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의 구시가지 걷기

2018년 1월 8일(2일째)-이스탄불 구시가지

by 오스칼

본격적인 이스탄불의 첫째 날이 밝았다. 이곳이 이슬람의 나라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깰 수 있었다. 간밤에 춥지 않게 잠을 잘 청한 듯하여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해야 했기에 다들 일어나 씻고 난 다음 밖으로 나왔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했으니 첫 방문지인 하기야 소피아에 가는 길에 보이는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시가지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숙소는 나와서 보니 그 풍경이 눈 안에 오롯이 담겼다. 내리쬐는 햇살은 대한민국과 같았으나 보이는 풍경은 저 멀리는 모스크, 가까이는 이스탄불의 골목길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기야 소피아를 향해 걷는데 괜찮은 식당이 있길래 무작정 들어갔다. 터키에서 먹는 첫 아침 식사라 기대가 되었다. 자리를 잡고 익숙한 조식 메뉴를 선택해 주문을 했다. 그리고 터키에서 자주 마시는 차도 함께 주문했다. 이윽고 나온 조식은 비슷했으나 빵이 남달랐다. 커다란 빵이 계속해서 리필되는데 저렴한 가격에 놀라고 많은 양에 두 번 놀랐다. 다들 만족스럽게 풍족한 식사를 마치고 거리를 걸었다. 다큐나 여행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풍경 속에서 직접 발을 놀려 걷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 멀리 하기아 소피아가 보였을 때는 약간의 전율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여행 기간 안에서 온전하게 이스탄불을 볼 수 있는 날은 오늘밖에 없어서 열심히 눈에 담으려 했다. 숙소가 구시가지에 있어서 도보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 여러 유적지가 있는 게 좋았다.


하기아 소피아 앞에 서다

이스탄불은 과거 다들 알다시피 비잔티움으로 불리다가 서기 330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수도로 삼으면서 콘스탄티노플이 되었다. 그리고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고 로마의 적자로서 이어받은 도시가 바로 이 도시였다. 크리스트교와 그리스 로마 문명의 최선봉이자 로마를 대신해 정점에 섰던 도시는 서양문명을 상징하는 도시로서 난공불락을 자랑했지만 1453년 술탄 메메트 2세에게 점령당하면서 오스만 제국의 수도가 되었다. 오스만 제국이 해체당하고 터키가 된 다음 수도의 지위를 잃었지만 그 중심 도시로서 수많은 유적지가 산재하고 있다. 그중에 순위를 정한다면 1위를 다투는 유적이 바로 하기아 소피아(아야 소피아)이다. 이 건물은 그리스 정교회를 대표하는 성당으로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지어진 돔 형식의 완벽한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예전 이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도 어려운 거대한 천장의 돔을 구현한 모습을 보니 당시 이 모습을 본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외친 말이 이해가 갔다. 그때 그는 솔로몬을 이겼다며 감격에 부르짖었다고 한다. 후에 오스만 제국에게 정복당해 4개의 첨탑이 세워지고 모자이크 벽화도 회칠로 없어졌으나 지금은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리 표를 사둔 덕분에 편리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아이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다소 어두컴컴한 실내에 들어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에 흥미를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니 각종 정교회 벽화들과 이슬람 아라비아 글자도 보였다. 한 건물에 존재하는 두 종교의 기묘한 공생 관계가 재미있었지만 결국 이곳을 주관하는 신은 같은 신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명성이 드높은 유적지답게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구경했다. 저마다의 종교를 가진 다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모여 벽화 하나 단상 하나 놓치지 않고 구경하며 유심히 보는 모습 속에 우리들도 열심히 구경했다. 아이는 흥미가 떨어져 계속 안고 다녀야 했지만 그래도 함께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빵 사고 신난 아이

