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참는 법

by 이동장

누군가의 생에 간섭하지 않는 것, 나쁜 곳으로 흐르는 사람일지라도 결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것. 가족의 경우에도 그들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되 명백한 잘못된 길을 택했을때 약간의 조언만 할 것. 30년을 살아온 그녀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신경쓰는 것이자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이다.


그녀는 그간 아주 많은 간섭을 했고, 그녀가 이해되지 않는 방향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웃기지도 않은 조언을 하며 멋대로 상대의 삶을 제단했다. 당시에는 그게 멋져보였다.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말로 그들을 가르쳤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길 했고, 연애만 하는 사람에게는 왜 연애만 하고있냐는 말을 했다. 공부만 하는 사람에게는 왜 공부만 하냐고, 삶을 즐기라고 말을 했고,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언제까지 멍청하게 살거냐는 말을 했다. 잘해도 간섭, 잘하지 않아도 간섭했다. 간섭의 기준은 너무나도 주간적인 기준이었다. 사실 기준이랄 것도 없었다. 그저 그녀의 눈에 그들이 이상하면 모두 이상한 삶을 살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한 친구가 울었다. 그녀가 한말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나보다. 안되는걸 자꾸 해보라고 하는 그녀의 말이 폭력이었음을 그녀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울고 나서야, 엉엉 흐느끼며 정말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몇년이 지났어도 그녀의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던 그의 모습은 너무도 생생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딱 혀를 자르고 싶었다. 당장 그 자리를 떠나고 땅에 머리를 박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 자리에 멀뚱히 앉아 미안하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우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부터였다. 절대 간섭하지 말 것. 누군가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줄때는 어김없이 그녀의 앞에서 울던 그 장면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때 그녀는 존재 가치도 없는 입을 닫았다. 입을 닫는 순간 그녀의 입은 입의 소임을 다 하는 것이었다. 말하지 않음으로서 더 많은 말을 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전의 그녀는 정말 함부로 말했다. '개는 왜그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나보다. 정작 그녀는 그녀 스스로가 왜 그러고 사는지도 모르는 채. 너무 폭력적이었다. 그녀 앞에서 운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더 나아가 여기저기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을거다. 입을 놀리며 있지도 않은 권력을 행사하려 했을거다. 그리고 그게 잘못됐다는 일말의 고민조차 없었을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녀는 스스로가 끔찍히도 싫어졌다.


이제 그녀는 그게 어떻든 상대의 삶에 어떤 의견도 내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나 삶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며 개의치 않으려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가 누굴 만나던, 어떤 연애를 하던, 어떤 결정을 하던, 어떤 잘못을 하던, 어떤 행동을 하던, 어떤 말을 하던. 그녀에게 오는 피해가 없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으며, 설령 피해가 있어도 그녀만 피하면 그만이었다.


그녀가 많은 대화를 하고 집에 온 날이면 오늘은 어떤 말로 상대에게 어떤 불편함을 줬을지 복기해 보게 됐다. 아주 적은 말을 했어도 매일 그렇게 한쪽 마음이 묵직했다. 더 적게 말했어야 한다, 라고 어김없이 후회했다. 이제는 습관처럼. 그렇다고 매일 말을 적게하는 건 아니었다. 정말 말을 안하면 후회할 일도 없었을 테지. 그렇게 신경쓰면서도 그녀는 너무 필요 이상의 말을 했다.


더, 더, 뱉지 않기 위해 '아 이 말은 하고싶다', 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말을 참는 연습을 했다. 가장 하고싶은 말을 참아보는 것. 그걸 해본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찝찝하고 인내를 요하는지 알거다. '아 이말만 하면 진짜 속시원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말을 참아야 했다. 그 말을 뱉는 순간 그녀는 집에서 혼자 벽을 치고 참았어야 했다며 스스로 괴로워할게 뻔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싶었지만, 그녀는 더 참으며 살아갈 요량이었다. 충동이 행동을 지배하는 그녀에게는 더 늙어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며 되는대로 살기 전에 더 절제하고, 통제하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고 끊임없이 다짐했다. 말을 참는 건 20년이 넘게 되는대로 지껄여온 그녀 스스로에게 주는 벌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쓰는게 많아졌다. 하루종일 하고싶은 말을 참다보면 쓰고싶은 말이 많아졌고. 그렇게 오늘도 그녀는 한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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