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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Sep 13. 2020

프롤로그

책 전문을 나누고자 합니다.

** 책의 내용을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서, 책의 전문을 올립니다. 전부 올리고 나면 브런치북으로 재발행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육아는 아내가 다 했다》는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육아에 대한 생각, 양평에서 베이비펜션을 운영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엄마들의 마음, 동시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담고자 2년여를 기록한 것입니다.


‘아내가 다 했다’라는 의미는 독박 육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아빠의 무신경을 탓하는 의미도 아닙니다. 국가는 출산과 육아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 내고,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으며, 아빠의 육아 참여도도 무척이나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요즘에는 아가 키우는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그래 봤자 육아는 엄마가 하고 있다. 예전보다 나아진 것도 있지만, 더 악화된 환경도 많다”라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아기는 국가와 사회, 온 가족이 함께 키워야 하는 것이며,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육아에 있어 엄마의 역할만을 강조하며, 그나마도 나아진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뭐가 힘드냐는 부정적 시선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육아를 오랜 기간 함께하고, 또 지켜본 남편이자 아빠로서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 봤자 지금까지 육아는 아내가 다 했습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본 많은 엄마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얘기를 합니다. “남편이 공유다” “남편이 공유면 용서한다” “공유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어디 있냐” 등입니다. 현실에서 부부간에 많이 다투는 것을 들여다보면 남편이 공유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세상의 불합리한 상황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통해 요즘 엄마들에게 “지금의 이러한 부정적 사회 인식과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그대들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통장의 돈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것,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 태어나자마자 신청해도 200명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 남편의 주말도 없는 출근, 경력 단절 뒤 불가능한 재취업, 엄마를 엄마가 아닌 맘충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 등은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엄마, 아빠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사회 때문이라는 다른 시선을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어떠한 방식이 여러 독자가 읽기 쉬울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책을 읽기 어려운 엄마, 아빠도 어느 한 부분이 SNS에 인용되어 돌아다닌다면 어떠한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책의 핵심적 요소들을 간단한 글, 그림으로 만들어 SNS에 공유했습니다. 또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흥행에 성공한 덕분에 정말 많은 엄마, 아빠가 이 영화의 서술과 논란이 되었던 것들에 대해 익숙해져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핵심적 논란이 되었던 것들을 앞서 먼저 화두로 꺼내고,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집안의 아빠로서, 81년생 남자로서, 많은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해 본 펜션 주인으로서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하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호평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도대체 뭐가 문제지? 무슨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거지?”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세상에 만연해 있는 당연시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 세상을 어쨌든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다양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엄마, 아빠의 모든 상황에 딱 맞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글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엄마, 아빠 힘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82년생 아내를 둔 81년생 남편으로서, 정말 많은 엄마, 아빠와 육아 이야기를 나눈 사람으로서, 그래도 글 좀 써봤다는 글쟁이로서 이 시대의 큰 이슈에 대해서 한마디를 남겨야겠다는 책임감이 들기도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당신도 고생이 참 많구나”라는 말로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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