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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Jun 01. 2021

땡볕 아래 모래찜질과 온천

2018년 8월 13일(4일째)-이부스키, 가고시마 시내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는 이부스키

추울까 봐 간밤에 에어컨을 끄고 잤더니 너무 더워서 다들 잠을 설쳤다. 한여름은 한여름이었다. 하지만 정갈하고 맛있는 호텔의 조식을 먹고 다들 살아났다. 미리 차려진 개인 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여러 반찬밥을 갖다 주고 돼지고기 샤부샤부도 꿀맛이었다. 아이용으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식판을 갖다 주어서 아이도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다. 다들 기력을 회복하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카이몬 다케를 배경으로 어머니와 아이

가고시마 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온천이 유명한 이부스키 시로 출발했다. 큐슈 남쪽 끝에 있는 인구 4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는데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정상 회담이 열린 곳이라고 한다. 야자수가 도로가에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니 여기가 남국(南國)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이 조금 막혀서 12시쯤 도착했지만 이부스키 온천(指宿温泉)이 있는 헬씨랜드는 하와이에 온 듯 이국적이었다. 저 멀리 우뚝 솟은 카이몬 다케(開聞岳)도 보였다. 카이몬 다케는 일본 관동 지방의 후지산을 닮았다 하여 사츠마 후지라고도 불린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풍광을 보고 일본의 하와이라고 하면서 신혼여행지로 유명하고 가고시마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다. 


모래찜질 중

처음 보는 풍경에 모두 기대감이 높아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주차를 하고 입장권을 산 다음 안으로 들어가니 염전과 화산으로 솟아오르는 증기가 보였다. 이곳의 명물인 모래찜질(砂むし)을 하는 곳으로 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대기실에 모였는데 어린이용 유카타를 입은 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곳의 모래는 특이하게 검은색으로 훈기가 도는 검은 모래를 덮고 찜질을 하는 게 유명했다. 네 명이 바다를 보고 누워서 검은 모래에 파묻혔다. 머리는 모래가 묻지 않도록 수건으로 감싸고 누웠는데 모래는 까칠하면서 무겁고 따뜻했다. 우리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20분이 지나자 땀이 살짝 났다. 모래를 덮어주는 직원이 우리의 모습을 사진을 잘 담아주었다. 이도 같이 찜질을 했는데 가만히 못 있고 지꾸 손발을 움직이다가 결국 10분 정도 지나자 일어나서 돌아다녔다. 아이에게 엄마 모래 좀 덮어주라고 부탁했는데, 묶었던 유카타 끈이 풀어져서 누드로 걸어 다니며 정신없이 엄마에게 모래를 덮어줬다.

온천과 찜질의 도시


모래찜질을 하고 난 뒤

모래찜질이 끝나고 샤워를 한 다음에 노천 온천탕에 갔다. 한여름의 땡볕 아래였지만 훨씬 뜨거운 온천물 안에 몸을 담그고 바람을 맞으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남녀로 나뉘어 있어서 아이와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뜨끈뜨끈한 탕 안에서 몸을 녹였다. 붐비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처럼 온천을 즐기러 온 사람이 있구나 하고 조금 놀랐었다. 겨울이면 더 좋았겠지만 한여름의 온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는 신나서 탕 안을 돌아다니고, 물 뿌리다가 냉탕에도 들어갔다. 더운 날, 더 더운물 속에서 온천을 하다니 참 아이러니지만 다 같이 로비에서 만났을 때 어머니가 "여기가 여행 다닌 곳 중에 제일 좋다."라고 해서 우리는 보람이 있었다. 나와서는 자판기에서 시원한 가고시마산 농협 우유와 오렌지 주스, 사이다, 젤리 등을 뽑아 마시며 갈증을 풀었다. 뜨거운 물에 풀어져 노곤해진 우리는 모두 가고시마로 가는 길에 잠이 들었다. 홀로 깨야하는 나는 잠을 참으며 운전하시느라 이 빠질 지경이었다. 무사히 가고시마까지 안전하게 운전해서 도착하니 그때 피곤이 풀렸다. 


저녁은 가고시마 아케이드 시내에서 아내가 먹고 싶었던 도톰한 돈카츠를 먹었다. 안심과 등심 등 모둠으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맵거나 짜지 않고 입에 넣자마자 녹는 고기와 튀김옷 때문에 이도 수월하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아케이드를 여유롭게 거닐면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가고시마 과자 등 간식거리도 샀다. 추운 것보다 더운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마지막으로 가고시마 명물인 시로쿠마(白熊) 팥빙수, 흑설탕 빙수를 먹으면서 시원한 밤을 보냈다. 시로쿠마 빙수는 옛날에 먹던 절인 과일이나 젤리, 떡 등이 붙어 있어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향


시로쿠마 빙수와 흑설탕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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