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사유
말은 생각을 담는다. 그래서 어떤 마음이나 생각은 말하기로 인해 더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도 한다. 말이 드러내는 생각의 윤곽.
두 명의 영화 감독이 간헐적으로 만나 나눈 대화가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마르그르트 뒤라스와 장 뤽 고다르의 대화.
고다르는 이미지를 쫓아가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상상 속에서 먼저 본 어떤 것을 영화로 만들며 이미지 속에서 의미를 창조해내길 원한다. 그는 이미지를 통해 침묵 속에서 말하고 싶어한다.
뒤라스는 정반대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를 필요로 한다. 그는 텍스트가 이미지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뒤라스는 글을 쓰기도 하는 사람이어서 텍스트에 무게를 더 놓고 고다르는 영화 감독이라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위해 텍스트를 필요로 한다고 느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며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뒤라스 : 나는 쓰여진 것이라 부르지, 텍스트 또는 쓰여진 것.
고다르 : 어느 쪽이든, 이미지는 그걸 좀 필요로 하지요…
뒤라스 : 나는 스크린에 두 가지가 필요하다네. 내가 “말의 진폭”이라 부르는, 방해할 수 없는 것이지. 대개 모든, 거의 모든 이미지는 텍스트를 방해하네. 내가 바라는 건, 텍스트가 지나가는 걸 내버려두는 무엇일세. 내 모든 문제는 그것과 관계되어 있지.
뒤라스x고다르 대화, 18-19쪽. 신은실 옮김
이미지에 비해서, 사람들은 이야기하기를 선호하지요, 쉽게 이야기하기를요.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저의 공포는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저는 이야기할 줄 모르지만 보여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걸 배우거나, 혹은 저 자신 안에 있는 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겠죠.
고다르의 말 _뒤라스x고다르 대화, 176쪽. 신은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