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by 칼리닌그라드


행복하신가요


그대 진정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을 따라 살다 보면 과연 행복해질까? 학위를 따고 경력을 쌓고 그러다 보면 행복해질까? 자식들 대학 잘 가면, 결혼시키고 손주 보면 행복해질까?


그럼 나는 한 여든 즈음에 행복할 수 있으려나?


행복하고 싶다. 근데 정확히 그 행복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다. 돈이 많고 차가 좋고 집이 넓고 뭔가 이런 수준의 것은 아닐 거 같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명징하게 구체화 하긴 어렵다.




유난히 길었던 이번 봄, 벚나무에 피고 지는 꽃잎을 보며, 뒤이어 돋아난 새싹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행복의 모습이 저기 있노라고.


행복은 거머쥐는 것이 아니다. 소유할 수 있는 형태로서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란 뜻이겠다. 행운이야 손에 쥘 수도 있겠다. 복권이든, 38 광땡이든.



행복은 상태다. 행복하다. 행복한 상태다.

행복(幸福) 다행 행(幸) 자에 복 복(福) 자를 쓴다. 그저 다행인 상태. 해야 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내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오늘도 무탈히 평범한 일상이 반복 됐다는 것. 그런 다행스러운 행복.


나무가 철에 따라 꽃을 내고 잎을 내고 열매를 맺으면 다행스러운 것이다. 썩지 않고, 병나지 않고, 날씨가 좋아서, 비가 내려서, 햇살이 좋아서, 참 다행히도 나무는 오늘도 저렇게 푸르다.


그런데, 나무가 열매를 내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시냇가에 심겨 있다면 그 나무는 시절을 따라 과실을 맺고 잎사귀가 시들지 않을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보다 어디에 있는가 먼저 봐야 하겠다. 내가 마르지 아니하고 언제나 푸른 잎새를 낼 수 있는 시냇가에 지금 있는가.


시냇가가 어디든 상관없다. 그대가 있어야 할 곳. 그 사람의 옆자리. 지금 떠오르는 그 자리가 그대의 시냇가다.


다행히도 내가 시냇가에 심겨 있다면, 나는 봄이면 꽃을 낼 것이다. 여름이면 한없이 푸르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을 거다. 그리고 겨울이면 누군가를 따듯하게 해 주겠지.






때를 따라 있어야 할 곳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나는 행복하겠다.

행복하려 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이란 걸 발견할 거다.


있어야 할 곳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고, 또 누군가가 품으신 뜻이 있는 그곳에


거기에 있으면 된다. 그러면 꽃을 피우고 푸르르고 열매 맺을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Carpenters - Top Of The Worl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