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 가벼운 연애에 덜컥해버린 임신은 그녀의 삶을 지옥으로 가게 해준 문이었다. 헤어진 전 연인을 찾아 다시 잡아야 했던 그 손. 그 남자가 여자의 손을 받아준 건 사랑보단 온전한 응당 '그래야 했음'이었을 거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 생활. 그제서야 찾아간 남자의 집은 시골 촌구석의 초가집이었다. 늙은 홀어머니와 둘이 사는 시골집은 도시의 삶에 익숙했던 20살의 어린 그녀에게는 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그렇게 시집살이를 시켰다. 도시에서 와 부른 배로 하는 시골에서의 시집살이는 한참 서러운 것이었다. 시어머니가 차려준 저녁식사에서 자신의 국에는 비계만 가득해 수제비인 줄 알았는데, 남편의 국에 살코기만 가득한 것을 보고 고기국이라는 것을 알았던 순간은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음을 온몸으로 사무치게 느껴야만 했던 첫 번째 지옥이었다.
그래도 버텼던 건 첫 아이와, 남편과의 애틋함이었다. 그런 관계로 둘째까지 낳았지만,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더 독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시작된 두 번째 지옥. 그녀의 절망에 불을 지른 것은 남편의 외도와 도박이었다. 산후조리는 사치였던 그녀는 둘째 출산과 동시에 손세차장에서 일해가며 남편의 도박빚을 감당해야 했고, 4 식구를 먹여 살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꿋꿋이 살아갔다. 버틸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은 그녀를 살게 하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그마저도 포기하고 말았다. 남편이 밤에 갈 곳이 있다며 차에 타게 했고, 낯선 산 길에 그녀를 내리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간 그 남편은 그렇게 그녀를 버렸다. 그녀에게 그 밤은 어땠을까. 그날 이후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밤뿐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지옥. 그녀가 선택한 것은 도망이었다. 그녀는 자주 집을 나갔다. 울며 붙잡는 아이들을 기어코 떼어내야 했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그녀는 아이들이 없는 틈을 타 그렇게 짐을 싸고 나갔다.
집은 늘 가난했고, 시어머니의 끔찍한 시집살이를 버텨야 했고, 남편의 무관심에 매일을 울며 밤을 보내야 했던 그녀에게, 홀 몸으로 두 아이를 책임질 힘은 없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기어코 떼야했을 거다.
이것의 내 엄마의 결혼, 몇 번의 너무 가까운 지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