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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Mar 06. 2017

내려보기 vs 넘겨보기, 당신의 선택은

절대적 경험이란 없다

e북 업계에서 핫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리디북스에 언젠가 '스크롤 보기' 라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기존 e북 앱들이 스마트폰, 태블릿, e북 단말기 할 것 없이 넘겨보기에 최적화한 환경을 구축하기에 여념이 없는 걸 생각하면 신선한 시도입니다.


바로 이 기능입니다. beta 기능이네요. 출처: 리디북스 앱 캡처


책 넘기기 효과음, 그거 누가 씁니까


전자책 시장이 시작될즈음, 모든 앱들은 저마다 종이책의 느낌을 전자 기기에도 그대로 이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 '사사삭' 소리를 넣거나, 페이지를 밀어 넘길 때 실제 종이를 넘기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넣거나 말입니다.


그랬던 것을 생각하면, 전자책 앱이 '스크롤보기'를 지원한다는 건 꽤 의미가 큽니다. 사용자들의 읽기 습관이 변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죠. '넘겨보는 종이책 읽기' 보다 '내려보는 스마트폰 읽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걸요.


사실, 생각해보면 최근 몇년간 우리의 읽기 습관은 본질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침 리뷰 - 기자들은 보통 아침이나 새벽을 이용, 조간 신문 기사를 전부 체크합니다 - 를 위해 기사를 훑어볼 때 종이 신문을 보지 않습니다.


대신 네이버 신문보기를 이용합니다. 신문 기자가 신문을 안 본다니,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자가 그렇게 합니다.


더 재미있는 건 그렇게 며칠을 보낸 다음입니다. 종이 신문 보는 게 어색해졌습니다. 겨우 며칠만의 일입니다. 몇년째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어온 우리의 읽기 습관이야 더 말할 게 있을까요.


사실 전자책 앱에 들어 있는 페이지 효과는 '멍청한' 아이디어였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아예 전자 '책' 이라는 개념이 바뀌어야 하는 걸지도 모르고요.


사용자 경험에 진리란 없다


우리가 진리로 떠받드는 넘기는 형태의 종이책도 사실 다양한 읽기 디바이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예전에는 좌우로, 위아래로 돌돌 만 형태의 문서도 많았고요.


우리는 흔히 사용자 경험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 어떤 경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틀 변화가 생긴다면, 오히려 사용자들의 경험 방식 자체를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은 그 정도의 혁신이었습니다.


아, 그럼 이제 신문도 스크롤 방식에 맞춰 콘텐트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지금 논의되는 플렉서블 or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저를 비롯한 콘텐트 생산자들은 익숙한 경험을 재현해주는 것 대신 다른 고민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디바이스에 최적화한 콘텐트 형태와 구성이 뭔지 살펴보는 일 말입니다. 어떤 형태의 디바이스에서도 최적의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멀티플레이어의 능력이 기자들에게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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