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신들을 모셨던 셀축과 아테네

2018년 1월 12일(6일째)-셀축, 이즈미르, 아테네 국제공항

by 오스칼

여유롭게 아침을 맞이했지만 밖은 다소 흐려서 오락가락했던 셀축 날씨에서 언제 또 비가 올지 몰라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전날 미리 말씀드린 덕분에 소박한 아침 식사를 주인 내외분이 해주셨다. 8시에 일어나 1층에 내려오니 안경을 쓴 인자한 할아버지와 두건을 쓴 할머니께서 빵, 각종 잼과 버터, 햄을 넣은 달걀부침, 절인 올리브, 오이와 토마토 샐러드 등을 해주셨다. 아이 보라고 어린이 TV 채널도 틀어주시고 터키 말로 대화할 수는 없었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빵을 구우시는데 온열기 위에서 구워서 아이가 신기한지 쳐다보며 재미있어했다. 셀축을 떠나는 날이라 오전에 에페소스 고고학 박물관, 사도 요한의 교회, 아르테미스 신전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이는 숙소에서 나오기 전 테이블에 이스탄불 지도를 펼쳐 보이더니 뽀로로 가방을 메고 "오늘은 보물을 찾으러 가는 거야."하고 당당히 외쳤다. 숙소 대문을 나와서는 지도를 한 손에 쥐고 당당히 보물을 찾기 위해 앞장서서 나갔다. 지도가 이스탄불 지도라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었다.


보물찾기 지도 탐색

박물관에 가기 앞서 이즈미르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려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말 작은 규모였지만 예약을 하고 돈을 지불한 다음 표를 받았다. 에페소스 박물관은 작은 셀축에 있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2만 5천여 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안타까운 점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발굴된 많은 유물들이 영국과 오스트리아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유럽인들의 문화재 약탈은 이곳에서도 자행되고 있었다. 현재는 인근 에페소스와 아르테미스 신전 등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고 오밀조밀하게 전시가 되고 있었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봐야 할 것은 아르테미스 상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과는 많이 다른데 그리스 신이 아나톨리아 반도로 넘어오면서 다산과 풍요의 모습을 담게 되며 변해간 모습을 볼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유물이다.


아르테미스 여신하면 숲과 동물의 수호신이면서 사냥의 신으로 알려져 있고 처녀와 달빛, 순결의 신이다. 그래서 서양 미술관에서 보는 아르테미스 여신, 디아나는 화살통과 활을 가지고 다니고 숲을 거닐고 동물과 함께 있는 경우가 참 많다. 하지만 이 박물관에 있는 여신은 어깨부터 해서 가슴 전반에 많은 유방을 가지고 있어서 다산과 풍요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하반신의 동물들은 사냥을 기원해 상당히 직관적인 모습을 띄고 있어서 그리스 문화가 이곳으로 넘어오면서 토착문화와 융합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곳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진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는 곳이라 아르테미스 신앙이 아주 강렬했던 지역이다. 확실히 헬레니즘, 로마시대에 번영을 구가했던 지역답게 그리스 로마 문명의 문화재가 정말 많았다. 구경을 끝내고 사도 요한의 교회를 찾아 걸어갔다. 시내 중심가 언덕 위에 있었는데 올라가 보니 셀축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그곳을 둘러볼 때 갑자기 비가 내려 교회 안 붉은 벽돌로 된 계단 밑 통로에 숨어서 큰 비를 잠시나마 피할 수 있어다. 아이는 비가 내려 신나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치다 오다를 반복했는데 구경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교회는 폐허로 남아 보존을 하고 있었는데 이슬람 국가라 그런지 아니면 폐허로 남겨진 문화재에 관대한지 다니는데 큰 제재가 없었다.


보물(돌멩이) 찾기 성공

셀축은 예수의 12제자 중에서 중요한 사도 요한이 예루살렘에서 추방당한 후 말년을 보낸 곳이다.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그를 기리기 위해 교회를 지었고 나중에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고도 한다. 크리스트교 신앙을 가진 어머니는 이곳에 직접 와봐서 좋아하셨다. 교회를 둘러본 후 아르테미스 신전을 향해 걸어갔다. 다소 떨어진 곳이라 조금 걸어야 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불편함은 없었다. 아르테미스 신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폐허에 열주 1개만이 우두커니 남아 2,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신전의 거대한 위용이 드높았을 때 에페소스의 전성기를 엿볼 수 있다.


