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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Jun 01. 2021

일본 열도의 첫 관문

2018년 8월 10일(1일째)-후쿠오카 국제공항,쿠시다 신사,타워

후쿠오카 시내

비행기 시간이 오후 시간이어서 여유 있게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머니를 만나서 대구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오랜만에 인천 국제공항이 아닌 지방 공항을 이용해서 외국을 나가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인천보다는 가까워 시간 여유가 조금 더 있었다. 고속도로를 2시간 달려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한여름이라 그런지 너무 더워서 인지 한국은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비가 오락가락해서 찜통을 방불케 했다. 출국 수속을 하고 아담한 공항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이윽고 비행기를 타고 이륙했다. 아이는 예전에 유럽 가던 것이 생각났는지 왜 밥을 안 주고 만화를 못 보냐면서 계속 투덜댔다. 비행시간이 짧고 자주 운항을 하기 때문에 유럽 가던 비행기보다 작아서 좌석 시트 앞에 패널이 없어서 만화를 못 보니 투덜거림이 있었다. 배고 고팠는데 기내식도 없어서 더 그런 생각이 났다보다. 


깊이 잠든 아이

1시간이 지나니 후쿠오카 국제공항이 착륙했다. 이때까지도 조잘거리던 아이는 공항에서 숙소 가는 택시 안에서 잠이 들었다. 내가 앞에 타고 갔는데 거리가 밀리길래 운전사 아저씨에게 여쭈니 일본도 휴가철이라서 거리가 조금 밀린다고 했다. 미터기에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숫자에 마음이 급해지긴 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택시로 바로 후쿠오카 시내까지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아 보였다. 호텔에 도착해서까지 아이는 잠자고 있어서 체크 인을 하고 침대에 뉘었을 때에도 깨지 않았다. 아직은 여기가 일본인지도 후쿠오카라는 도시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후쿠오카는 후쿠오카 현의 현청 소재지이자 큐슈를 대표하는 도시로 인구가 제일 많다. 일본에는 광역시가 없는 대신 정령지정도시라는 제도가 있는데 키타큐슈와 더불어 큐슈에서 정령지정도시로 지정된 도시이다. 대개 일본 5대 도시하면 도쿄,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를 꼽는데 각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면서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무척 가까운 도시로도 유명한데 부산에서 200km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큐슈에서 첫 식사

간단하게 짐 정리를 한 다음에 거리로 나왔다. 아이는 여전히 자고 있어서 내가 안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오후의 따사로운 여름 날씨지만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날씨에 하늘은 파랗고 거리는 약간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것이 분위기에 기분이 좋았다.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빌딩 중에서는 거리에 냉풍기를 활용해 시원한 바람을 내보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유명한 초밥 가게에 갔는데 벌써부터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20~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식사를 했다. 앞에 줄을 섰던 서양인은 갑자기 우리에게 말을 걸더니 여기 정말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기다리는데 시간이 있어서 중간에 아이와 함께 옆에 편의점에서 냉차와 삼각김밥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걸 사 왔다. 일본에서 회전초밥이 아닌 주문해서 먹는 초밥 가게로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는데 신선하고 맛있었지만 어머니와 아내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똑같다며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모둠 초밥을 종류별로 2개, 대왕 전복 튀김, 해물 미소시루 등을 주문해서 먹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온 거리는 여전히 오후의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과 깨끗한 거리를 보고 있자니 걷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나카스 강 다리에서 본 풍경이 잔잔하면서 근사했다. 거리를 걷다가 이내 간식을 먹고 싶은 아이를 위해 편의점에 들려서 샌드위치와 초콜릿 과자 등을 샀다. 


아내, 어머니, 아이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쿠시다 신사(くしだじんじゃ, 櫛田神社)였다. 일본 고대 헤이안 시대 757년에 세워진 신사는 후쿠오카의 옛 이름인 하카타를 지키고 영생과 번영을 담당하는 신을 모시는 신사이다. 신사(神社)는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神道)의 사원으로 일본의 종교라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의 일종으로 일상적인 삶에 스며들고 있으며 어느 동네를 가도 신사는 꼭 있다. 신사도 급이 있어서 급이 높은 신사를 신궁(神宮)이라고 부르는데 유명한 신궁이 일본 도쿄에 있는 메이지 신궁(明治神宮)이다.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 당시에 식민 지배의 상징으로 서울 남산에도 조선신궁(朝鮮神宮)이 있었다. 구시다 신사는 1587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후쿠오카의 영주 쿠로다 나가마사에게 명령하여 재건되었는데 이곳에 있는 은행나무는 천 년이 넘었다고 전해진다. 이 은행나무는 현의 자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쿠시다 신사가 한국인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장소인 것은 바로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되었던 일본도가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히젠도라는 칼은 칼집에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라고 적혀있다. 뜻은 '늙은 여우를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베었다.'라는 뜻으로 분개를 자아내는 문구이다. 신사 안은 사람들도 별로 없고 고즈넉한 분위기만 풍겼다. 아이는 신사 앞에 손을 씻는 곳이 물을 마시는 곳인 줄 알고 물을 떠 마셨다. 나는 괜찮을까 하고 깜짝 놀랐지만 배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카스 포장마차촌

