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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May 31. 2021

동방의 파리에서 독립을 외치다

2017년 10월 4일(4일째)-상하이 IFC몰, 예원, 신천지,루짜주

푸둥신구의 스카이 라인

간밤에 아이가 소리 지르며 아내에게 가라고 하고 괴로워했다. 아내도 졸리고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머니도 잠에서 깨서 달려오셨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아내한테 같이 자자고 손잡고 누웠다. 잠결에 안 좋은 꿈을 꿨는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새벽녘의 소동은 끝나고 다들 해가 떠오를 때까지 푹 잠을 잤다. 느지막이 일어나 짐 싸서 정들었던 난징시루의 숙소를 떠나고 새로운 숙소로 출발했다. 새로운 숙소는 상하이 푸둥신구(浦東新區)에 있는 IFC몰 호텔이었다. 푸둥신구는 상하이의 미래는 물론 중국의 미래가 모여 있는 곳으로 진마오 타워, 동방명주 탑, 상하이 타워, 세계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IFC) 등이 있다. 1990년대까지는 그저 그런 동네였지만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빽빽한 빌딩이 가득 찬 곳으로 변모했다. 서울의 강남과 같은 분위기였지만 그보다 더 규모가 컸다. 어디든 눈동자를 굴려봐도 마천루가 눈 안에 들어오는 곳으로 미래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특히 상하이의 최고층을 자랑하는 상하이 타워와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진마오 타워는 서로 모여 있어서 상하이 스카이 라인을 책임지는 삼대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빌딩이 아닌 탑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보여주는 동방명주 탑(东方明珠塔)은 1994년에 완공되었는데 현재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타워라고 한다. 독특한 디자인과 중국의 경제 성장을 보여주는 건축물이어서 중국 정부로부터 가장 높은 5A 관광 등급을 받았다.


상하이 마천루 삼대장과 동방명주 탑


비도 내리지 않고 짙은 남색의 하늘과 하얀 구름이 수놓아진 날씨에 호텔로 이동했다. 상하이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여전히 사람도 많고 다소 헤매는 상하이 거리였지만 그래도 일찍 체크 인이 가능해서 짐을 풀고 조금 쉴 수 있었다.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 중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고급스러운 숙소로 방도 여러 개에 넓어서 아이 포함해 5명이 쓰기에는 여유로웠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황푸강 전경도 무척 멋져서 다들 마음에 들어했다. 잠시 쉬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 호텔에 있는 유명한 식당을 찾았다. 중국에 왔으니 딤섬, 샤오롱바오를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딤섬, 샤오롱바오, 매운 닭튀김, 볶음밥과 볶음면 등을 주문해서 먹었다. 격식 있는 식당에서 맛본 요리는 다들 맛이 좋아서 식도락의 즐거움을 주었다. 기운을 충전하고 우리는 예원(豫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드라이아이스 망고주스

예원은 황푸강 서쪽인 푸시(浦西)에 위치해 있는데 푸시는 상하이의 구시가지로 이 안에 우리가 저번에 갔던 신천지, 와이탄도 위치해있었다. 예원은 명나라 가정제 통치 시기인 1559년에 개인 정원으로 반윤단이 만들었는데 1577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그 후 1842년 아편전쟁이 일어나 영국군이 쳐들어왔을 때 영국군이 이곳을 며칠간 점령했었고, 태평천국운동이 일어났을 때 관군이 점령을 했다가 1942년에 일본군이 점령하는 과정을 겪는 등 부침이 있었다. 그래도 상하이 시내에서 유일하게 전통 정원 양식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정원이라 상하이 사람들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라고 전해진다. 가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망고 푸드트럭이 있어서 1L에 달하는 망고주스에 위에는 망고 아이스크림과 큐브로 자른 생망고를 얹은 음료가 있어서 다들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다녔다.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서 그런지 하얀 김이 나오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예원 담벼락 옆으로는 민가가 주욱 늘어 있어서 널어진 빨래 구경도 재미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겨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근처에 있는 시장인 예원상장은 전통적인 공예품, 기념품들을 팔고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예원 옆에 있는 성황묘(城隍廟)는 참배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명나라 영락제 당시 세워진 성황묘는 성황신으로 진유백을 모시고 있었다. 원말 명초의 인물인 진유백은 상하이에 내려와 살았는데 명나라 주원장이 나라를 세우고 등용했는데 그가 죽자 상하이를 수호하는 성황신으로 봉해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목마 타고 잠자기

