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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리닌그라드 Nov 16. 2024

짧아진 가을


  추운가 싶더니 덥다. 덥나 싶더니 춥다.

  낙엽은 물들기 전에 떨어지고, 하늘에선 눈인지 비일지 모를 것이 흩날린다. 날씨의 머뭇거림에 지천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런 미친 계절을 사람들은 어느새 가을이라 부르더라.


뒤늦은 은행나무가 혜화동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해야 할 것들을 한다. 단풍은 부랴부랴 노란 옷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곡식은 익어 소출을 낸다. 다람쥐는 살을 찌우고 개미는 굴을 닫는다.


  상황이 핑계가 되지 못하는 것.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아니하는 것. 주어진 상황이 어떠할지라고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




  단풍이 과연 남들보다 늦게 물들었다고 탄식할까. 다람쥐가 남들보다 늦은 겨울 잠자리에 든다며 눈물을 보일까.


  자신의 삶을 사는 거다. 나만의 가을을 살아내는 것이다. 춥다가도 따듯해질 테니까. 덥다가도 추워질 테니까. 그런 정신 나간 날씨를 사람들은 가을이라며 아름답다 할 테니까.

  이렇듯 말도 안 되는 매일을 인생이라며 아름답다 할 테니까.



  언제나 머리 위에서 햇살이 내리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머리칼 흩날리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지만, 그러하지 않을지라도

  매일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늦은 단풍에 아름답다 감탄하고, 짧아지는 해에 다가올 겨울을 기대하는 이번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뒤돌기엔 늦었고 갈 길은 머니까.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tis autumn - nat king c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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