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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Jun 01. 2021

가깝고도 먼 그곳, 큐슈

만 4살 아이와 일본큐슈준비

나에게 있어서 일본은 다른 나라들보다는 각별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 역사를 좋아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도 좋아하는데 우리와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나라라면 중국과 일본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자리 잡고 있는 동북아시아에 유럽이나 동남아처럼 많은 나라가 없어서 그렇겠지만 이 두 나라 중에서는 일본에 더 관심이 많이 갔는데, 그건 무사의 나라로 사무라이 정권이 세워진 것, 제국주의 시대에 열강으로부터 문호를 개방하고 근대화에 성공한 것,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 삼아서 많은 고통을 준 것 때문에 이런 것들을 조금 더 현지에서 정확히 알고 싶어서 대학 당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학과 친구들도 만났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미술, 봉사, 가라데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거기서 알게 된 친구들도 나라만 다르지 하는 건 똑같았다. 기숙사에서 살았지만 홈스테이 이벤트도 있어서 그때 참가해서 만났던 노부부와 동네 사람들, 도움 주시던 대학 봉사 아주머니와 할머니들도 만나면서 여러 경험을 쌓기도 했다. 항상 좋은 사람들만 만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 좋은 인연으로 도움을 많이 받고 생활했었다. 그러면서 꼭 가고 싶은 일본 지역으로 큐슈가 있었다. 내가 유학했던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었고, 주로 혼슈에 있는 도시들을 방문해봤는데 일본의 본토 섬 중에서 가장 밑에 있는 큐슈에 가서 그곳에 있는 역사 현장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비록 무더운 여름이어서 큐슈 또한 살인적인 더위를 자랑했지만 멀리 나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오히려 여름에는 걷고 돌아다니는 여행이 힘드니 가까운 큐슈 일주로 여행지를 정했다.


일본 음식은 자극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고 아이도 잘 먹기 때문에 여행지로 고르는데 이견이 없었다. 곳곳을 돌아다닐 큐슈는 우리나라 경상도보다 크기가 넓은 지역으로 꽤 넓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사정상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이동하기에는 힘들어서 렌트하기로 했다. 여러 도시를 이동하면서 다닐 거라서 짐을 챙기고 풀고 하는 것도 일이었고 더군다나 어머니와 아이도 함께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타면 정류장이나 터미널, 역까지 가는 것과 거기서 이동해서 다시 숙소로 이동하고 하는 것들이 번거로울 것 같아서 렌트해서 가기로 했다. 가까운 나라이고 약 같은 것은 현지에서도 살 수 있으니 아이의 건강에 대한 걱정은 딱히 들지는 않았다. 어린이집을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되어서 곧잘 따라다니고 혹시나 열이 나거나 아프면 현지 약국이나 병원을 가면 되니 말이다. 


큐슈(九州)는 '9개의 주'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섬이 있는 일본 열도에서 가장 큰 본섬 4개 중 하나이다. 이 외에 시코쿠(四國), 혼슈(本州), 홋카이도(北海道)가 있다. 큐슈에는 현재 9개의 주는 없고 7개의 현이 있는데 큐슈라는 이름의 유래는 옛날 9개의 쿠니(행정구역)가 있어서 이러한 지명이 된 것이다. 현재 큐슈의 7개 현은 후쿠오카 현, 나가사키 현, 구마모토 현, 가고시마 현, 미야자키 현, 오이타 현, 사가 현으로 우리가 방문할 예정인 곳은 총 5개 현으로 큐슈 일주를 할 생각이었다. 후쿠오카에서 시작해 나가사키, 구마모토, 가장 남쪽에 위치한 가고시마를 찍고 미야자키를 갔다가 돌아오는 루트였다. 이를 위해서 미리 자동차 렌트 예약도 하고 국제 면허증도 만들어 놓았다. 예전에 오키나와에서 운전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일본 현지 운전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정도 붙은 상태였다. 여행의 첫 출발지인 후쿠오카는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한국어로 된 설명이 굉장히 많고 한국인들도 많다고 했다. 나가사키는 나가사키 짬뽕과 카스텔라가 유명하고 일본 역사 인물 중 사카모토 료마가 지냈던 곳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더불어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이었다. 구마모토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할 때 선봉에 섰던 가토 키요마사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구마모토 성과 라멘이 유명했다. 가고시마는 사쿠라지마라는 화산이 유명했고, 일본 제국주의 당시 사츠마 군벌로 유명한 곳이었다. 미야자키는 일본 고대의 신화가 살아있는 곳으로 남국의 경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나머지 사가 현과 오이타 현은 제외였는데 그곳은 온천이 유명한 곳이라 더운 여름에 굳이 온천을 즐길 생각은 없어서 제외하게 되었다. 


우리가 가려는 큐슈는 일본 역사에서도 도래인들이 주로 왔던 곳이고 일본 고대 신화, 전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 고대 국가인 야마토의 위치에 대해서도 큐슈인지 간사이 지방인지 이견이 있기도 하다. 도쿠가와 막부 시절 쇄국정책을 폈던 일본이 유일하게 개방했던 곳이 나가사키였고, 임진왜란 당시 침략의 전초기지가 바로 큐슈이기도 했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 이후에는 사츠마 군벌로 대표되듯 일본 제국주의의 중심 역할을 한 곳으로 대륙 진출의 용이함 때문에 많은 군수공장이 세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발전의 이면에는 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당하는 아픔이 있었다. 이렇듯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는 지역이기에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그 의미를 더욱 부각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본섬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날씨가 후덥지근한데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나에겐 최상의 입지조건이었다. 나중에 산다면 아열대 기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나였기에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이 훨씬 좋았다. 비록 한여름이라 날씨가 너무 덥지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되었다. 그리고 태풍도 자주 불어오기에 떠나기 전 기상 체크를 해서 태풍이 오지 않나 확인을 했다. 그리고 가고시마 같은 경우는 사쿠라지마라는 활화산이 있기 때문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었다.  


짐은 여름이기 때문에 가볍게 챙겼다. 어머니도 작은 캐리어 하나가 전부였고, 나와 아내의 짐보다 오히려 아이의 짐이 많을 정도였다. 모자와 선크림 등 여름 필수품을 챙기고 반팔, 반바지 등 챙겨서 악명 높은 우리나라의 여름보다 더 더운 큐슈의 햇빛에 대비해야 했다. 우리나라도 여름에는 열대야에 기온이 30도는 우스울 정도로 급상승하는데 위도가 우리보다 밑인 큐슈도 만만치 않아서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우리나라보다 온도가 낮지 않았다. 그래서 차로 이동하면서 내내 에어컨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아마 녹았을 것 같았다. 환전은 일단 일본이 신용카드가 잘 안되니 현금은 식비와 예비비 정도로만 챙겨 갔다. 호텔이나 다른 곳에는 미리 예약을 해놓고 결제는 카드로 할 수 있으니 조금 넉넉하게 환전을 했다. 이렇게 준비를 끝낸 우리는 5박 6일의 큐슈 일주 여행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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