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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굥 Jan 30. 2017

홍보대행사 AE 어때요?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며 깨달은 것들

2년반 가량의 몸 담갔던 홍보 일을 뒤로 하고, 스타트업에서 홍보가 아닌 다른 직무로 일을 하고 있다. 이직한지 겨우 2주째... 어디에서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다음 주에 퇴사한다는 한 직원이 와서 "예전에 홍보 일 했다고 들었는데... 홍보로 전직하고 싶어서요. 그 일 어떤가요?" 하고 물었다. 해줄 말이 참 많았지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충분한 답변을 드리지는 못했다. 주저리 떠들고 싶었던 아쉬움에 대한 회포를 이 공간에서 풀겠다!


대학교 졸업 후, 2014년부터 홍보대행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홍보대행사 입사 전 마케팅 대행사에서 인턴 경험도 있었지만 짧은 기간이었기에 패쓰-! 4개월이란 시간동안 '온라인 마케팅 기획' 일을 하며 마케팅이 굉장히 짜친다고 생각해서 전공을 살려 홍보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홍보가 마케팅보다 쉽고 뭔가 있어 보이는 분야라고 판단한 건 이제와 돌이켜 봤을 때 상당히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홍보라는 직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홍보대행사 생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나의 경험담을 적어보려고 한다.


홍보대행사 AE로서 느낀점


1. 홍보대행사는 클라이언트 없이 살 수 없다

홍보회사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담당 분야에 대한 자료 조사, 담당 기자 리스트업, 뉴스 모니터링, 클라이언트 및 기자 응대, 보도자료 작성 및 릴리즈, 제안서 작성 등 자잘한 일부터 큰 일까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데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도 클라이언트를 응대하는 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AE로 입사하자 마자 실무자로서 클라이언트의 회사로 주2회씩 출근했다. 명함의 잉크도 채 안 마른 뭣도 모르는 내가! 그 클라이언트는 실무자들이 본인들의 업무에 굉장히 신경을 써주길 바랐다. 그래서 우리가 너네를 위해 이만큼 신경쓰고 있고, 이렇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받고 싶어 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면 그렇게 할 수 밖에ㅜ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에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하는 것은 홍보인 숙명이다.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할지, 반만 수용할지, 거부할지는 거의 팀장 급의 윗 사람에게 달렸는데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예스맨이 상사라면 업무의 뒷처리를 하는 아랫 사람은 죽어나게 된다.  


2. 그러므로 클라이언트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클라이언트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광고주 회사의 담당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한해를 좋게 보내야 다음 해의 업무 계약까지 따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홍보대행사에서 주로 공공분야 홍보를 맡았기 때문에 홍보 업무 수주를 위한 '제안서' 작성이 필수였다. 매년 3~4월 정도 되면 나라장터(http://www.g2b.go.kr/index.jsp)를 통해 다양한 공공기관이 입찰공고를 낸다. 연초에 어느 기관에 입찰할지 계획을 짜고, 해당 기관에 입찰 공고가 뜨면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사실 제안서를 쓰는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다. 제안서 작성에 참여하는 멤버라도 실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9 to 6 업무시간에는 실무에 집중하고, 6시 이후부터는 저녁을 먹고 본격적으로 제안서 작성에 참여한다. 여유가 있는 직원들은 업무시간에도 제안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거나 장표를 만들기도 한다. 대체로 제안서 작업에 참여를 하게 되면 야근을 밥먹 듯이 해야한다. 아주 일상처럼. 우리 팀의 KPI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할 수 없다. 피똥싸며 제안서를 만들고, 업무를 수주했을 때의 기쁨이란!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상해주는 느낌이다.


3. 다양한 분야,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게 된다

홍보대행사 AE는 멀티플레이어다.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 들어야 한다. 보도자료는 글과 사진으로 구성된다. 글은 쓰면 되지만, 사진은 어디서 구할까? 현장에 가서 직접 찍는다. 한 클라이언트를 담당했을 때 행사 지원하는 업무가 있어서 매달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행사 사진을 찍곤 했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람들에게 포즈를 부탁하고... 이 순간만은 내가 프로 포토그래퍼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또 한 번은 지면광고를 기획했던 적도 있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카피를 짜고, 그 카피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구상했다. 홍보회사이긴 하지만 광고의 영역까지 손을 대며 업무의 범위를 점차 넓혀 갈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경험하며 내가 어떤 분야와 핏이 맞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다. 난 처음에는 공공기관 홍보로 시작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앱 서비스를 홍보하게 됐고, 공공 쪽보다는 IT분야에 더 흥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홍보 일을 하고자 했을 때 홍보대행사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인 경우 본인이 어떤 분야, 어떤 성격의 업무와 맞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홍보대행사에서 일을 하며 좋아하는 일 vs 싫어하는 일, 잘하는 일 vs 못하는 일에 대해 나를 탐구해갈 수 있다. 이것이 직업에 있어 향후 행보를 결정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준다.


