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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리닌그라드 Mar 22. 2024

구름뒤엔

언제나 별이 있어



  유난히 흐리던 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해 짙은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땅엔 슬쩍 져가는 노을과 공중의 먼지들이 함께 산란해 보라색 안개가 깔려있는 듯했다.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내 비행기는 이륙했고 짙은 회색 구름 속으로 뛰어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텁게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 위로 비행기가 올라섰을 때 안전벨트 등이 꺼지며 기내는 정적으로 둘러싸였다. 끝을 모를 만큼 뻗어있는 구름은 신비하리 만큼 하얗게 빛나 마치 하얀 바다 같았다.

  그리고 난 검게 물든 하늘 한복판, 닿을 듯 가깝게 떠있는 반달과 마주쳤다.



  땅에선 두터운 구름에 가려 달이 떠있는지도 몰랐으나 달은 늘 자신이 있던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모든 별빛을 집어삼킬 만큼 크게 떠있던 달은 그 밝기와 모습이 제법 볼 만하였다.


  난 생각했다. 저 달은 과연 억울했을까. 자신의 아름다움이 저 두터운 구름에 가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 땅에선 어둡다며 길을 헤맬 때 자신의 빛을 비춰주지 못한 게.




  나는 빛을 내고 있으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구름이 나를 감싸 가릴 때가 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자리를 지킬뿐이다. 입으로 구름을 후후 불지도, 구름을 이기고자 더 밝게 빛을 내려 하지도 않고.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논어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불환인지불기지,(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환부지인야.(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라)“



  달이 구름에 가려 빛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달의 잘못은 아니다. 달의 밝음을 가리는 구름도, 그 빛을 보지 못한 이도 탓할 수 없다.






  당신의 빛을 잃어버리지 않길 바란다. 언젠가 구름이 걷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보고 경탄할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정준하 -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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