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생일
14. 상식
“살아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응?”
예상치 못한 아이의 질문에 나는 잠깐 넋을 잃었다.
“살아만 있으면 다 괜찮은 거냐구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세게 뺨을 얻어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할 말을 고르는 동안 팥죽땀이 흘렀다.
“전요, 그런 거 싫어요. 살아만 있으면 다 괜찮다는 거. 시간이 지나도 메워지지 않는 마음 속에 구멍 같은 것도 있는 거잖아요. 그걸 대충 때우고 넘어가려는 거, 그런 거 싫어요.“
“……”
“전요, 괜찮지 않을 때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괜찮다는 말로 대충 때우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난 네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왜요?”
“왜라니…? 난 네 아빠니까…”
“그래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아빠는 내가 태어나서 좋았어요?”
“왜 그런 말을 해? 그런 말이 어디있어?”
“그럼 왜 버렸어요? 엄마랑 나, 왜 버렸느냐고요?!”
“버린 거 아니야!”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15. 솔꽃내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든 직후에는 이미 입에서 말이 쏟아진 뒤였다. 왜 그렇게까지 몰아붙였을까? 그러려고 아빠를 만나려던 건 아니었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고 한 번은 만나야만 할 것 같았다. 아빠를 만나면 알 수 없는 목마름이 해소될 것이라생각했는데 목마름이 해소되기는커녕 알 수 없는 화가 솟구쳤다.
”아빠는 내가 태어나서 좋았어요?“ 그런 질문은 하는 게 아니었다. 아차 싶었지만 말은 과녘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쏜살 같이 튀어나가 버렸다. 그리고 왜 엄마와 나를 버렸느냐고 따지듯이 묻고 말았다. 아빠는 “버린 거 아니야!”라고 소리를 지르곤 얼굴을 세수하듯 벅벅 문지르더니 나가버렸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빠를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최악의 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