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살 아이와 단둘이 블라디보스토크(6)

2019년 9월 11일(3일째)-해양공원, 정교회 성당, 신한촌 기념비

by 오스칼
선물 기도하는 아이

식사를 마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포크롭스키 성당을 향해 걸어갔다. 20분 정도 걸어가면서 아이는 참 많은 질문을 했다. 커다란 돌은 누가 들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돌은 누가 만들었냐고 물었고, 하느님이 만들었다고 하니 하느님은 착한 사람이냐고 물었다. 하늘, 땅, 동물 등 모든 걸 하느님이 만들었다고 하니 그럼 예수님은 뭘 만들었냐고 물어서 사랑을 만든 분이라고 알려줬다. 사실 나도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기에 질문이 있으면 대답을 주고받았다. 서로 손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성당에 도착했고 함께 기도도 올렸다. 기도는 물론 장난감 선물을 사달라는 내용이었다.

구경한 후 나와서 신한촌기념비를 향해 또 걸었다. 거리가 생각보다 조금 있고 오르막 길도 있어서 아이가 잘 갈까 생각했는데 가면서 게임도 하고 힘들면 목마도 태우고 이야기하며 걸으니 힘들지 않게 도착했다. 신한촌은 1863년부터 연해주에 조선인들이 이주하면서 조선인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되었던 장소이다.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조선인들이 떠나게 되었고 신한촌은 사라지게 되어 이를 기리고자 세운 기념비가 신한촌 기념비이다. 아이는 이 비석이 뭐냐 물어봐서 예전 여기 우리 사람들이 살았는데 쫓겨났었다고 해주고 기분이 슬프다 하니 아이도 공감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도 슬프다고 했다. 깊이 있는 대화는 아니어도 이렇게 대화 자체가 오간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한 살 한 살 더 먹어갈수록 이렇게 여행 왔을 때 점점 더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겠다는 기대에 아이의 성장이 기쁘고 고마웠다. 갑자기 아이는 아빠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다 했다. 왜냐고 물으니 착해서 그렇단다. 내가 그럼 엄마, 할머니 모두 선생님이라고 했다.

열심히 설명하는 러시아 할머니와 다소 긴장한 아이

저녁 먹으러 갈까 마트 갈까 하니 아이는 선물이 기대된다 해서 저녁부터 먹고 싶다 했다. 내가 아이에게 여행을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작은 선물을 해주겠다고 마트에 가자고 제안했었기 때문이다. 급히 검색해서 저녁식사를 할 괜찮은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함께 걷고 목마도 태우고 하다 가려던 마트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서 포크 립, 라비올리 파스타, 단호박 수프, 참치 타다키 샐러드를 주문하고 먹은 다음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맛있었는데 둘이 먹기에는 양이 다소 많아 조금 남길 수밖에 없어서 아까웠다. 웨이터가 친절히 잘 응대해줘 기쁜 마음으로 팁을 냈다. 그다음 아이가 고대하던 마트에 갔다. 바로 지하로 내려가니 식료품장이 크게 있었다. 역시 쇼핑하려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1층으로 올라갔는데 옷가게만 있어서 3층까지 올라가니 드디어 작게나마 장난감 가게를 찾았다. 주인 할머니가 친절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이에게 러시아어로 장난감 설명을 해줬다. 손자에게 설명하듯이 이것저것 보여주며 설명하는데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와 열심히 설명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나는 통역 어플을 활용해 할머니와 대화를 했고 아이는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보다가 아이언맨 로봇 레고를 골랐다. 계산을 하고 아이와 손을 잡고 숙소로 가는데 걷는 이 길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아쉽기도 했다. 너무 완벽한 나머지 흠집을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가보려 했던 곳도 다 가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어서 후회 없이 잘 마쳤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10점 만점에 만점이라며 아주 만족해했다.

게스트 하우스 리셉션에서 내일 아침 6시 30분에 체크아웃한다고 말하고 예치금 500 루블을 돌려받았다. 방에 와서 정리하고 샤워를 하러 갔다. 교체되었을 거라는 타월이 방에 가서 확인하니 교체되어 있지 않아서 찝찝했지만 다시 말하러 리셉션 건물까지 가기도 번거로워서 그냥 만져보니 말랐기에 다시 썼다. 매번 겹치는 사람 없이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 이용도 해서 다행이었다. 아이 데리고 같이 샤워하는데 샤워캡 없이도 눈감고 머리 헹구는 걸 잘 참아냈다. 아까 걸을 때에도 한번 넘어졌는데 아이는 자꾸 걸으면 튼튼해져서 자고 일어나면 더 잘 걸을 거라고 하니 뭔가 자신감을 얻었나 보다. 점점 커가는 게 눈에 보인다. 방에 남아 있는 물을 아이가 다 마셔버려서 밤 10시에 급히 옷을 입고 둘이서 거리에 있는 편의점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방앗간을 참새가 지나칠 수 없는 법이라 물과 함께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숙소 방에서 맛있게 까먹었다.

해양공원 놀이동산
조지아식 만두
신한촌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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