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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Sep 18. 2017

[싱가폴 취업] 입싱 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한 달간의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규직이 되었다. 말만 정규직이지 진짜 날아다니면서 이 일 저 일 케어할 수 있는 정직원이 되려면 3개월 간의 probation을 거쳐야 한다. 산 넘어 산이로세...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해외에 취업한 나를 보며 멋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실상은 정말 멋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외줄타기하듯 살아가는 그야말로 외노자일뿐이다. 영어라도 유창했더라면 회사생활이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 여기 온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지만 이런 저런 걱정과 불안감 때문에 취업 전 그리고 후에도 마음을 편히 먹고 쉬었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해외 취업을 꿈꾼다면, 특히 싱가폴 취업을 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영어! 영어!! 영어!!!!!!!!!!

싱가폴에서 취업을 하고자 한다면 그 무엇보다 영어가 1순위다. 아마 싱가폴 취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꽤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여기 와서 만난 몇몇 한국인들도 해외에서 1-2년간 교환학생을 했거나 아예 유학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충분한 영어 실력을 갖추지 않은 채 무작정 싱가폴로 온 케이스로, 고작 3개월간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한 경험 밖에 없다. 그것도 바야흐로 2011년, 6년 전에! 그 때 이후로 영어 스피킹 점수 따려고 잠깐 공부했던 것 외에 영어 회화를 따로 공부했던 적이 없다. 회사 혹은 일상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오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한국에 있으면서 나 스스로가 이 정도 실력이면 싱가폴로 떠나기 충분해!라고 느낄 때가 과연 올까 싶었다. 공부해도 해도 끝이 없는게 언어인데 말이다. 나처럼 무모하게 싱가폴 취업에 도전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언어와 관련해서는 조금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준비를 했으면 한다. 적어도 2-3달 전부터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 어학연수에서도 캐주얼한 일상 대화만을 공부해 왔던터라 특히 회사에서 쓰이는 비지니스 영어가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비지니스 용어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왔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일하는 업종이 광고, 커뮤니케이션 쪽이다 보니까 어떤 분야보다도 더 언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조금 더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분야(엔지니어링, 개발 분야 등등)에 종사하고자 한다면 언어의 중요성이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겠다.


'왜 해외취업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충분한 고찰

해외취업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마냥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며 온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터프하다. 비싼 월세와 병원비, 더운 날씨, 직장에서 남들보다 뒷처지는 느낌, 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 등등등...  한국에서는 나름 클럽에서 불금도 보내고 친구들이랑 닭발에 소주도 한잔하고, 이쁜 카페도 가고 그랬는데 여기서는 주말에도 자진해서 하는 잔업과 영어공부로 여유 부리기는 사치로 남아있다. 어떤 힘듦이 닥치더라도 여기서 일하고자 하는 뚜렷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실질적인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단단한 밑거름이 된다. 편입 공부와 어학연수 3개월을 하면서 그래도 남들보다는 영어를 아주 약간 잘한다고 자만했던 것 같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코 어딘가에 내세울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코딱지만한 영어실력을 녹슬지 않게 갈고 닦고 어딘가에 써먹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를 쓰는 환경으로 나를 내던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인생에서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인지라 (때론 가족보다, 친구보다, 노는 것 보다)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장기적은 관점에서 봤을 때 조금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리고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한국이 아닌 해외에 살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먼 미래를 상상했을 때 한국의 기업에서 몇 십년간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원치 않았으니까. 3년동안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했던 것도 꽤 지루하고 답답한 여정이었다. 여기에 와서 이렇게 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작게나마 가진 내 목표를 이룬 셈이다. 100% 영어로 일하고 있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시야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싱가폴에 오면서 생각했던 건 미시적인 관점이었던 것 같다. 여기에서 살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나만의 무기

싱가폴에 오면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영어/중국어 2개 국어는 기본이고, SNU/NUS 와 같은 싱가폴 최고의 명문대 혹은 해외에서 학위를 받고 탄탄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나랑 같이 사는 플랫메이트만 봐도 영어권 국가에서 석사까지 마쳤거나 싱가폴 명문대를 나오고 포스텍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다. 과연 이들을 능가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특히 언어에 자신이 없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더욱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 대한 충분한 분석없이 취업에 도전한다면 좌절하기 쉽다. 회사가 다른 경쟁자들을 제쳐두고 나를 왜 뽑아야 하는지 나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다면, 면접에 가서 인터뷰어를 설득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충분한 고민을 해보고, 나만큼은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일터에서 능동적인 사람

당신은 회사에서 능동적인 사람인가?  나는 지금 싱가폴 로컬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업무는 기존의 것과 약간 다르고 일하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클라이언트가 무언가를 요청하면 큰 의문없이 수용했었다. 클라이언트 요청을 따라야 생각을 덜 해도 되고 일도 빨리 끝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다르다. 클라이언트가 수정을 요청해도 때론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해야 하며, 클라이언트 요청을 따르고자 할 때는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에게 그 이유와 요구 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현재 회사에서 한 광고주의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가 만든 콘텐츠의 각 항목에 대해 설명을 약간 덧붙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난 그 내용을 그대로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에게 넘겨줬고 그들은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걸 왜 수정해야 되는지, 어떻게 수정해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말이다. 그들은 나에게 이 콘텐츠를 굳이 수정할 이유가 없다고 하며 본인의 생각을 주장했다. 결과적으로는 클라이언트의 요청대로 수정을 하긴 했으나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그들의 주장에 설득력있게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 같았으면 고객사라 하라고 하니까 당연히 해야지 하고 모두가 순응하고 따랐을거다. 고객사의 피드백이 곧 이유였다. 그리고 고객사가 뭘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기 보다는 우리가 알아서 고객사가 좋아할 법한 결과물을 만들어 갔다. 그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게 에이전시가 존재하는 이유이니 원하는 바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여기서는 달랐다. 왜 이렇게 하길 원하는지,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물어보며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도 하고, 우리의 주장을 피력하기도 한다. 1차적으로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후,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에게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참 안일하게 일을 해왔던 것 같다. "왜?"라고 묻기보다는 순응하며 묵묵히 일을 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무언가를 주장해봤자 우리의 팀장느님과 광고주느님을 설득하기에는 인내가 필요했다. 먹히지도 않는 주장을 하며 애쓸 바에는 그냥 시키는거나 잘하면 장땡이었다. 이곳에 온 이상 한국에서 일했던 방식은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업무를 할 때 끊임없이 질문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능동적인 사람인지, 한국의 업무 방식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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