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살 아이와 단둘이 블라디보스토크(5)

2019년 9월 11일(3일째)-해양공원, 정교회 성당, 신한촌 기념비

by 오스칼

어제 푹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잠이 안 와서 아이랑 밤 11시에 끄고 누웠지만 나는 계속 핸드폰 하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을 청했다. 어디서 단체로 왔나 게스트 하우스 로비에서 술판이 벌어져 다소 시끄러운 소리도 들렸다. 침대 2층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잠결에 소리가 나서 들어보니 1층 침대에서 쉬 마렵다고 아이가 칭얼거리면서 울먹거려서 바로 내려가서 오줌 통에 싸게 했다. 아이에게 아빠 많이 불렀냐고 물어보니 만 번 불렀다고 했다. 내가 깊게 잠들었나 보다. 시간을 보니 그때가 새벽 3시였다. 껌껌하니 못 일어나고 혼자 오줌을 못 쌌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잠이 완전 선잠으로 뒤척이다가 겨우 부스스한 얼굴로 9시 30분에 일어났다. 일어나니 어제보다 훨씬 선선했다. 날은 여전히 화창했다. 첫날에는 더워서 창문을 조금 열고 잤는데 오늘은 닫고 자도 될 것 같았다. 아이는 옷 갈아입으면서 집에 가기 싫고 여기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여기에 여행 말고 사는 사람들이 있냐고 물어봤다. 완전 여행에 적응한 모습이다. 어린이집에 안 가고 놀면서 여행이 주는 설렘과 환희에 아이도 빠져든 것 같았다.

같이 세수를 하고 아침 먹으러 나오니 바람이 조금 불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바람막이 점퍼를 입혔는데 바지는 냉장고 바지라 아이가 다리는 왜 안 돌봐주냐고 물어봤다. 다리도 조금 시린데 왜 따뜻한 바지로 안 갈아입혀주냐는 소리였다. 일단 밖에 나왔으니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에 돌아 가면 바지를 첫날 입었던 조금 두꺼운 바지로 갈아입기로 했다. 바로 숙소 옆에 있는 2층 카페에 가서 조각 케이크 3개랑 카페 라테, 오렌지 주스를 시켜서 먹었다. 이렇게 14,000원 정도밖에 안 했다. 생각보다 이곳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저렴해서 여행 내내 식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카페는 테이블도 많이 비어 있어서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한가롭게 아침을 즐긴 후 숙소에 가서 양치를 하고 짐 챙겨서 나왔다. 바람이 다소 불어서 아이는 냉장고 바지에 아예 첫날 입은 바지를 덧입혀서 나왔다.

오픈된 관람차

그리고 아이에게 있어서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해양공원 놀이동산에 갔다. 크기는 생각보다 많이 작았지만 인구 60만 도시에 있는 놀이동산 규모로 아기자기하게 있을 건 다 있었다. 사람들은 별로 없고 있다면 대개 러시아 부모와 아이들이었다. 한국인은 우리만 있는 듯했다. 먼저 매표소에서 카드 충전을 하고 타는 방식이라 2,000 루블(4만 원)을 충전하고 신나게 탔다. 처음에 2,000 루블을 충전해달라고 하니 매표소 직원이 놀라면서 진짜냐고 물어봤다. 아마 이렇게 많이 충전하고 타는 사람이 없어서 놀랐나 보다. 아이가 놀이동산에서 많은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 해 오전에 시간을 내어 충분히 놀기로 한 거라서 마침 사람들도 별로 없으니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첫 번째로 탔던 관람차는 바람막이가 없다고 해서 해양공원 명물이라고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소소하게 유명했는데 정말 타보니 가림막은커녕 안전벨트도 헐거운 오픈된 방식이라 신기하고 다소 놀라웠다. 아이는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되었는지 올라가면서 소리도 지르고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범퍼카를 타러 갔는데 우리와 러시아 아버지와 아이 해서 두 팀이 그 넓은 공간을 다 썼다. 처음에 아이가 본인이 액셀을 밟겠다고 해서 시켰는데 조종하는 법을 몰라 벽에 엄청 부딪히고 그 러시아 부자가 탄 범퍼카에도 몇 번 부딪혔다. 나도 오랜만에 탄 범퍼카라 조종이 서툴렀는데 그쪽 아버지도 그런 듯했다. 서서히 감을 익히고 왔다 갔다 하는 감을 익히니 아이도 충돌의 충격에서 벗어나 즐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수중 범퍼카, 회전목마, 꿀벌 비행기, 꼬마 기차, 자동차 운전 등 우리나라였으면 기다리고 기다리며 탔을 놀이기구를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타면서 여러 번 많이 탔다. 충전한 카드에서 결제되는 방식이라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몰라 확인하러 매표소에 가서 통역 어플을 활용해 의사소통하며 확인받아서 잔액 없이 잘 놀았다. 오전 내내 놀아 시간을 보니 2시간 정도 놀이동산에서 논 것 같았다. 어느덧 오후 1시 반이 돼서 점심 먹으러 저녁식사로 골랐던 가게를 미리 갔다. 찾는데 좀 헷갈렸는데 여기서는 조지아식 만두랑 송아지 스테이크를 골랐다. 양고기 볶음밥도 시켰는데 이건 좀 양 냄새가 나고 별로 였다. 아이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어서 다행이었지만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종업원이 입에 맞냐고 물어봤는데 길게 대화하기 힘들어서 맛있다고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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