아르테미스 신전이 건설된 기원전 6세기에는 도시 인구가 20만 명에 달했다고 하는데 그건 주거 인구 외에 활동하는 인근 지역까지 다 합친 것 같다. 어쨌든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던 도시였고 신전이 건설된 다음에는 이 신전을 보기 위해 순례객들이 많이 오갔다고 한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이 메타게네스에게 명령하여 완성되었는데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신전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신전은 미친 남자에 의해 불타 없어지는데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나머지 신전을 불태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최악의 관종 짓을 한 것이다. 그래서 범인을 처단한 후에 앞으로 범인의 이름을 꺼내지 말라고 했지만 이렇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불탄 신전을 슬퍼하던 에페소스 사람들은 다시 신전 재건에 착수하여 기원전 3세기 중반에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감탄을 금치 못한 신전이 완성된다. 이 신전이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일컬어지는 신전이다. 규모는 현재 남아있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4배 이상 크다고 하는데 잔해물만 남은 지금의 모습으로는 드넓은 공터만이 맞이할 뿐이었다. 로마제국 후기에 고트족 침입으로 파괴되고 후에 크리스트교가 국교가 된 로마 안에서 마음대로 건축 자재로 활용되었다. 여신의 영광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가 잊힌 전설로 남았는데 19세기 영국 고고학팀이 신전을 발굴하게 되었고 지금은 복원을 하지는 못하고 폐허만 남아 외로이 서있는 기둥이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시내로 들어와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비가 갑자기 오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식사를 하고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으며 숙소에서 짐을 찾아 나오는데 멈추었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캐리어를 끌고 아이를 안고 오는데 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육교를 건너고 해야 해서 우산을 써도 거의 맞으면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는 우리가 아는 버스는 아니고 봉고차 형태였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이즈미르 공항까지 가는데 내려주는 것은 공항 가기 전 큰 자동차 도로 옆에 내려주었다. 그게 내리는 장소였나 보다. 이내 봉고차는 출발하고 나는 잠든 아이를 품에 안고 아내는 캐리어를 끌고 갔다. 그렇게 공항을 향해 걸어가는데 가는 길에 그걸 본 친절한 아저씨가 공항까지 우리를 차에 태워주었다. 마지막까지 정겨운 터키 사람들 덕을 톡톡히 본다. 이즈미르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여유 있게 쉬었다. 나는 마지막 터키 커피를 맛보았고, 아이는 쿠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방송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시아 인 비행기에 타라는 말이었는데 우리는 아직 탑승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들려오고 자세히 들어보니 왠지 우리를 말하는 것 같아 서둘러 가보았다. 역시 우리가 맞았다. 그리스 항공사라 아시아인이라고 지칭했나 보다. 그런데 시간도 안되었는데 다 탔다고 빨리 출발하는 건지 신기했는데 비행기를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비행기였기 때문이다. 살면서 그런 비행기를 처음 보고 타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신기해서 배경 삼아 사진도 찍었다.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아테네로

우리도 이런 비행기를 인 줄 모르고 예약했는데 타고 보니 버스처럼 안에도 작았다. 그래도 작은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승무원이 아이에게 사탕이며 놀 수 있는 것을 가져다주었다. 프로펠러가 돌아가 생각보다 시끄러운 것을 빼면 만족스러운 비행이었는데 왜 이렇게 작은 비행기로 다니는 건지 이때는 몰랐는데 그리스 사람에게 물어보고 알았다. 터키와 그리스는 사이가 워낙 안 좋아서 왕래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이다. 그리스가 예전 오스만 제국 당시 지배를 오랫동안 받은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왕래를 안 해서 프로펠러 비행기가 다닐 정도라니 신기한 나라 관계였다. 1시간 남짓한 짧은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아테네는 공항에서 그리스 글자를 보니 이제 그리스에 왔음이 실감 났다. 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아테네 플라카 지구에 있는 숙소로 갔다. 이스탄불에서 머물 때와 마찬가지로 숙박 공유 사이트로 잡았다. 자유롭게 지내면서 세탁도 해야 해서 골랐는데 여기도 역시 주인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사용법이나 아테네 맛집도 알려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여행 나온 지 일주일 가까이 돼서 빨래가 시급했던 상황이라 세탁기가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린 주인아저씨가 추천해 준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유럽은 코스 요리가 일반적이라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해서 총 5개를 시켰더니 너무 양이 많아 배가 불러서 터질 지경이었다. 특이한 점은 그리스에서는 레스토랑을 가면 우조라고 전통술을 서비스로 줬는데 독한 술이라 입에 대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마트에 들려 물이나 간식 등을 사서 돌아왔다. 이렇게 그리스 여행이 시작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
에페소스 박물관
아르테미스 신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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