하기아 소피아에서 나와 인근에 있는 블루 모스크로 걸어갔다. 티끌 하나 없는 하늘과 공기에 마음껏 숨 쉬고 달릴 수 있는 거리였다. 아침에 내렸던 비로 촉촉한 돌이 깔린 거리를 두 발로 걷는 기분은 참 좋았다. 가는 길에 빵을 파는 간이 수레가 있어서 아이가 먹고 싶어 해 샀다. 첫 해외여행 때는 이국적인 음식이 있어도 먹어보질 못했는데 이제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이렇게 우리나라에 없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블루 모스크는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로 이스탄불을 넘어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대표하는 모스크이다. 겉으로 봐도 푸른색이고 내부도 푸른 타일로 장식되어 있어서 블루 모스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졌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었던 아흐메드 1세가 17세기 초에 완성한 모스크인데 맞은편에 있는 하기아 소피아에 대항하기 위해 거대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두 곳을 가본 나로서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각자의 매력이 있고 색깔이 있기에 비교보다는 같은 신을 다른 모습으로 모시려고 했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려니 아내와 어머니는 머리를 두건으로 가려야 한다 해서 목도리를 돌돌 말아 얼굴을 감쌌다. 이슬람 국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안에는 이슬람 사원답게 별다른 것이 없었다. 넓은 회랑에 서서 올려다보니 둥근 천장이 화려한 무늬를 뽐내며 빛나고 있었다.


모스크에서 나와 이어 우리나라 경복궁에 비견되는 톱카프 궁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를 잘 보여주는 궁전으로 하렘으로 특히 유명하다.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궁전으로 가기 전부터 그 크기에 대해 기대를 잔뜩 했는데 크기는 넓었지만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다. 나도 전제 왕권의 역사를 가진 나라 출신이다 보니 이러한 왕궁의 크기에는 익숙한가 보다. 한때 거주 인원이 5만 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술탄이 거주하고 신하 및 관료들이 오가던 곳이었기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지금도 곳곳에 묻어났다. 가장 기대가 되었던 하렘은 남성 출입이 금지된 여성의 공간인데 술탄과 남성 기능이 없던 환관들만 출입이 가능했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니 일단 긴 복도와 방들이 등장했다. 빛이 잘 들어오는 공간들은 아니라서 굉장히 답답하고 이곳에만 살았던 사람들은 풍족하게 살았을지언정 자연의 공기를 마음껏 마시지 못했기에 속박된 자유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 자유를 저당 잡힌 아름다운 여성들과 함께하던 술탄의 권력은 동방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서양인들이 품기에 충분한 듯했다. 아이는 넓은 궁전을 걷는 것이 재미없는지 칭얼대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래서 주로 내가 목마를 태워 다녔다. 그러자 내 어깨 위에서 목을 부여잡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내 어깨 위에서 잠든 아이

궁을 나와 그랜드 바자르에 가기 전에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음식점에서 샐러드와 발효 우유, 양고기와 아이란(터키식 요구르트)을 주문해서 먹었다. 터키 음식은 건강한 서양 음식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유제품을 활용한 건강한 음식이 많아 아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단이었다. 식사를 하고 다들 기운을 차린 다음에 그랜드 바자르로 갔다. 바자르라는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시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형 시장으로 지금의 초대형 마트라고 할 수 있겠다. 15세기에 지어져 지금까지 활용되는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이다. 안에 들어가니 무수히 많은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각상, 등불, 카펫, 음식, 가죽, 보석, 도자기 등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거대한 시장을 한참 구경하는데 오늘따라 아이가 힘들어해서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들어간 카페도 굉장히 역사가 오래되었는지 벽화가 곳곳에 남아있었다. 나는 곱게 간 커피 원두가 가득한 터키 커피를 주문해 마시고 어머니와 아내는 다른 커피를 주문했다. 아이는 오렌지 주스를 마셨는데 빨대를 쪽쪽 빨던 아이는 나에게도 마셔보라고 주었다. 왜 아빠에게 주냐 물어보니 아빠가 예쁘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왜 예쁘냐고 물어보니 안아줘서 예쁘단다. 아이의 생각과 대답이 귀엽고 웃겨서 다들 웃음 지었다. 만 3살밖에 되지 않는 작은 아이지만 그 속에 생각이 있고, 또 생각을 전할 언어를 알고 말을 할 줄 안다는 게 알고 있으면서도 신기했다.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끝났는데 나는 하루 종일 아이 안고 다니지만 아내도 길 찾고 안내하느라 바쁘고, 어머니는 그런 우리를 따라다니느라 바쁘고 다들 애쓴 하루였다. 저녁은 숙소에 들어와서 간단하게 사 온 음식과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으로 마무리했다. 짭짤한 고향의 맛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잊혔다.


하기아 소피아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그랜드 바자르 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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