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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May 30. 2016

기자는 어떻게 될까, 아니 어떻게 돼야 할까

네이버 유봉석 미디어센터장의 이야기를 옮겨 보았습니다.

올해 3월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센터장을 초청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는 겁니다. 주제는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와 나'였습니다. 사내 강연이라 약 서른 명의 사람만이 모였습니다.


제목은 맹숭맹숭합니다. 하지만 내용은 알찼습니다. 기성 매체 기자라면 꼭 한번 생각해봄직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주제 - 커리어 패스(Career Path) - 입니다.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짧게 내용을 정리해 남겨두려 합니다. (편의를 위해 존대를 쓰지 않았습니다)


이분입니다. (실물이 낫다..) 출처: 뉴시스


기자의 '커리어 패스'는 어떻게 될까


디지털 시대와 전통 언론인의 '커리어 패스(Career Path·그대로 옮기자면 '직무 영역' 정도)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한 기자가 2014년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신의 기사가 어느 무명의 트위터리안보다 빠른가. 그렇지 않다면 어느 무명의 블로거보다 더 심층적인가.


이것이 핵심이다. (TV 이전에는) 신문은 심층적이었고, 라디오는 빨랐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계)의 상황은 더 안 좋다. 그나마 독자들의 반응이 있는 해외 사업자를 모두 다 따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해외 사업자들은 모두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전부 따라 하려고 한다. 결국, 지금 언론사들은 어느 방향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자들의 미래 커리어 패스는 크게 이렇게 나뉜다.


첫 번째, '제너럴리스트'.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의 기자다. 영역 범위는 예전보다 좁아졌지만 여전히 이런 기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 '지독한 저널리즘'이다. 탐사보도 전문가를 말한다.


세 번째, 특정 주제의 전문가인 기자다. 디지털 시대는 정보와 광고가 불분명한 시대다. 한 분야를 파다 보면 전문성과 수익이 동시에 올 수 있다.


네 번째는 '인적 네트워크 매니저'다. 초창기 네이버 웹툰을 개척한 직원이 있다. 그분은 직접 만화를 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작가들과의 네트워킹이 정말 좋다. 그 관계를 통해 맺어진 작가들은 타 웹툰 플랫폼에서 훨씬 더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이직하지 않는다. '의리'다. 시장을 같이 만들었다는 유대감이다.


결국 이런 다양한 커리어 패스가 기자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 맞느냐는 것은 스스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강의 끝)



그리고 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전공이 없어서 고민이에요….


사실 저를 비롯한 수많은 주니어 기자들이 선배를 향해 내뱉곤 하는 푸념입니다. 아마 수십 년 전 기자를 했던 선배들도 마찬가지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유 이사님의 이야기가 '뻔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경쟁자라고 해봐야 신문사 내 다른 기자, 또는 기껏해야 10명 안팎이었던 다른 신문사의 기자가 전부였습니다. 소위 '물을 먹지 않으려면' 내가 눈여겨보던 기껏해야 10명 남짓의 사람만 주시하고 있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콘텐츠 플랫폼을 가질 수 있고, 미디어 송출자가 될 수 있는 시대. 모든 콘텐츠 사업자, 혹은 무명의 트위터리안, 전문 블로거, 업계 권위자가 경쟁자입니다.


그래도 고개를 가로젓는 분이 있을 겁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여전히 거대한 권력이며, 없어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기자'가 가진 폭넓은 접근성과 높은 신뢰성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런데, 이 고민은 '기자'라는 직업이나 기성 언론의 사활에 대한 고민이 아닙니다. 수십만, 수백만의 국민과 소통하고 싶은 '기자'라는 한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채워질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입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합니다. 그 목적은 당연히 소통과 영향력입니다. 기자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과 이야기를 수십만 명의 사람에게 전하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이 고민은 수백, 수천 명의 기자가 가진 '본질'이 어떻게 해야 충족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겁니다. 예전에는 '어느 신문사가 발행 부수 1등이니 그곳에 가면 되겠지'라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 범위가 모든 플랫폼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부도 속보(오보)를 보내는 시대.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전공'과 '영향력'을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내가 속한 '플랫폼'에 기댈 수만은 없다. 특히 기성언론 소속이라면.


* 덧. 강의가 끝나고 어떤 분이 "뻔한 얘기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판단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뻔한 이야기'일수록 더욱 '맞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역시나 뻔한 명제 때문. 뭔가 특이하고 튀어 보이는 얘길 해야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야말로 언론인이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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