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찾는 여정
이 책의 표지에는 공원으로 보이는 곳에 벤치가 두 개 있고 그 중 한 벤치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강아지 한마리가 공원을 뛰어 다닌다. 이 책 속의 남자는 강아지와 산책을 즐기다가 잠깐 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책의 표지에서는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어떤 외로움이 읽힌다. 공원의 벤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앉아서 쉬었다 갈 수 있지만 공원의 벤치에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함은 잠깐이다. 벤치 위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쉬게 할 수는 있지만, 그곳에서 잠을 자거나 생활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잠깐 쉬는 곳이기에 공원은 집이 될 수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마일스로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 이혼을 했다. 그는 새어머니가 자신의 아버지와 재혼하면서 데리고 온 형과 말다툼을 하던 중에 그를 찻길로 밀게 된다. 그 바람에 그의 형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형의 부재는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그 자신 역시 상처를 받는다. 어느날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를 듣게 된 그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오게 되고 학교도 그만둔다.
우등생이었고, 야구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야구마저도 그만둬 버린다. 형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벌 준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유일하게 허락하는 사치는 책을 사는 것, 소설책을 읽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인 여학생이었다. 너무 어린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된 것 때문에 그는 여자 아이의 언니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그의 직업은 폐가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이었는데 그 여자 아이의 언니는 그에게 사람들이 버리고 갔거나 미처 챙겨가지 못한 물건들을 훔쳐다가 자신에게 갖다 달라고 말한다.
그건 불법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거절하지만 그녀는 사람까지 불러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물건을 가져오라고 윽박지르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아이의 언니를 피해 선셋 파크로 가게 되는데 선셋 파크에는 자신의 친구 빙 네이선이 있었다.
빙 네이선은 빈 집에 무단점거를 하며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여기에 마일스도 합류하게 된다.
그들은 선셋 파크 안에서 어떤 연대를 이루며 공동체의 삶을 이어나가지만, 그러한 삶은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 마일스는 자신의 나이 어린 여자 친구 필라가 있는 고향으로, 자기 영혼의 집(필라, 그녀는 그의 마음의 집이었을 것이다)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고, 돌아가려 했지만 경찰관을 폭행해 붙잡히게 된다.
소설은 그 지점에서 끝이 난다.
그의 집을 찾기 위한 여정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삶은 계속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어디에나 빛은 있을 것이다. 마일스는 끝까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살자고 다짐하며 현재를 꽉 붙잡는다.
어떤 상처와 역경, 고난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차가 브루클린 다리를 건널때 그는 이스트 강 건너편의 거대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사라진 건물들, 무너지고 불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건물들, 사라져 가는 건물들과 사라지는 손에 대해 생각했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328쪽) -선셋 파크. 폴 오스터 장편소설/송은주 옮김.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