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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07. 2016

러브레터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이소라는 그녀의 노래에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했던가. 두명의 후지이 이츠키가 있다.  한명은 여자이고, 다른 한명은 남자이다. 그리고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사랑했던 여자가 있다. 남자 후지이 이츠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그 후지이 이츠키를 사랑했던 여자가 그 남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놀랍게도 죽은 후지이 이츠키에게서 답장이 날아온다.
 
그 편지 한통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
 
Love Letter
 
물론 그 편지는 죽은 후지이 이츠키가 아닌, 다른 후지이 이츠키에게서 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후지이 이츠키가 예전에 살았던 집에  다른 한명의 후지이 이츠키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전후 사정을 알리가 없는, 여자는 (그러니까 죽은 후지이 이츠키에게 편지를 썼던 - )  무척이나 놀란다. 장난반, 호기심반으로 그녀는  감기 기운이 있다는 후지이 이츠키에게  감기약을 동봉한 편지를 보낸다.
 
너무 유명한 영화라 이 뒤의 내용은 말 안해도 다들 알고 있을테니  생략하겠다. 이 영화는 책을 먼저 읽었었다. 그때만해도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이라 이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몰래 구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당시만 해도 그런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던 사람들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나중에 일본 문화가 개방되자 자신만 알고 있어야 하는건데...라며 화를 낸 사람들도 많았다고.
 
처음엔 공포 영화인줄 알았다. 너무 스산한 분위기라... 영화를 볼 때만해도 내가 책으로 읽은 그 러브레터인 줄 몰랐을 정도로 나는 이 암암리에 소문나서 여러번 회자되며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이 영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책은 이 영화의 소문과 명성에 대해  잘 아는 언니가 권해주어서 읽게 된 것이었다. 나는 원래 영화인줄도 몰랐다.  그래서였을까? 이 영화와 마주치게 됐을 때의 놀라움과 감동이란...  활자의 영상화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에 정말 푹 빠져들어 봤다.


그래서 굉장히 오래전에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더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남자 주인공이 꽃미남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남자 주인공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간간이 등장하는데다가 영화 소개에도 단역으로 소개되어 있으니...
 
사실 생각해보니  딱히 누굴 주인공이라 부르기도 힘든 영화인 것 같기도 하다. 등장하는 횟수로 보자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편지가 주인공인가?


여자와 (여자의 이름은 와타나베 히로코) 후지이 이츠키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 서로의 기억 속에 다른 추억으로 적혀 있는 후지이 이츠키를 공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죽은 후지이 이츠키의 기억 속에 다른 한명의 후지이 이츠키 또한 다르게 적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여자의 편지는 잊혀졌던 - 아니 감춰져 있었던 사랑의 기억을 부르고 후지이 이츠키는 여자의 편지를 통해 죽은 후지이 이츠키가 과거에 자신을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의 기억 속에 다르게 적혀 있는 이름.


 
후지이 이츠키
 
이 이름 하나로 세명의 추억이 하나로 집결되고 그 추억이 또 다른 사랑을 끄집어낸다. 이미 죽은 사람의 사랑 고백.
 
후지이 이츠키 -  그것이 바로 후지이 이츠키의 러브레터였다. 이름이 같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라고 설레여했을 후지이 이츠키의 마음이 바로 그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 속에 모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 나름의 진실한 사랑 고백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이 후지이 이츠키가 사랑했던 여자 - 와타나베 히로코를 통해 밝혀진다는 사실 또한 무척 흥미롭다. 후지이 이츠키가 하지 못한 사랑의 고백을  와타나베 히로코가 그녀에게 대신 한 셈이다. 와타나베 히로코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약 오르는 일이었을 수도...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에게  잊혀진 사랑을 주었고,  후지이 이츠키는 와타나베 히로코에게 그녀가 모르는 후지이 이츠키의 추억을 주었다.  그녀가 알지 못했던 후지이 이츠키의 추억을.                   
 
사랑의 기억이 잊혀졌던 또다른 사랑의 기억을 부르고 그 사랑의 기억은 다른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서로의 가슴 속에 아름답게 남겨질 그 사랑의 기억.  잊혀진 사랑이든, 감춰진 사랑이든 사랑은 역시 드러나야 아름다운 법인가 보다. 끊임없이 기억 속에서 재생될 사랑의 기억이 있어 어쩌면 지나간 사랑이라도 가슴저리게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잊혀졌던, 사랑의 기억도... 또 추억이 될 사랑도 이 영화를 러브레터를 보는 동안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영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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