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서랙트 순환 #무관계성과 무작위성이라는 이름의 행운
#테서랙트 순환
기존에 돌던 궤적에 의문을 품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란 출렁이는 그래프의 양상 속에서 증명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돌이켜보면 나는 변화의 추이를 나타내는 좌표 평면 위 꺾이는 선이 반등하는 축마다 매번 스스로에게 제시한 모종의 비전이 있었다. 믿음이 전달하는 좋은 입력적 예감이 생겼다면 그것을 출력하기 위한 설계도를 구성하는 것이 곧 소망의 단계가 된다는 것을 기록하고, 그 설계를 실제의 것으로 출력하는 구조화의 과정 속에서 경험과 체득이 반복되는 실존의 시간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도 새긴다. 사랑은 시간 개념이 없는 본능의 차원을 거쳐 다시 더 큰 믿음의 입력으로 돌아오기를 순환한다. 마치 서로 만날 수 없도록 동떨어진 두 좌표의 데이터 값을 포함한 유클리드 공간이 접혀 겹치듯 물리적 거리가 사라지고 경험이 일체화되는 구조 속에서 설명되는 '현재 몰입 = 미래 기대'의 원리와 동일하게.
가능성은 실제하기 위해서 인지된다는 논리는 '예감'에 대한 명제이다. 미래라는 차원의 좌표 공간에서 입력될 함숫값을 미리 상정할 수는 없지만 내 자아를 원거리의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그 어느 때부터인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늘 점지되어왔다(영감을 얻은 주체의 의지를 거치는 물리적 실행 여부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별개의 테마이기에 일단 유예시킨 조건 하에서).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나의 주변에는 끊임없이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대상들 이른바 내게 모종의 예감을 가져다 주기는 하지만 허락된 내 역할성과 관련하여 어떤 관계성으로 맺어질지 아직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단계에서 전달되는 무수한 직관적 소재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경험치로 환원할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 선택할 수 있지만 대개 촉이 움직였다는 것은 내면에서 본질적 자아 방향성과 그 대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상호적으로 내통했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길 바라며 진지하게 기웃거리고 사려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는 편이다. 결국 이는 나의 주체성을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진화시키는 공식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관계성과 무작위성이라는 이름의 행운
그리고 이제 그 나머지 여분의 생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이 있다. 상기 언급했던 대로 마음껏 나사를 풀 수 있는 모든 대상, 일을 하거나 움직이면서도 긴장을 풀고 완전한 쉼과 누림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무작위적 시간의 영역 안에서. 선별된 취미나 휴가처럼 나에게 맞춤형 유희와 편의라도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고 내 고유의 방향성과는 무관계한 영역임을 알기에 긴장을 풀고 신경을 온유하게 누그러뜨린 채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나머지 여분의 삶을 일컫는 것이다. 반드시 추출되어야 하는 핵심 요소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는 오직 즐기라고 주어진 가변적 요소만 남게 된다. 사건과 자극 속에서 어떠한 규칙과 억압 없이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시키며 자유롭게 풀어두는 것이 가능하다. 합리성이나 효율성, 목적의식과 유불리의 계산 등을 내려놓는, 일명 백치성 훈련이라고 말하면 표현이 우습지만 우선순위 외 모든 것에는 나사를 푼 백치가 되기 위한 연습이 맞다.
실상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하여 짓눌리는 듯한 무게를 느끼고 기분과 에너지를 소모한 일이 무척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오류를 조건반사적으로 저지를 때가 있다. 그래서 더 근면하게 질문을 소환하여 묻고 또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이 단일 초점으로 맞춰진 내 지향점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나사를 풀어버린다. 그러한 마음가짐에서 결정하고 행동하면 훗날 야기된 손해나 불리함에서조차 섭리 아래 은은하게 풍기는 삶의 좋은 향기가 난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무작위적으로 얻어지고 무작위적으로 잃어버리는 것, 그 자체로 곧 우리가 감사해야 할 범사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