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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un 01. 2016

피키캐스트가 사용자의
'ㅋㅋ'를 세는 이유

데이터 사이언스와 창의력이 만났을 때

얼마 전(은 아니고 세 달 전쯤..) 피키캐스트의 장윤석 대표를 인터뷰하러 신사동 본사를 찾았습니다. 



인터뷰는 인터뷰고(먼산), 정작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피키캐스트 데이터 분석팀이 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이야기였는데요. 이 분들이 게시물에 달린 'ㅋ' 개수를 세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걸 왜 세요?" (권)

"재미있는 게시물에 'ㅋㅋㅋ'라고 댓글을 달잖아요. 여러 가지 계량화를 하긴 해야겠지만, ㅋ 개수가 많이 달릴수록 재미있는 게시물이라는 사용자 반응이 왔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_피키캐스트 관계자)


아하!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속으로 '우와'하고 외쳤습니다. ㅋ 개수를 셀 생각을 하다니! 조회수, 댓글, 공유 등 숫자만으로는 계량화할 수 없는 콘텐츠의 '재미'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사실 사용자 반응을 다각도로 측정하는 작업은 소위 '잘 나가는' IT 업체라면 누구나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피키캐스트처럼 '창의적인' 데이터 분석을 시도하는 곳이 점점 늘어난다는 게 재미의 포인트였습니다.


'모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이미 ㅎㄷㄷ한 스펙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출처: www.marketingdistillery.com


또 하나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작업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A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A라는 회사는 자기 회사의 평판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업체를 통해 포털과 SNS에 자사 이름이 어떤 단어와 결합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합니다. 


단어의 종류를 러프하지만 2개로 나눕니다. '예쁘다' '쿨하다' 같은 긍정적 단어, '구리다' '갑질' 같은 부정적 단어로 말이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가령 평소 이 회사의 부정적 관련어 비중이 50%, 긍정적 관련어 비중이 50%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모니터링을 하는 도중 갑자기 부정 관련어 비중이 75%로 급증하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럼 회사는 당장 위기관리에 나섭니다. 부정적 관련어가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내용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테고요. 


그리고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 수준의 문제인지를 판단하고, 필요하다면 대응까지 선제적으로 하는 거죠. 


뭐가 대단하냐고요? 생각해보세요. 인터넷 어디선가 문제가 터지고, 인터넷 언론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기도 전에 이미 본사는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이미 대응이 끝났을 수도 있고요.


데이터의 힘은 이미 여러 곳에서 증명된 바 있죠. 출처: 유튜브


이토록 데이터의 힘은 대단합니다. 


별 것 아니어 보이는 데이터 하나하나가 분석가들의 창의성과 결합하면 엄청난 인사이트로 재탄생하곤 하니까요. 아마 데이터 분석가들의 눈에는 인터넷 패킷 하나하나가 '돈덩어리'처럼 보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외신을 보니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듣고 보는 것까지 알고리즘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대화까지 엿듣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고요.



이렇듯, 생각지도 못한 데이터를 수집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업체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빅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같은 구호로 끝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데이터 과학 분야를 '돈 안 되는 공돌이 놀이' 쯤으로 생각해오셨다면,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언론사도 이런 걸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 위 A 기업의 사례는 '가능성'이었는지, 실제 '사례'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혹시 관련 정보가 있으신 분은 조용히 답글이나 페메를 날려주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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