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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플 Oct 23. 2022

꽃의 매력에 빠지다.

아름다움의 세계에 입문하다.

 회사에서 책상에 앉아 업무 하느라 전화 받고 컴퓨터 자판을 신나게 두들기다가 너무 몰두하였다는 생각이 들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변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회사 문을 나서 바깥 공기를 쐬기도 한다. 나는 무엇에든지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끊임없이 나를 채근하는 버릇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이전 직장은 무척 바빴다. 정신없이 바빴다. 기획안을 쓰다가 서둘러 다이어리를 챙겨 회의에 들어가기도 했고 행사와 출장을 밥 먹듯이 했다. 동시에 회사에서 얽힌 인간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 당시에는 내 머릿속은 일로 가득 차 있어서 가족도 친구도 뒷전이었다.

 8년을 일하다가 나는 한계에 부딪혔다. 낮은 집중력은 잘못된 상황 판단과 업무상의 과오로 이어졌고 이로인해 권고 사직을 당했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만했는데 오판이었다. 사직서에 사인을 하는 날. 내 손을 움직이는 건, 나의 의지가 아니고 타인의 의지였다.     

 퇴사 이후에 깨달은 것은 최선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전 경력을 버리고 과감하게 전혀 모르는 직종으로 재취업을 감행했다. 인생에 도박 같은 결정이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라는 심정으로 아크릴 제조 회사에 면접을 갔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사장님이 대졸이 왜 여기에, 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출근하면 오래 다니셔야 됩니다.’라고 하기에 말없이 긍정했다. 어느 직장이든 오래, 꾹 참고 다니는 편이었으므로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꽃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새로운 직장은 나쁘지 않았다. 생산라인에 계신 직원분들에 비해 사무실에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장부만 적으면 되는 나의 업무는 간단하고 쉬웠다. 그래서, 직장 생활에서 여유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이전 직장과는 너무도 다른 업무 강도였다.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인터넷 쇼핑도 할수있고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도 받을 수 있었다. 대박, 이럴수가! 그 이후에, 나는 행복을 보증할 수 있는 조건으로 ‘여유’를 꼽게 되었다. 일에 쫓기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일은 가족과 관계, 내가 존재해야 할 자리를 빼앗고 무겁게 똬리를 튼다.      

 꽃을 보는 우리의 마음도 여유를 요구한다. 우리가 꽃을 바라보며 ‘어머, 이 꽃 좀봐.’, ‘참, 예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많지 않다. 길가의 꽃에 시선이 머물고 풍경을 감상하려면 한뼘의 숨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매년 봄이 오면 벚꽃이 인기다. 여의도 윤중로, 양재천길, 남산 둘레길, 어린이대공원에 가보면 도대체 사람을 구경하러 간건지 꽃을 보러 간건지 헷갈릴 정도로 긴 줄을 서게 된다. 그래도 힘들게 찾아온 관광지에서 고개를 들어 벚꽃 나무를 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에 매년 찾아간다. 햇살에 비친 꽃잎 감탄하고 바람따라 하늘거리던 꽃잎이 세찬 흐름이라도 만나 눈처럼 쏟아지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쿵쿵쿵 심장박동 소리와 함께 빨라진 맥박이 뇌로 전해지고 행복하다, 새로운 시작이구나, 하며 숨을 고른다.

 우리 주변에는 눈에 띠지 않지만 곳곳에 꽃이 존재한다. 봄에는 벚꽃과 개나리. 곧이어, 장미와 봉숭아, 여름에는 코스모스. 가을에는 국화. 요즘에는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생활 환경 개선에 나서 여기저기서 정성들여 가꾸어 낸 화단을 가꾸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도 꽃이 있고 산책길에도 꽃이 있다.

 대부분의 날들은 출퇴근 하기에도 바빠 옆을 돌아볼 시간이 없고 핸드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가끔이라도 꽃을 볼수 있는 날을 추천한다. 꽃을 보는 날은 좋은 날이다. 주변을 살펴볼 수 있고 나의 감정도 느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꽃과 관련된 경력도 자격도 없지만 좋아하는 꽃을 찍어 하나씩 올린 게 3년 즈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꽃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건 타인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니고 내가 보기 위해서였다. 플라워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끔은 사진작가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친구들이 너의 꽃 사진은 뭔가 달라, 라면서 칭찬의 말을 더해 줄 때 꽃에 대한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아 기뻤다.     

 꽃을 보면 행복하다. 꽃은 말이 없지만, 온 몸으로 존재를 표현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처럼 우리들도 자신을 드러내어 소리치지는 않지만 독특한 특성을 유지하 소극적인 저항으로 자신을 표현다.

 이 글들이 여러분에게 꽃을 만나는, 그리고 자신을 만나는 좋은 날을 선물해 주길 바란다.

매주 화요일 찾아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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