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날짜는 준공이 되는 때에 맞추어 2월 중순으로 잡았다. 본래 1월 말에 준공되는 것으로 예정되었지만 날씨로 인해 며칠 연기가 되고 꼼꼼하게 공정을 하다 보니 다소 늦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2월 중순에는 들어가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는 먼저 3군데에 연락해서 견적을 받았다. 가격은 다들 비슷했지만 이야기가 잘 통했던 곳과 계약해서 진행했다. 집이 남향이지만 북쪽으로 도로를 면하고 있어서 이삿짐을 옮길 수 있는 큰 창문이 없었다. 2층으로 옮기는 것은 1층 현관문 위 사이드 데크 쪽 2층 현관문으로 사다리차를 이용해서 해야 했다. 기둥이 없어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옮기는데 하중 문제가 없을까 시공 대표에게 문의하니 그 정도는 괜찮을 거라 해서 안심이 되었다. 이사는 어머니 집과 우리 집을 해야 해서 이틀에 걸쳐하는 것보다는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을 하고, 점심 이후에 어머니 집을 하기로 했다.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 전원주택 단지가 있었기에 이사 거리는 짧았다. 이사까지 4주 정도 시간이 남아서 그 사이에 천천히 짐 정리를 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 있는 조립 장롱의 이전 설치가 사전에 되어야 하고, 어머니 집은 에어컨과 돌침대가 옵션 숙제였다. 조립 장롱 이전 설치 가격이 이사 비용의 절반 가까이 되는 거라 만만치 않아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새로 사는 것보다는 원래 있는 걸 잘 쓰고 싶었기에 비용을 내고 이전하기로 했다.
그에 맞추어 동네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같이 이사를 가기에 같은 아파트 단지의 집 2채를 내놓게 되었다. 어머니 집은 혼자 산 데다 평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집이 깔끔하고 근 1년을 비워놓은 상태여서 집 상태가 매우 좋아서 같은 평수에 같은 층인 우리 집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내놓았다. 집을 내놓은 지 몇 시간 만에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낮에 구매자가 한 번 집을 보고, 저녁에는 구매자와 가족이 와서 한 번 집을 둘러보았다. 우리 집과 어머니 집 2채 모두 둘러봤는데 어머니 집이 굉장히 깔끔하고 청소조차 필요 없이 바로 입주해도 될 정도였고, 우리 집은 아이와 만 6년 정도 살았기 때문에 사용감이 있는 상태였다. 우리 집이 1년 전에 친환경 페인트로 벽을 깨끗하게 칠하고 대체적으로 깔끔하게 살기는 했지만 낡고 손봐야 할 곳이 있기에 가격이 다소 낮아서 우리 집과 계약하기로 했다. 이렇게 대출금을 상환할 여유가 생기고 공사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어머니 집도 며칠 있다가 매수한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우리 집보다는 좋은 가격으로 계약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렇게 두 집 모두 매매하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끝나가는 내부 공사와 맞추어 외부는 조경 공사, 2차 폐기물 정리가 끝났다. 조경은 설계 당시 선택했던 잣나무, 노각나무, 미산 딸기나무, 배롱나무, 돌감나무, 철쭉 등으로 심었다. 전원주택에서 키우기 좋은 나무들이었는데 법적으로 내가 살고자 하는 지역은 침엽수, 활엽수 등을 비중에 맞게 심어야 했다. 최근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 땅이 얼어서 미니 포클레인까지 불러서 땅을 파려 했지만 실패해서 날이 조금 풀리고 1월 말에 심게 되었다. 폐기물 정리와 함께 주차공간 버림 콘크리트 작업 이후 양생이 끝나면 현무암 판석과 압축 투수 블록까지 시공하기로 했다. 미뤄두었던 스타코 플렉스 마감도 끝이 났다. 주택 상부는 흰색, 하부는 먹색으로 시공하기로 했는데 공사로 인해 계속 오염이 되어 하부는 시공을 안 하고 있다가 1월 말이 되어 하부 도색을 완료했다. 이때 패어거나 오염된 흰색도 손질을 해서 깔끔한 외관으로 탄생되었다. 이렇게 이사까지의 날짜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성큼 다가왔고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마당 조경수 식재
현무암 판석 시공
투수 블록 시공
외벽 스타코 플렉스 하부 도색 후
우리 집의 이사 난제 중에 하나였던 조립장은 1월 말에 해당 브랜드 업체에 문의해서 따로 이전을 했다. 이사 가기 직전에 옮기고 싶었는데 2월에는 이사 시즌이라 신규 설치만 가능하고 이전 설치는 안된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1월 말에 이전하게 되었다. 분주하게 오전부터 분해를 한 다음 이사 갈 주택으로 가져가서 재조립을 했다. 2층까지 운반하는 게 계단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다리차를 불러서 2층 사이드 데크 쪽으로 올려 운반했다. 안방의 한 면을 가득 차지할 만큼 상당히 큰 장롱이었는데 다행히 2층 현관문을 통해서 잘 들어갔다. 11시에 시작된 조립장 분해 시공은 오후 2시가 되어 재조립 완성이 되었다. 그렇게 맞춰놓고 나니 마루 색이랑 잘 어울려서 그럴싸한 안방이 되었다.
