다. 그래서 어떤 마음이나 생각은 말하기로 인해 더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도 한다. 말이 드러내는 생각의 윤곽. ​


두 명의 영화 감독이 간헐적으로 만나 나눈 대화가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마르그르트 뒤라스와 장 뤽 고다르의 대화. ​


고다르는 이미지를 쫓아가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상상 속에서 먼저 본 어떤 것을 영화로 만들며 이미지 속에서 의미를 창조해내길 원한다. 그는 이미지를 통해 침묵 속에서 말하고 싶어한다.​


뒤라스는 정반대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를 필요로 한다. 그는 텍스트가 이미지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


이 책을 읽으며 뒤라스는 글을 쓰기도 하는 사람이어서 텍스트에 무게를 더 놓고 고다르는 영화 감독이라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위해 텍스트를 필요로 한다고 느꼈다. ​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며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뒤라스 : 나는 쓰여진 것이라 부르지, 텍스트 또는 쓰여진 것.


고다르 : 어느 쪽이든, 이미지는 그걸 좀 필요로 하지요…


뒤라스 : 나는 스크린에 두 가지가 필요하다네. 내가 “말의 진폭”이라 부르는, 방해할 수 없는 것이지. 대개 모든, 거의 모든 이미지는 텍스트를 방해하네. 내가 바라는 건, 텍스트가 지나가는 걸 내버려두는 무엇일세. 내 모든 문제는 그것과 관계되어 있지.


뒤라스x고다르 대화, 18-19쪽. 신은실 옮김


이미지에 비해서, 사람들은 이야기하기를 선호하지요, 쉽게 이야기하기를요.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저의 공포는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저는 이야기할 줄 모르지만 보여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걸 배우거나, 혹은 저 자신 안에 있는 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겠죠.


고다르의 말 _뒤라스x고다르 대화, 176쪽. 신은실 옮김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타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