신사에서 나와서 후쿠오카 시내를 걸어보았다. 걸어가는 길에 캐널시티도 보였다. 캐널시티 하카타(キャナルシテイ 搏多)는 내부가 인공 운하가 있는 이색적인 곳이었는데 유명한 쇼핑몰로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지나서는 나카스 포장마차촌이 보였다. 노천 광장에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고 맥주, 꼬치 등을 팔고 있었는데 다들 벌써부터 한 잔씩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갔다. 일본에서 버스 타는 것은 나도 유학 이후로 처음이라서 거의 10년 만에 타는 것이라 처음에는 자신 있게 탔지만 조금 얼떨떨했다. 버스를 타고 우리가 향한 곳은 후쿠오카 타워였다. 가는 길에 지역 야구팀이자 일본에서도 강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이 보였다. 홈구장인 후쿠오카 돔은 일본 최초이면서 유일한 개폐식 지붕이 있는 야구장인데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것은 아니고 그전에 호크스를 갖고 있었던 일본 소매기업 다이에에서 1993년도에 개장한 구장이다. 


후쿠오카 타워

버스 종점인 후쿠오카 타워 정류장에서 내렸다. 온몸을 조명으로 반짝이는 타워가 눈 앞에 보였다.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후쿠오카 타워는 1988년에 세워진 높이 234m의 송신탑이다. 일본 유수의 방송사의 설비가 있는 곳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NHK와 아사히, 마이니치 등 여러 방송사의 송신소로 사용된다. 가장 높은 전망대까지는 약 70초면 가는데 높이 123m에 위치해있다. 전망대에서 후쿠오카를 조망할 수 있는데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가자마자 탈 수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설명하는 가이드분이 우리가 한국인인걸 알자 한국어로 능숙하게 설명도 해주었다. 한국어를 정말 잘해서 지금까지 만나본 일본인 중에서 가장 잘했던 것 같다. 아이도 일본 사람이 왜 한국어를 잘하냐고 놀라워했다. 전망대에서 후쿠오카의 야경을 감상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아이는 스탬프 찍는 것을 재미있어하면서 기념으로 하나 찍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이 있는 시내까지 돌아왔는데 유학생 시절에 혼자 타던 버스 생각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는 야구 경기가 끝났는지 구장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어서 진풍경이었다. 


야식으로는 그 유명한 하카타 라멘(博多ラーメン)을 맛보러 갔다. 하카타 라멘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라멘인데 이름의 유래는 과거 지명에서 왔다. 후쿠오카라는 지명은 현재 이 도시의 서쪽 지역으로 사무라이들이 거주하던 곳이었고, 동쪽은 하카타라고 다른 도시였는데 통합되면서 지명 투표에서 후쿠오카가 되었기에 도시 이름이 후쿠오카가 된 것이다. 대신 항구, 역 명칭은 하카타를 쓰면서 공존하고 있다. 라멘은 비록 중국에서 유래되었지만 일본에서 꽃 피워 대중화되었으며 전 세계에 퍼져있는 요리 중에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라멘 가게들이 포진해있다. 일본 라멘은 크게 돈코츠, 시오, 미소 라멘으로 나뉠 수 있는데 돈코츠는 돼지 사골 육수를 활용한 것이고, 시오는 소금, 미소는 된장을 뜻한다. 하카타 라멘은 그중에서 돈코츠 라멘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자랑하는 후쿠오카의 자랑이다. 부산에 돼지 국밥이 있으면 후쿠오카에는 돈코츠 라멘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카타 라멘을 먹자니 예전 도쿄에서 일본인 친구와 야타이에서 밤에 먹었던 기억이 났다. 이 하카타 라멘은 야타이 같은 포장마차나 개인 식당도 엄청 많지만 잇푸도(一風堂)라고 하는 거대 체인점이 있어서 일본 전국에 체인점이 있고 유명해서 나도 내가 유학하던 도시에 잇푸도 체인점이 생겼다고 일본 친구들이 그러길래 간 적이 있었다. 일반 라멘 국물과는 다르게 묵직하면서 걸쭉하고 입술이 반들반들해질 정도로 맛이 있는 라멘인데 속을 따뜻하면서 든든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큐슈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후쿠오카 시내


쿠시다 신사


후쿠오카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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