안방 조립장 이전 설치
이날 저녁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가끔 가던 중국집에 가서 먹기로 했다. 앞으로 2주 정도 지나면 이사라서 더 이상 올 일이 별로 없을 듯해서 시간 날 때 외식하면서 추억하기로 했다. 항상 말 걸어주고 몇 마디라도 이야기 나누던 주방장 사장님의 여전한 모습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전에 단골 빵집에 들러서 곧 이사 간다고 말하니 사장 아주머니께서 매우 아쉬워했다. 아주머니는 이사 가기 전에 꼭 한 번 더 들리라고 하며 계속 아쉬운 감정을 내비쳐서 우리도 덩달아 마음이 헛헛해졌다. 몇 년 동안 1~2주에 한 번은 꼭 들리던 빵집이라 서로 얼굴도 알고 정이 들었는데 이렇게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게를 잃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다른 가게도 들리게 되면 이제 곧 이사 간다고 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들 어디로 가냐, 아쉽다며 꼭 다시 놀러 오라고 하면서 이야기하며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동네 거리에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싱싱한 식자재가 넘쳐나는 마트,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풍기던 빵집, 솜씨 좋은 사장님들이 있는 여러 음식점들,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했던 카페, 아이가 아팠을 때 다녔던 의원 등 걸어서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곳들이 많고 나와 아내, 아이가 같이 다녔던 추억이 서려있는 거리라서 새삼 바라보고 있자니 동네에 대한 아쉬움이 덧칠해졌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을 하면 또 그곳에서 동네의 추억이 만들어지겠지만, 아이가 기어 다닐 때부터 초등학교까지 입학했던 시간까지 7년을 함께 했던 지금 이 동네를 떠나는 게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 때문인지 쉽게 사라지진 않았다.
다시 들린 빵집에 가서 당분간 못 올 거라 생각해 빵을 가득 샀다. 사장 아주머니께서 몇 년 동안 얼굴 보고 지냈는데 가니 아쉽다며 또 빵을 잔뜩 챙겨줘서 생각지도 못한 빵 부자가 돼서 나왔다. 현장에서는 입주 청소가 한창이었다. 건축 공사 후 제대로 하는 청소였는데 엄청난 먼지와 자재 때문에 입주 청소도 쉬운 일이 아닌 듯했다. 목요일에는 1층 서재에 들어갈 책장 4개가 들어와서 설치했다. 입주 청소를 이틀에 걸쳐서 하고 나니 그런대로 깨끗한 상태가 되었지만 이사 전 주말에 나와 아내는 한번 더 와서 개인적으로 청소를 하기로 했다. 주말에는 블라인드 시공과 실리콘 보강이 있었다. 평일 저녁에 내내 했던 이삿짐 정리도 끝이 보여서 토요일 오전까지 하니 어느 정도 버릴 것과 가지고 갈 것이 구분이 되었다. 점심은 건너뛰고 현장에 가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블라인드 업체 사장님이 와서 1층과 2층 각 방과 거실 블라인드 설치를 하고 가니 집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특히 2층 거실 블라인드는 새하얀 블라인드여서 밤에 영화 감상하기에 좋아 보였다. 실리콘 보강은 특별히 요청해서 창문틀과 틈새 보이는 곳들을 했는데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꼼꼼하게 마감하고 싶어서 이왕 이사하기 전에 하는 게 나아 보였다. 이렇게 이사하기까지 준비가 끝났다. 4개월이 넘는 공사 기간 동안 건축사와 시공 대표의 정성과 발걸음 덕분에 좋은 집이 완성된 듯해서 함께 건축 동행에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사 가기 전날까지 아내와 나는 짐 정리가 한창이었다. 버리고 정리해도 다음날 되면 또 나오는 게 이사 준비의 묘미였다. 미리 이사 갈 집에 깨질만한 물건들은 갖다 놓고 간 김에 쓸고 닦기도 하면서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집안을 동영상 촬영하며 기억으로 남기는데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이사하는 날 아침 7시에 우리 집, 오후 2시부터는 어머니 집을 하기로 계약해서 나와 아내는 6시부터 스텐 바이하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사 차량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이삿짐 센터에 문의하니 오다가 펑크가 나서 그렇다고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8시가 넘어서 도착해 시작하게 되었다. 미리 작은 것들은 한 번에 싸놔서 짐 옮기는 것은 순조로웠다. 점심때가 되어 이사 갈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는 나는 다시 어머니 집으로 갔다. 다른 팀이 도착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머니 집은 소파, 돌침대, 장롱 등 큼지막한 짐들이 있어서 추가 용달을 불러야 했지만 잘 챙겨서 이사 갈 집으로 가니 이미 오후 5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것까지 하니 저녁 8시 가까이되어 끝났다. 나와 아내, 아이는 떡을 미리 주문해 받아서 주변 집들에게 이사 인사를 했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서 앞으로 이곳 생활이 기대되었다. 짐 정리 엄두는 못 내고 바닥만 쓸고 닦고 하니 시간이 밤 11시가 넘어가서 그렇게 이사 첫날밤이 지나갔다.
이사 온 후
다음 날에 눈을 뜨니 밤사이 눈이 내려서 소복이 쌓인 눈꽃세상이 보였다. 이사는 왔지만 소소하게 마무리될 것이 CCTV 설치와 물 빠짐 통 수정 등이 있었다. 먼저 CCTV 설치는 사전에 인터넷 설치가 되어야 가능해서 오전에 하기로 했는데 업체에서 전신주 문제가 생겨서 결국 못하고 다른 인터넷 회사를 알아보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도심에 있는 주택인데 바로 인터넷 설치가 안되고 주택에 사니 별 생각하지 않은 것이 변수로 작용하는가 싶었다. 현관 번호키도 비밀번호 변경이 안되어서 AS수리를 받았다. 그래도 시간이 천천히 해결해주리라 믿고 정리하면서 이사 마무리를 했다. 페인트 시공 사장님이 와서 이사 후 찍히거나 먼지 뭍은 곳들을 다시 칠하는 작업을 해주고, 우리는 계단에 여행 사진을 거는 것으로 긴 건축 여정을 끝냈다. 이렇게 우리가 살 집을 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