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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Sep 13. 2020

지금부터 제 아내는 퇴근합니다.


“선생님, 저는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가끔은 행복하기도 해요. 그런데 또 어떤 때는 어딘가 갇혀 있는 기분이 들어요. 이 벽을 돌면 출구가 나올 거 같은데 다시 벽이고, 다른 길로 가도 벽이고, 그냥 처음부터 출구가 없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면 화가 나기도 하고요. 근데 또 알겠어요. 사실은 다 제 잘못이에요. 다른 누군가는 출구를 찾았을 텐데, 저는 그런 능력이 없어서 낙오한 거예요.” 



김지영이 정신과 의사와 대화할 때 나오는 대사입니다. 김지영이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쪼그마한 곳이 그녀의 주된 작업장이었으며, 세상과 집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탁기의 다 되었다는 알람이 울리면 제 아내는 열 일 제치고 세탁기로 갑니다. 매일 하는 세탁에도 세탁기 앞에는 네 가족의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매일 보는 엄마들의 뒷모습입니다.


매일 같은 모습으로 외딴곳에 소외된 것처럼 사는 생각이 들어, 나가서 어디 직장이라도 다니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또 그렇게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으로 훌쩍 나가는 것은 너무나 큰 다른 희생이 따르는 것이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쉼. 쉼표. 작은 쉼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퇴근도 필요합니다. 엄마는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퇴근이 없는 직장입니다.     


아침에 카페에 가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밝은 표정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모르지만 참 행복해 보입니다. SNS에 떠도는 글이나 일부 아빠들은 이런 엄마들의 아침 시간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말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은 “아빠는 돈 벌러 나가서 고생하는 시간에 엄마들은 저렇게 아이 보내고 놀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옵니다.     


“에휴, 상팔자다, 상팔자야.”

“듣겠다.”

“아, 부러워서.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 마시고 돌아다니고 싶다.”

“그럼 시집가세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나도 요새 회사 다니기 힘든데 시집이나 갈까.”     


공원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겨우 숨돌리는 김지영을 보고, 주변의 직장인들이 수군거리며 하는 소리입니다. 직장인은 야근을 하더라도,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야근이 일상인 일부 직장인들은 제외하면 어쨌든 출퇴근 시간 포함하여 11시간 정도입니다. 그중에는 꿀 빠는 직장들도 꽤 있습니다.     


엄마는 어떤가요. 24시간 중에 가사, 육아에서 자유로운 시간은 언제인가요. 아가들이 자는 동안에도 엄마는 자다 깨는 아이를 보호해야 하며, 아기가 어리거나 밤 기저귀를 떼야 하는 시기에는 거의 못 잡니다. 아가가 아플 때는 거의 뭐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직장맘은 퇴근 뒤에 또 출근하고, 어떤 때는 뭐가 출근인지 헷갈리는 스파르타 인생입니다.     


그나마 아가와 함께하는 독방 생활을 지나 아가가 3세 정도 되면 어린이집을 가며, 이때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3~4시까지가 숨을 좀 돌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약 6시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청소며, 빨래며, 밀린 설거지 등을 하고 나면 몇 시간 안 됩니다. 육아휴직 등으로 집에서 육아를 해본 아빠들도 알겠지만, 아가는 어린이집에 가자마자 옵니다. 분명히 방금 갔는데 벌써 옵니다. 참 반갑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지만,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서운하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가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자야 할 시간인 것과 유사하며, 내일 출근하기 싫어 억지로 늦게 자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인지 알 것입니다.     


엄마에게 퇴근이 있나요. 보통 직장을 다니며 퇴근 후 친구들이 아닌 동료들과 가지는 술자리나 회식은 근무의 연장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며, 퇴근해서도 회사 얘기하는 게 지긋지긋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엄마들은 동료와의 시간이며, 즐겁게 얘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직장(남편과 아이와 함께하는 가정이자 직장 말입니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각해 보죠. 엄마들은 옛 친구를 만나 옛날이야기를 하며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행복하겠나요, 남편과 아이의 얘기를 하는 것이 행복하겠나요.     

남편 돈 벌러 가는 시간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 동료와 근무의 연장인 회식을 하는 다소 불쌍한 상황입니다. 엄마들은 이것이 직장 생활 또는 근무의 연장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 그저 낮에 카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눈치를 봅니다. 누구의 눈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회의 인식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눈치일 것입니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퇴근 후 쉬는 것이고, 다른 엄마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면 근무의 연장인 것입니다.


