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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리닌그라드 Dec 19. 2022

신발 속 모래알

서그럭 서그럭 불편하네


 요 근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체력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고 러닝을 뛰기 시작했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하려니 잘 될 리가 만무하지. 30초를 채 뛰지 못하고 멈춰 섰다. 숨은 넘어갈 듯이 가쁘고 머리가 다 어지럽더라. 결국 뛰다 걷다를 반복해가며 애초에 정한 거리를 기어이 완주했다.


 그렇게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나의 약한 체력도, 당기는 근육도, 추운 날씨도 아니었다. 오직 나를 지치게 했던 것은 헐렁한 신발 속 모래알들이었다.



 한동안 뛰다 보면 발바닥 아래가 절그럭 그러기 시작한다. 멈춰 서서 흔들어보면 뛰어오는 그 잠깐 사이에 가득히 쌓인 모래알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인터넷 쇼핑은 이런 게 불편하다. 입어보지 못하고 신어보질 못하니 사이즈가 안 맞을 때가 많다.


 큰 바위를 만나면 피해라도 가겠고, 넓은 강을 만나면 건너라도 가리라. 참 이 작은 불편함이 뭐라고, 신발 속에 모래는 잠시 동안 멈춰 서지 않으면 빼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나의 발바닥 바로 아래는 나와 너무나도 가까운 문제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역경을 만난다. 삶의 길목에는 언제나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 나의 능력치 밖의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문제를 만났을 때 성장한다. 절벽을 만나면 타고 올라갈 것이고, 협곡을 만난다면 다리를 만들 것이고, 강이나 바다를 만난다면 배를 만들 것이다. 인간은 극복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장애물들 속에서 우리를 정작 지치게 하는 것은 신발 속 작은 모래다. 큰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게 아닌 작은 문제들에게 발목이 잡힌다.


 사람은 바위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뿐이다. 우린 삶에서 역경을 만났을 때 그 역경 자체만으로 주저앉지 않는다. 그 가운데 우리를 지치게 하는 작은 문제들. 비관적인 주위의 시선, 작은 위로의 한마디도 듣지 못한 채 지나가는 하루, 새로운 선택을 망설이게 만드는 미련들. 큰 선택을 가로막는 작은 모래알과 같은 선택들이 너무나도 많다.



 당신의 삶에서 오늘 당신을 멈춰 세우는 신발 속 작은 모래 알갱이는 무엇인가. 강물 앞에서 뗏목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높은 암벽 앞에서 그 벽을 타고 오르지 못하게 하는 신발 속의 불청객들.


 나는 모래알을 분별할 수 있길 원한다.

 가야 할 길을 가기 위해, 들어야 할 말을 듣고 듣지 말아야 할 말을 안들을 줄 알기 원한다.

 멈춰 서야 할 때를 알고 달려 나가야 할 때를 알기 원한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별할 줄 알기를 원한다.

 모래알과 같은 사람과 사금 같은 사람을 구별할 줄 알기를 간절히 바란다.











Yiruma - Stay in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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