엄청난 인파를 뚫고 나서 가까운 신천지(新天地)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곳에서 상하이의 밤을 보내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20분쯤 걸었을까, 안고 있던 아이가 잠들어서 그대로 내가 안고 갔다. 오랫동안 안고 있다 보니 팔이 얼얼해서 나중에는 목마 태우고 걸었다. 목마 타면서 아이는 내 머리를 베개 삼아 잠을 잤다. 신천지하면 상하이의 핫플레이스지만 우리 민족에겐 잊을 수 없는 유적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곳으로 어젯밤에 신천지를 방문했을 때 어둠이 짙게 깔린 임시정부 청사에 갔다가 오늘 다시 방문했다. 좁은 골목을 지나면 그렇게 크지 않는 2층 집 석조 건물이 나오는데 그곳이 초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이다.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3.1 운동 이후 독립 의지를 가진 민족의 열망이 모여 탄생한 정부로 4월 11일에 설립되었다. 한성정부와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한국민의회가 통합되어 9월 11일에 통합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는데 처음 상하이에 위치했기에 상해 임시정부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상하이는 당시 조계지가 있어서 프랑스 조계지에 위치했던 이곳에 임시정부를 두어서 외교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나중에 중일전쟁의 화마를 피해 계속 이동을 거듭하는데 중국 서쪽 내륙에 위치한 충칭까지 이동하게 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비록 조그마한 건물 속에서 생활했지만 일제로부터 독립하고 새로운 민국을 만들겠다는 그 의지는 드높았을 독립운동가들이 100여 년 전에 이 거리를 걷고 드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켠 아려오면서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둘러보고 근처 카페에 가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연휴 기간이라 그런지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해서 노천 식당으로 갔다. 아직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지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아내와 동생이 모두 중국 요리 중에서 베이징 덕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록 상하이였지만 베이징 덕을 먹기로 했다. 상하이에서 베이징 덕이라니 마치 대구에 가서 전주비빔밥을 시켜먹는 꼴이었지만 그래도 근사하게 맛볼 수 있었다. 베이징 덕과 다들 좋아하는 샤오롱바오, 볶음밥을 주문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노천 식당에도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리에도 사람들이 많아졌다. 베이징 덕은 종업원이 직접 훈제된 오리를 들고 나와서 먹기 좋게 슬라이스 해주고 싸 먹을 수 있는 것까지 해서 세팅을 해주었다. 겉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오리 고기를 채소와 함께 밀전병(춘빙)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으니 10년 전에 어머니와 베이징 여행을 할 때 처음 먹어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베이징 덕

식사를 마치고 신천지에서 루자쭈이(陆家嘴) 역으로 넘어와서는 황푸강 야경을 보았다. 홍콩의 야경도 멋졌지만 상하이의 야경도 더할 나위 없이 멋졌다. 수평으로 도도히 흐르는 강과 수직으로 곧게 뻗어나간 수많은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놀라워 보였다. 루자쭈이에서 바라본 와이탄(滩)의 모습이 중국의 개항기라면 루자쭈이는 중국의 현재이자 미래라서 강을 두고 이렇게 대비되는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에는 없는 디즈니 가게가 보여 구경을 했다. 아이가 노래를 부르던 맥퀸부터 스타워즈까지 아이는 정신을 못 차리고 너무 좋아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선물 하나 해주겠다고 하시면서 골라보라고 하셨다. 이번 여행에서 최대의 집중력을 보인 끝에 고른 것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였다. 어머니가 아이를 생각해서 거금을 쓰셨다. 아이는 큰 쇼핑 봉투를 들고 행복해서 저녁 내내 효자 노릇을 했다. 마트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돌아와서는 다 같이 라면, 과일,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끝을 그렸다.


예원








성황묘
상하이 와이탄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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