4.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잘써야 한다

한 클라이언트를 담당했을 때 매달 20건의 기획자료가 필요했다. 그 당시 우리 팀은 3명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인당 5-6개의 기획자료를 작성했다. 대부분은 특정 매체와 계약을 맺고 광고형식으로 기획기사가 게재되는 것이었지만, 몇몇 건은 특정 매체의 기자를 직접 컨택해 기사를 내보내야 했다. 어떤 방식으로 게재되든 중요한 건 콘텐츠의 질이다. 자료의 특징에 따라 미괄식, 두괄식 등의 글의 형식을 정하고 매끄럽게 읽힐 수 읽도록 기승전결을 따라야 한다. 내가 작성하는 보도자료/기획자료의 1차적인 독자는 기자이기 때문에 우선 기자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 또한 언론에 배포됐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가치있는 기사라고 여기도록 눈길을 끄는 주제와 탄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보도자료는 아무래도 사실 기반이라 그 사실에 사람들이 혹할만한 엣지를 더하면 되지만, 기획자료는 쓰기 나름이라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계절, 날씨, 기념일, 현재 사람들 입에서 많이 회자가 되고 있는 이슈거리를 많이 활용했다. 예를 들어지금과 같은 설연휴에는 설과 연관된 여러가지 주제(교통체증, 가족, 설 음식 등)와 홍보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엮어서 자료를 작성하곤 했다.


5. 맨땅에 헤딩은 일상이다

앱 서비스의 홍보를 담당했을 때 대학생 홍보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수업 때 해당 앱을 사용해보고 홍보 제안서와 서비스의 특징을 담은 영상을 제출해야 했다. 학교 대항전이었기 때문에 우수한 결과물을 제출한 팀에게는 상금이 주어졌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단순해보이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할 교수를 섭외하지 못하면 진행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홍보학회 쪽에서 교수를 섭외해주기로 되어 있었지만 계획이 무산됐다. 섭외를 마쳐야 할 데드라인은 점점 다가왔다. 클라이언트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일정을 지키지 못할 시에는 없던 일로 하자고 엄포를 놓았다. 담당자로서 손 놓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우선 광고, 영상학과가 있는 서울 및 경기 권 대학교와 교수 정보를 리스트업 했다. 학과 사무실을 통해 교수님 연락처를 확보하고 이번 학기 수업에서 기업과 함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설득했다. 매일 전화기를 붙잡고 학생들도 기업과 연계된 과제물을 수행하며 좀더 실무에 가까운 학습을 할 수 있을거라고 말하며 이 프로젝트의 이점을 알렸다. 한 학기 커리큘럼을 이미 다 짜놓은 경우나 다른 기업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이미 할 예정이었던 경우, 참여하는 대신 많은 금액의 지원금을 요구한 경우에는 설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두드린 만큼 성과가 있었고, 목표로 한 10개 학교에서 두 곳을 더 섭외해 12개 학교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늘 학생 대 선생님 입장에서 교수님을 대해왔는데 한 기업의 홍보 담당자로서 교수를 대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진 않았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최선의 해결 방법을 찾고, 결과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힘듦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홍보대행사 AE로서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처할 경우가 많다. 특히 언론에 클라이언트의 부정 기사가 쏟아질 때... 아드레날린이 뿜뿜해서 뇌의 200%를 발휘하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6. 젊고 감각적인 또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일반 기업(인하우스)보다 대행사가 채용이 활발하고 채용 절차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대학교 졸업 후 갓 입사하는 신입의 비율이 높다. 연령대도 어리고 매체와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감각있고 활달하고 재밌는 직원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나 또한 대행사를 퇴사한지 2년이 지났건만 그 당시 같이 일했던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한다. 지금도 업계와 업무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재밌는 썰들을 공유한다. 아마 큰 일이 없는 한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며 지낼 것 같다. 그 중 한 친구가 올해 4월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식이 끝난 후 한 자리에 모여 수다 폭발할 듯 싶다. 


이상으로 홍보대행사에서 좌충우돌하며 깨달은 것들에 대해 적어보았다. 비록 힘들고 고됐지만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와 좋은 팀원들 덕분에 대행사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을 뒤로 하고 인하우스(게임 회사)에 들어가 또 다시 홍보 일을 했다. 대행사와 인하우스의 업무는 조금... 아니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 경험담도 이어서 적어 보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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