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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Nov 07. 2016

지금 한국에 필요한 저널리즘

이런 말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Context Journalism

타사 보도를 인용하면서 글을 시작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래 볼까요.(이 글을 사장이 싫어합니다)

오늘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로 전국이 또 한번 시끄러웠습니다.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두손을 공손히 모은 후배 검사(?)와 이야기 나누는 그 사진 기사입니다.


네이버에 전송된 기사에는 2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더군요. 보통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 중 '대히트' 친 기사에 3만 개 가량의 댓글이 달리던 것을 보면, 분명 '히트'는 '히트'입니다. (기사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입니다만)


누리꾼들은 '우리편(??)은 아니지만 조선은 대단하다' '옐로우 하나 통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내가기레기다


  기사가 히트를 치자, 이내 미디어오늘이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사진을 찍은 기자를 인터뷰한 건데요. (조선일보는 사실 사진기자를 내부 채용에서 프리랜서 체계로 바꿨기 때문에, '객원기자'라는 표현이 적절하긴 하겠습니다.)


기사는 사진 1장으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섯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라든가, "우 전 수석이 가까이 오니까 수사관들이 일어섰다. 우병우가 말을 거니까 수사관들이 답을 하는 분위기처럼 보였다." 라든가 같은 것들입니다.

사진기자의 간략한 설명으로, 사진 기사는 그 힘을 더합니다. (물론 단순히 휴게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들과 담소를 나눈 걸 수도, 혹은 별 의미 없는 사진일 수도 있지만요)

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찰나 조선닷컴에서도 이런 기사를 올렸군요.


바야흐로 '맥락 저널리즘'이 필요한 때


2016년 현재 한국의 언론 지형에 가장 필요한 저널리즘 형태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맥락 저널리즘(Context Journalism)'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맥락 저널리즘'이란 거창한 언론학 용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에서 통용되는 표현도 아닙니다. (뇌내망상으로 탄생한 개념이라고 한다..)

'맥락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기사가 왜 중요한 것인지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보도를 뜻합니다. 단순히 팩트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 팩트가 어떤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왜 이것을 취재했고 어떻게 취재헀고, 관련해서 어떤 것을 더 보아야 하는지까지 총체적으로 짚어주는 보도 방식입니다. 제 머릿 속에 스치는것들로는 한겨레의 '친절한 기자들' 또 jTBC의 구구절절 이어지는 서사형 앵커 멘트 등이 있네요.


우병우 사진기사와 이어지는 후속 기사는 그 '맥락'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사진 하나 보다는 그 전후사정을 짚어줌으로서 본래 기사에 더 힘을 더해주는 것이죠. 심지어 사진기자가 사진을 5시간을 뻗치며 사진을 900장 찍었다는 내용마저 '얘기가 되는' 것이죠.


'후기'가 필수가 된 시대

물론 이런 방식은 기존 신문·방송에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중요한 단독 기사에 대한 후속보도와 이어지는 기자 칼럼 등...이 대표적이죠.

왜 굳이 이런 형태의 보도가 뉴미디어 시대에 필요한 거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뉴스의 파편화'와 연관된다고 말씀드릴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 곳의 커뮤니티, 포털, 메신저, 웹사이트 등을 드나들며 엄청난 정보를 접합니다. 그 안에서 뉴스는 짧게는 3초, 길어야 수 분 안에 소화되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맥락 없이 주어진 스트레이트식 기사는 아무 힘도 갖지 못합니다. 연예인 가십 뉴스만도 못하죠.

이렇게 된다는 말입니다


'맥락 저널리즘'은 보다 '큰 그림'을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독자로 하여금 콘텐츠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연착륙 지점을 만드는 겁니다. 방법적읋 맥락을 강조하는 저널리즘은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후속보도와는 다릅니다. SNS와 플랫폼을 통해 뉴스가 공급되고, 뉴스 공급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 즉 뉴스가 파편화되는 시대에 필요한 저널리즘 형태입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만 봐도, 얽히고 섥힌 인물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많은 독자들은 이들의 관계나 구체적인 범죄 사실을 떠나, 단순히 A라는 사람이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이상한 사람인지조차 헷갈리게 됩니다.


무식해서가 아닙니다.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고요. 그냥 요즘 정보 제공 방식이 그런 겁니다. 많고 다양하고 고퀄이지만, 불친절하죠.  

설명충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나란 기자...


지난 학기까지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도드라진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맥락 저널리즘의 가능성'이었습니다. 특히 이슈가 중대할수록, 그리고 어려울수록 더 큰 조회수를 기록하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많은 언론사가 '친절한' '총정리' 식의 콘텐트를 쏟아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한줄 결론.

뉴미디어 콘텐츠, 짧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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