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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Dec 27. 2019

[D+215]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거른' 이유

밥주걱 하나로도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다?!


"남들은 크리스마스라고 트리 장식도 하는데.."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지 않았을 때부터 엄마는 뭔가 아쉬운 듯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맞는 첫 크리스마스인데 집 안에 반짝이는 나무 한그루 정도는 들여놔야 하지 않느냐고. 더군다나 워낙에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물건은 다 좋아하는 아기. 심지어 이 날은 아기가 딱 7개월 되는 날. 아무튼 뭐라도 기념해야 할 것 같은 날이었다.


그러나 결국 아무런 장식도 사지 않고, 그나마도 딱히 외출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는 말하진 않았지만, 크리스마스트리라는 게 결국 다 플라스틱이라 아기에게 괜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몇 년 전에 샀던 싸구려 플라스틱 트리에서 녹색 가루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뒤부터 생긴 의심이다. 26일에야 외출을 했지만 이미 백화점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온데간데없었다. 사실 엄마 아빠 모두 그런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크리스마스 케이크 하나로 보통 퉁치곤 했었으니.. 아무튼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 

힐링은 엄마 아빠가 했네


연말이라 상대적으로 바쁘지 않은 틈을 타 휴가를 많이 썼다. 지난주 이틀에 이어 이번 주에도 이틀 휴가를 썼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크리스마스, 그리고 이튿날까지 쉬었다. 오랜만에 아기와 하루 종일 놀아주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심지어(!) 개인 정비 시간까지 가지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니 아기 크리스마스는 안 챙겨주고, 정작 부모님은 3일 내내 쉬었다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기의 행복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부모의 행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엄마 아빠도 틈이 날 때 확실히 쉬어야 한다는 건 여러 연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국내 연구 결과를 찾아보니 '유아의 행복감, 어머니 행복감과 양육행동, 가족환경 변인들 간의 관계 연구(2018, 김진이)'라는 논문이 보인다. 2014년에 실시한 조사 중 1,291가구의 응답을 활용한 분석 결과다. 어머니의 행복감을 1~7점으로, 어머니가 보는 아이의 행복감을 '표정 카드'를 통해 유추하도록 해 1~7점으로 적도록 했다.


그 결과는 이랬다. 유아의 행복감은 부모가 모두 있을수록,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엄마 아빠의 최종학력이 높을수록, 유아의 자아존중감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어머니의 행복감 수준이 높을수록, 어머니의 온정적 양육행동 수준이 높을수록, 가족기능 수준이 높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유아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포함한 양육자의 행복 또한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이상 해당 논문에서 인용)



노오력하여 행복하시라,

그게 아기를 위한 것이다


여기에 '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심리적 특성, 양육스트레스, 긍정적 양육태도 간 관계(최효식, 연은모, 2014)'라는 어려운 제목의 논문을 보자. 연구 결과 자기 효능감이나 자아존중감, 우울에 기초한 엄마 아빠의 심리적인 특성은 양육스트레스에 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엄마 아빠의 심리 상태가 건강할수록 양육 스트레스도 줄어든다는 것. 또한 부모 모두가 건강한 심리 상태를 가졌다면 긍정적 양육태도를 가질 확률이 높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특성이 '상대방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 무슨 말이냐면, 아빠가 건강한 심리 상태를 가졌다고 해서 엄마가 긍정적 양육태도를 가졌을 확률이 썩 높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다면, 엄마 아빠 모두 자기의 심리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로 '유아의 행복감~' 논문도 "유아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스스로 건강한 정서를 통해 행복감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것이 자녀 양육에 매우 중요한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그렇다. 본인의 뜻에 반하여 남들의 강요로 전업 주부가 되어버린 한 엄마가 있다고 해보자. 아마도 세상 우울한 얼굴로 아이 앞에 14시간 동안 앉아 있을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좌절을 아이의 탓으로 돌리며 의도치 않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을 수도 있다. 그러느니 하루에 서너 시간만 만나더라도 밖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 행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이의 행복을 챙겨주고 싶다면 엄마 아빠부터 행복하자. 이는 이기적인 것도 아니고 아이에게 미안해할 일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의 휴가와 그로 인한 엄마의 가사 부담 완화는 서로에게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도움이 됐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아기에게 겨우 밥주걱 하나를 선물로 건넸지만, 엄마 아빠의 크리스마스는 행복하였다. 그리고 아기도 행복해질 것이다. 지금보다 더욱.


...라고 아버지는 위안하였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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