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무더위와 열대야까지 있던 여름이 지나가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함이 돌면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이 찾아온다. 입맛도 같이 오지만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것이 감기이다.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뱅쇼를 끓여서 감기 예방 음료로 마신다. ‘뱅(Vin)’은 포도주라는 뜻이고, ‘쇼(Chaud)’는 따뜻하다는 뜻이다. 감기 예방 음료는 프랑스 외에도 있는데 영국에서는 멀드 와인, 북유럽은 글뢰그, 독일은 글루 바인이라고 부른다. 와인과 계피 스틱, 오렌지 껍질, 사과 등을 사용하는 것은 같고 취향에 따라서 각기 다른 향신료를 넣기도 한다.
이렇게 와인 같이 알코올 음료를 넣어서 만드는 것은 유럽에서 감기 예방으로 쓰이고 있는데 알코올 성분이 감기 초기의 으슬으슬한 몸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와인에 넣는 주 성분 중 하나인 계피는 생달나무의 나무껍질로 만든 약재인데 독특한 향과 맛이 있어서 식재료로도 잘 쓰이는 약재이다. 계피는 씹으면 약간 매운맛과 달콤 씁쓸한 맛이 함께 올라와서 호불호가 있지만 그 독특함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좋아할 재료이다. 또 소화장애와 구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상큼한 맛을 내는 오렌지와 레몬 등은 잘 알려진 대로 비타민C와 A가 풍부하고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감기를 예방하거나 피로 해소에 좋은 과일이다.
와인과 각종 재료를 넣고 끓인 뱅쇼를 통해 감기를 예방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예방의 차원이거나 으슬으슬한 몸을 따뜻하게 덥히기 위해서는 좋지만 감기에 된통 걸려 한참 진행 중이라면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그때는 병원에 가서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뱅쇼가 술인 와인을 가지고 만들기는 하지만 알코올에 민감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푹 끓여서 사용하기 때문에 알코올 성분은 많이 날아가니 무알코올처럼 즐겨도 괜찮다.
예년 가을, 겨울에도 한참 만들어서 온 가족이 마셨는데 그때는 잘 모르고 당시 3살이었던 아이에게도 가끔 조금씩 주었다. 마침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어서 포도 농사와 와인을 전문적으로 만드시는 분에게 만들어 먹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뱅쇼가 몸을 데우는 데 좋기는 하지만 5살 이하 어린이에게는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여 일단 나이가 될 때까지는 금지했었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도 달콤하고 감기 예방에 좋다고 먹였는데 속으로 뜨끔했었다. 요즘에는 와인이 워낙 다양하고 마트에 가면 만 원 이하이거나 만 원대의 저렴한 것도 많기 때문에 집에서 가격에 부담 없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가을에 만들어서 한 병 만들어 놓으면 몸이 으슬으슬할 때 한 잔씩 데워 마셔도 좋고, 겨울에도 자주 만들어서 파티나 저녁 식사에 같이 곁들어도 좋을 것이다.
<만들어 본 뱅쇼>
뱅쇼 제조
뱅쇼 제조
뱅쇼
아이스 뱅쇼
<손이 즐거운 레시피>
(재료)
적포도주(레드와인) 1병, 레몬, 오렌지, 계피 스틱, 사과, 설탕, 향신료
(순서)
1. 레몬, 오렌지, 계피 스틱, 사과 등을 깨끗하게 씻는다.
2. 씻은 과일은 껍질을 벗기지 말고 슬라이스 해서 자른다. 오렌지는 껍질 부분만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