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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un 21. 2016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 한국 한정 무매력인 이유

대다수 언론사는 이래서 안했을 겁니다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 미디어 페이지에 인스턴트 아티클을 오픈한 지 석 달이 다 되어갑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앞다퉈 인스턴트 아티클을 도입했고, 타임라인에 번개 표시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거기에서 끝이었습니다.


기성 일간지들도 앞다퉈 인스턴트 아티클을 도입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몇몇 언론사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여러 이유에서, 제가 관리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인스턴트 아티클을 전혀 쓰지 않고 있습니다. 검토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위의 블로터 기사처럼 광고 수익 하락 같은 디테일한 기술적, 사업적 요인을 검토한 결과가 아닙니다. 이유는 정말 간단합니다.



1. 안 예쁩니다


페이스북 개발자 가이드를 보면 인스턴트 아티클이 지원하는 폰트는 Serif(우리로 치면 명조체 계열에 가까운 그런 느낌적인 느낌) Geogia와 San-Serif(우리로 치면 고딕에 가까운 그런 느낌적인 느낌)의 Helvetica Neue입니다.


헬베티카, 조지아 모두 정말 훌륭한 폰트입니다. 하지만 '쿨한 한글 폰트'는 아닙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한방에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ㅍㅍㅅㅅ의 인스턴트 아티클 캡처. 영어와 숫자, 한글이 뒤엉켜 다소 난잡해보인다.


아시다시피 요즘 웹이나 앱은 각 모바일 단말기에 최적화된 한글 폰트를 지원합니다. 애플 제품군의 'Apple SD Gothic NEO', 안드로이드의 'Noto Sans CJK'가 대표적입니다. 네이버도 나눔 고딕 등 자신들이 만든 폰트를 지원하죠.


그런데 인스턴트 아티클의 한글은 영 아닙니다. (물론 한글 한정으로 말이지만요) 한글 폰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저 화면의 숫자와 문자의 하단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이미 스트레스를 받으실 겁니다.  


* 제가 폰트에 대해 좀 문외한입니다(ㅡㅡ;) 첨언 및 조언 적극 환영합니다!



2. 한국 언론사는 광고 두어 개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많은 언론사가 선정적인 광고(선정적일수록 단가가 높다고들 하죠?)를 통해 이미 많은(혹은 역량을 초과)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인스턴트 아티클은 '수익원'으로도 매력이 없습니다.



'사업' 마인드의 닷컴 언론사라면 이런 판단을 했을 것 같습니다.


인스턴트 아티클을 도입하려면, 인스턴트 아티클을 통한 기사의 도달이 기존 링크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합니다. 2, 3개의 광고를 노출했을 때의 광고 매출이 현재 10여 개의 광고를 노출했을 때보다 높아지거나 최소한 이를 상쇄할 수준은 되어야 하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례로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도입 이후 기사 클릭 수가 20%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인스턴트 아티클을 빠르게 도입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혀요. 오히려 도달이 별로일 때도 있던데요?"


결국, '사업' 마인드에서는 인스턴트 아티클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엄청난 수단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결국 언론사는 다소의 PV를 포기하고 인스턴트 아티클도 포기하는 수순을 밟게 되겠죠.



# 그래서?


위의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인스턴트 아티클의 매력 지수는 뚝 떨어집니다. 여기에 닷컴 기술인력과의 협조 같은 실무의 증가를 생각하면 그 장벽이 더욱 높아집니다. 또 페이스북에 종속될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밑도 끝도 없는 걱정도 한몫 하겠죠.


하지만 인스턴트 아티클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런 '흐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웹 페이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저작물로의 힘을 잃고 수익과도 거리가 멀어졌던 텍스트의 '유통 정상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전체 SNS를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옵니다(…) 출처: 클리앙(clien.net)


지금까지는 A 사이트에 있는 글을 B 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하려면 크게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링크를 건다. 두번째 '불펌'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것도 아니라면 해당 저자가 사이트마다 일일이 글을 올린다.


무엇이 됐든 귀찮고, 번거롭고,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2,3번 방식은 원작자에게 돈이 안 됩니다.  


하지만 원본 콘텐츠만 있다면 다른 플랫폼에 얼마든지 '저작권'을 유지한 채 간편하게 글을 송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원작자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모델이 만들어지겠죠.


어쩌면 기자와 소설가, 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그런 상황.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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