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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Apr 15. 2016

아아, '검색은 필수'입니다

실무자를 괴롭혀 버렸습니다.

질문 게시판에서도 '검색은 필수'인데…


예전 출입처에서 있었던 일이다. L업체는 당시 축산물과 관련한 할인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축산물 가격 동향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자주 내놨다. '0월 0일을 기준으로 소고기 경락(경매 낙찰)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뛰었는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인 행사를 한다!'는 내용이 주로 등장했다. 


나는 그때마다 해당 자료의 출처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홈페이지에 가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기사를 썼다. 그리고 가능하면 최신 자료로 업데이트해서 기사를 보내려 했다. 보도자료와 실제 자료가 달라 기사를 보냈다가 급히 취소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매체들은? 모두 다는 아니지만 몇몇 매체는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그대로 받아 썼다. 사실 자료를 그대로 받아 쓰지 않고, 직접 찾아봤으면 틀릴 일이 없는 내용들이다. 비공개인 정보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들은 자료를 맹신했다.


더 심각한 상황도 있었다. 몇몇 기자들이 자료에 나오지 않는 사소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농수산식품공사 홈페이지를 찾는 대신 마트 홍보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곤 했던 것이다. 정보를 얻는데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노동력도 더 투자되는 이상한 취재 방식이었다. 아, 이건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엑셀에서 'sum'도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이다.


웬만한 실무자보다는 구글링이 훨씬 빠르다. (물론 정확하다고는 못하겠다)



'떠먹임'에 익숙해진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얘기도 들었다. 한 업체에서 외국 출장을 기획하면서 몇몇 기자의 항공권을 발권해주려 여권 정보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서는 "항공권 발권하는데 영어 이름만 알려주면 되지 않느냐. 왜 여권 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물어보느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진 담당자는 '해외 출장이라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기자의 답변이 뭐였냐고?


"거짓말하지 말라"였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만 한번 해봤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촌극이다.


이 뿐만 아니다. '기자님'을 챙기는 홍보팀과 출입처 담당자들 덕분(?)에 기자들은 '떠먹임'에 익숙해지기 쉽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실무 능력을 키우기가 어렵고, 총체적인 팩트와는 다른 기사를 쓰기도 한다. 


자기 기사에 이런 제공사진만 가득하다면 한번쯤 반성해볼 일이다...(?) 출처:  SK플래닛


사실, 이 글은 반성의 글입니다


이들 기자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원들이 선임들의 교육(이라고 쓰고 갈굼이라고 읽는다) 속에 다양한 실무 능력을 향상시킬 때, 기자들은 기자들만 가질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파워포인트나 포토샵 같은 걸 다루거나,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내는 능력은 아무래도 빨리 기르기 어렵다.


사실 이 글은 반성의 글이다. 항상 경계한다고는 했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 일이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면 나올 법한 업체 주소와 연락처를 굳이 실무자와 통화를 해 요구했다. 그리고 그 실무자는 메일로 관련 내용을 빠르게 전달해주셨다. 


그런데 나중에 업체 홈페이지에 가보니 모든 명단이 자세하게 올라와 있었다. 주소 뿐만 아니라 방문 방법까지 너무나 세세하게. '구글링 한 번만 해보면 됐을 것을….' 심히 부끄러웠다.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이 스스로 두려워졌다. 그 실무자를 뵙게 되면 꼭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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