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 생활자 Dec 08. 2016

렛미인

한 소년의 혹독한 성장 일기

소년은 춥고 혹독한 계절 속에 홀로 갇혀 있다.
 
소년의 그 어둡고 고독한 세계 속으로,
한 소녀가 걸어 들어온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의
소녀의 몸은 온기라고는 하나 없지만
소년에게 있어 소녀는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밝은 빛으로 다가온다.
 

영화 렛미인


이 영화를 만든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은 이 영화의 소년과 소녀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창백한 피부를 가졌고, 눈 속에 100살은 먹은 듯한 할머니의 영혼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기억나는 대로 적은 거라 정확하진 않을 수 있겠지만 대충 저런 뜻의 말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영화 렛미인

소녀는 또래의 여자 아이들보다 몇배는 더 성숙해보였고, 소년의 얼굴은 밀랍인형처럼 창백하고 차가워보였다.
 
소년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외톨이다.


소년의 부모님은 이혼했고, 소년은 어머니와 함께 살지만 일에 지친 어머니는, 아들의 일에 그닥 관심이 없다.

영화 렛미인

소년이 동급생에게 맞아서 얼굴에 상처가 생겨도
"넘어졌어요"라고 말하면 그대로 믿어버린다.
 
소년은 외롭다. 학교엔 친구가 없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에겐 맞서 싸울 힘이 없다.


그런 소년에게 싸울 힘을 길러주는 건, 소녀다.
 
그러나 함께하기엔 두 사람은 너무나 달랐다.
처해 있는 환경도, 성격도.
 
소년은 소녀를 통해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지만
소녀는 소년으로 인해 상처 받는다.
 
함께하기엔 너무 다르다는 걸,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뱀파이어 소녀는 소년을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다시 혼자가 된다.


영화 렛미인

어쩌면 이별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각자 가야할 길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
그 길을 함께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느낄 때,
서로 너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때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것.
 
불쑥 찾아온 이별 앞에서 소년은 다시 혼자가 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의 소년의 모습은 무척이나 덤덤해보였다.

 
사랑이란 어쩌면 그런 것일까.


영화 렛미인

서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기도 하지만,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긋나고, 헤어질 수도 있는...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좀 쓸쓸해지지만,
사람의 일.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어찌할 수 없는 것이리라.
 
변하고 변하는 마음.
길 위에서 엇갈리는 만남.
애쓰지 않아도 우연처럼 만나지게 되는

이 세상 모든 인연.
 
길 위에서 사랑은 그렇게 또 시작되고,
끝나겠지만
 
그래도 다시 출발해야만 하는 것.
 
길은 계속 이어져 있고,
이곳에서 멈출 순 없으니까.
 
계절이 변하듯, 사람의 감정도 때가 되면 변하니까.
떠나가는 계절을 붙잡을 수 없듯 사람의 변해가는 마음을 붙잡을 수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소년은 이별을 배우기 위해 소녀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