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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un 13. 2019

[D+19] 심야의 풍경

우리가 아기를 재운 것인가, 아기가 우리를 재워준 것인가.


디데이 달력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음. 사실은 저 달력을 보며 부모가 ‘백일의 기적이여 어서 오라’며 기도하는 대상이었던 것  일종의 전역 달력 같은 것..


그림도 사실은 자정이 지나 D+20이었던 것이 맞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새가 없음. 어제는 한번 잠들면 두 시간 세 시간을 자던 아기가 몇 시간째 자지도 않고 배고프다고 칭얼대기만 하니 엄마도 아빠도 어쩔 도리가 없음. 같이 못잠. 이쯤되면 우리가 아기를 재우는 건지, 아기가 우리를 재우는 건지 알 수가..


아기는 수시로 용을 쓰고, 자기 발길질에 놀라 자기가 깨기 일쑤. 발을 살짝 눌러주거나 가슴을 살포시 감싸주면 그래도 잘 잔다. 엄마의 저 수면 자세는 당분간 유지될 듯.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직 미숙한 뉴런을 가진 신생아가 자신의 몸을 이러저리 움직여가는 모습은 마치 딥러닝을 통해 성장하는 현대 컴퓨터와도 닮았다는 무지막지한 생각도 듦.


그래도 한 번 씩 보이는 배냇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에 위안을 얻는 심야의 육아.


* 출연 육아템: 가재수건, 짱구베개, 치코넥스투미드림, 흑백모빌, 온습도계, 수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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