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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06. 2016

인터스텔라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쇠

바람은 본디 색이 없지만, 나무가 잘려 나가고 공기가 혼탁해지면서 자연은 바람에 노란색 옷을 입혔다. 모래 알갱이가 초록색을 차츰 지워나갔고 컵과 그릇들은 뒤집혔다.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노란 바람이 불었다. 그 노란 모래 때문에 한 아버지는 미지의 공간 속으로 몸을 던진다.


영화 인터스텔라

아버지의 사랑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우주는 무한한 시간대의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이고 그 공간 속에 갇히는 아버지는 딸로 인해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게 된다. 결국 사랑만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하는 열쇠였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던 영화였다.


영화 인터스텔라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강력한 소망. 그것이 우릴 인간으로 만드는 중요한 토대지.


사실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것을 잘 표현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자식은 부모의 희망이고 미래이니까 말이다. 인간은 언제나 미지의 어떤 것을 꿈꾸며 사는 존재다. 현재 살고 있는 시간 너머를 보려하는 존재다. 자식을 키우며 부모는 머나먼 미래를 본다. 현재와는 많이 달라져 있을 가족의 풍경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 영화 속에서 과거라는 시공간 속에 갇힌 아버지를 미래로 이끄는 것은 자식이다. 우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시간에 대한,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였고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경이롭고 놀라웠다. 결국 인간은 시간으로 기억되는 존재가 아닌가? 다른 육체를 통해. 누군가의 시간 속에서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이 영화 속에도 나오는 대사지만 인간은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다만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쌓아올린 기억과 행적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고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확인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의 무수한 연결을 통해 나라는 존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놀랍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특히 아버지의 부성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아버지가 우주로 가게 된 이유가 생존이나 거창한 인류의 구원 같은 것이 아닌, 다만 자기 자식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고 또한 마음에 들었다. 가족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영화같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이면서 또 작품성 있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 못 봤다면 꼭 보시길.


영화 인터스텔라
우리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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