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십니까?
잘 지내십니까?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어느덧 한해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 좋았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며칠뒤면 가물가물해질 옛날이야기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찬바람에 흔들리던 목련이 아스라하게 기억난다. 벚꽃은 달린 것보다 떨어진걸 더 많이 본 듯하다. 바닷가의 짠내는 잊혀지기 어려운 편이다.
나는 이런저런 일 년을 보냈다.
당신은 어떤 한 해를 보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별일 없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별 일 없이, 그냥저냥 살고 계시다면 좋겠다. 다만 어영부영 사셨기를.
누구에게 풀어놓을 일은 딱히 없지만 그저 비워두기엔 억울하게 열심히 살았던 하루들. 달력에 적힌 글들은 빼곡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한참을 더듬어야 겨우 발견할 수 있다. 갤러리에 빈 공간은 그때의 기억마저 함께 가져가 버려, 없던 날이 된다. 그 사이사이에 있던 감정들은 대부분 이름 붙이기엔 애매해서, 그냥 지나간 대로 두는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안부 인사는 더 짧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잘 지내?"라는 물음에는 셀 수 없는 안녕을 담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설명하기엔 계절이 빨리 바뀐다. 결국 우리는 "그냥 그래" 한마디로 서로를 안심시키고, 더 묻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그 선택이 무심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하루가 얼마나 무거울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겠다.
많이 궁금합니다. 하시는 일은 잘 되시는지, 그대의 사계절은 어떤 색이었는지, 더운 여름은 어찌 보내셨는지, 추운 겨울 따듯하게 입고 다니시는지. 감히 추측은 하진 않으렵니다. 충분히 감당하고 계신 그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쉬어가세요, 길이 멉니다. 따듯하게 다니세요, 날이 추워 걱정입니다.
잘 지내십니까.
부디 별일 없다는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P.S. 특별한 이유는 없고, Bill Evans의 "Peace Piece"가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