아침 세트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어린이집 보내고 부랴부랴 카페에 가는 것은 내 휴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함이며, 맛있는 브런치집을 찾는 것은 아침과 점심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쇼핑을 하러 간다면 내 퇴근 시간에 근무복을 사거나, 직장에 필요한 용품을 사러 연장 근무를 하는 것이며, 병원을 간다면 직장에서 산재보험도 해주지 않는 것을 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가는 것입니다.     


엄마가 집이라는 직장에서 하는 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직장 생활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가사와 육아를 잘 해내는 엄마와 그렇지 못하는 엄마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하고 못하고는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그다음의 문제이지, 근무를 하지 않은 것과는 다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정 내 엄마의 근무를 정당한 근로 시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사실 저도 엄마의 근무를 정당한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만이 근로라고 교육받은 탓인 듯합니다. 한 번 갖추어진 인식을 바꾸는 것이 참 쉽지 않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엄마의 출근과 퇴근은 아무리 보장해 줘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엄마는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직장 생활을 충실히 하고, 애사심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까. 사람들은 최고의 애사심을 가진 성실한 엄마에게 다양한 언어로 폭력을 가합니다. 심지어 투잡을 요구하기도 하며, 그나마 그 투잡도 경력이 끊겨 잘 구해지지도 않습니다. 경력 단절에 관하여는 다른 장에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엄마는 출근과 퇴근이 없습니다. 억지로라도 시간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퇴근은 없지만, 스스로 퇴근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나의 퇴근 시간을 알리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예전에 키즈 카페를 운영하다 키즈 카페의 절반을 감자탕집으로 개조한 곳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감자탕을 먹는 동안 아이들은 키즈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도 있지만, 엄마들이 아가들을 데리고 여럿 같이 오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는 곳입니다. 의견은 대체로 세 가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감자탕집에는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으로, 저녁에는 술을 파는 곳이니 저녁에 애들을 데리고 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키즈 카페를 감자탕집으로 바꾼 곳이니 아기들을 데리고 오는 건 당연하다.”

“아기들을 데리고 오는 건 찬성이지만, 엄마들이 아이들만 데리고 오니 통제가 안 되고, 엄마들 테이블도 아이들 놀이터도 모두 시끄럽다.”     

어떤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저녁에 아기들을 데리고 가서 술 한잔하다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아저씨로부터 “여자가 밤에 집에서 애 보지. 왜 나와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냐”라고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술에 취하셨고,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저희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놀이 공간에서 놀게 두고 부부가 술 한잔하고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둘이서 술 먹을 거면 집에서 먹지 왜 나왔느냐”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젊을 때 아껴 써야 한다며 우리 집 경제 사정까지 걱정해 주시는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웃으면서 얘기하셨습니다. 그게 더 기분 나쁘긴 했습니다.     


아이들 키우는 것에 관해서는 참 오지랖 넓은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본인들 자제분들은 얼마나 인성이 괜찮은 아이로 키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일에 쉽게 관여하려는 것을 보면 굳이 어떤 가족의 모습인지 안 봐도 될 듯합니다. 그 결과가 어떻든 자신이 해본 것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준으로 잔소리를 하려는 사람들을 꽤 봅니다. 물론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이렇게 한마디 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눈치를 보며, 스스로 행동반경을 상당히 축소시킵니다.     


언젠가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엄마들의 밤마실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아이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도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밤마실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말이죠. 태권도학원처럼 차량을 운행해서 자랑스러운 엄마들과 아가들을 밤마실 공간으로 모셔 오고, 마음 편하게 지낸 다음 다시 안전하게 집으로 모셔다드리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럴 경제적 여유는 아직 없지만, 엄마들이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혹자는 엄마들이 놀 공간이 많으면 그런 곳을 자꾸 가려고 하지 아가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등한시한다고 합니다. 그 옛날 TV를 바보상자라고 하면서, 집에 TV나 PC가 있으면 정신이 팔려서 공부를 안 한다고 하셨던 예전 어르신들의 우려 섞인 잔소리가 생각납니다. 우리가 베이비펜션이라는 콘셉트를 처음 만들어서 운영한다고 할 때도, 펜션은 친구들 또는 직장 사람들하고 술 먹으러 가는 곳이지, 아가를 데리고 누가 펜션을 가냐고 한마디씩 하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휴식을 위해 어떠한 시설이 필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기준으로 잔소리하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우리가 처음 베이비 전용 펜션을 시작한 지 5년여가 지난 지금, 상당히 많은 호텔이나 펜션에서 베이비들을 위한 전용 객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 사회는 엄마들에게 ‘엄마답게’를 강조합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상류사회에서는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엄마들에게 강조하는 ‘엄마답게’라는 것은 일찍 일어나 남편의 아침을 차리고, 아이를 어린이집 또는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는 등 남편과 아이를 위해 그저 집에서 묵묵히 생활하는 조선 시대 여성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도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이 남편이나 예전 엄마들에 비하면 팔자 좋은 것이라고 합니다. 시대가 많이 변화하고 있어서 약간의 비약적인 표현인 것 같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깊은 생각 속 안에는 위와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거나, 자기도 모르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인식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조선 시대 여성상이 모범적인 엄마라고 생각하는 사회 인식 이 바탕이 되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엄마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삼삼오오 모여서 브런치를 먹거나, 퇴근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엄마들끼리 모여서 밤마실을 나가는 것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네이버 카페에 ‘엄마들 밤마실’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밤마실로 너무나 즐거워하는 엄마들의 글이 많이 나옵니다.     


“첫째 만삭 때 이후 처음으로 밤마실 다녀왔어요. 매번 다니던 길도 새롭게 느껴지고, 매일같이 낮에 보던 엄마들도 새롭게 보이고요. 7시에 나가서 12시에 들어와 자유 부인 끝냈어요.”

“어린이집 엄마들하고 친해져서 애들 다 재우고 동네 고깃집 왔어요. 얼마 만에 밤마실인지. 너무 좋아요! 집 앞이라 실컷 수다 떨고 가야겠어요.”

“애들, 신랑 다 두고 밤마실 갑니다. 엄마들 모임 있어 오랜만에 기분 전환하러 밤마실 가요. 1분, 1분 더 즐겁게 있을 거예요.”     


모든 엄마들은 알 겁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잘 몰랐던 밤공기가 갑자기 이렇게 시원하고, 그저 편하게 먹던 술 한잔이 이렇게 날 설레게 하는 건지요.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무슨 로또 당첨금이라도 찾으러 가는 사람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느껴 보셨을 겁니다.     


많은 엄마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렇게 나가시면 뭐 하세요? 어디를 주로 가시고, 무엇을 드세요? 주로 어떠한 얘기를 나누세요? 한 번 나가서 놀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아니면 자꾸 나가고 싶으세요?” 이에 대한 대답은 참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얘기 중 대다수의 답변들을 공통적인 부분만 뽑으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대부분 집 근처예요.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면 강남역이나 이태원도 가기는 하지만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을 만나거나, 경제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신경이 많이 쓰여서 잘 안 만나게 되더라고요. 주변에 같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집 근처에서 치킨집이나 동네 맛집 찾아가는 편이에요. 새로운 곳에 가는 게 약간 겁나기도 하고요. 어차피 잠깐 바람 쐬고 오는 건데 익숙한 곳이 편하더라고요.”

“주로 아기 키우는 얘기를 하죠. 아기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건이 없었는지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하고요. 첫째가 학교에 다니는 엄마는 학교생활이나 학원 얘기들을 해주니까, 우리에게는 많은 정보가 되고요. 근처에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주변 부동산 시세나 동네 분위기 등 경제 활동에 관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어요.”     


엄마에게 퇴근은 없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밀린 살림을 해야 하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육아는 다시 시작됩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 어린이집도 못 가는 때의 엄마의 퇴근은 그나마도 없습니다. 직장맘은 퇴근하자마자 육아와 밀린 살림을 같이 해야 하므로,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계속 후회됩니다. 아침에 카페를 가도, 밤에 밤마실을 나가도 육아 얘기가 주된 대화입니다. 온종일 일 속에 파묻혀 살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는 눈초리도 받습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시선을 받아야 하는 참 모순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 당당해져야 합니다. 수많은 육아서적을 보면 엄마가 행복해야 아가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아이를 위하여 엄마가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는 육아서적이 참 많습니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하였으면 합니다. 엄마가 시간을 나누어서 육아와 살림이 출근이라고 생각하고, 퇴근 시간을 잠깐이라도 가지는 것이 더 나은 가정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밤에 정기적으로 혼자서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겁니다. 엄마의 작은 행복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세상이 온종일 일하는 엄마에게, 상사 눈치 보며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아빠에게, 외식하러 아가와 함께 나온 가족에게 조금 더 배려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비상 상황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비상 상황이라는 것은 ‘긴급한 사태’를 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곧 끝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벽을 돌면 또 다른 벽이 나올 것이라는 막막함에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비상 상황에 탈출할 수 있는 곳이 ‘비상구’입니다. 긴 터널 속을 완전히 빠져나가려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버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곳곳에 비상구를 두어 잠시라도 탈출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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