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몇 년 전이다. 우연히, 꽃시장에 들르게 되었는데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모습에 홀딱 반해 버렸다. 이전에 보지도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꽃잎의 빛깔이 아름다워서 오감이 열리고 영혼이 씻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색은 다 같은 색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흰 꽃은 꽃마다 다른흰색을 가졌다는 것과 빨간꽃은 선명하고 진한강렬함이고 자주색 꽃은 따뜻한 질감을 가진 우아한 자태이라는 것을 배웠다. 꽃 시장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혼자였지만 누군가, 바로 꽃들의 환영을 받는 듯이 편안함이 있었다.
그 후로도 주말마다 꽃구경을 하러갔고 고속터미널 꽃시장과 남대문 꽃시장에 발자국을 남겼다. 방문한 날에는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르고 골라 두세 종류를 사서 집에 꽂아 두었다. 가족이나 주변에서는 이러다 말겠지 했지만 꽃구매 횟수가 늘어나고 플라워 클래스까지 수강하니 나의 꽃사랑은 어느덧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꽃이 왜 좋아요? 이 말에는 꽃이라는 물질이 그비용에 비해 효용이 떨어진다는 폄하가 들어있다. 많은 사람들이 꽃의 쓸모없음과 생경함으로 인해 왜 좋으냐고 반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꽃이 좋다.
젊을 적 나도 친구에게 물었었다. '너는 그 선배의 어디가 좋냐?' 친구가 멀끔하긴 해도 성질 더러운 남자 선배를 쫓아다니기에 했던 말이다. 내 보기에는 영 별로던데 친구는 멀끔한 선배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기혼인 사람들에게 왜 배우자와 결혼했나요,하고 묻는다면 정확한 이유를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결혼하기 전에는 예비 결혼 상대에 대해 외모, 성격, 배경, 가족관계까지 구체적인 조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결혼에 골인한 그(혹은 그녀)가 생각해두었던조건에 맞는지 점검해 보면 어긋나는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이다.그렇다면, 왜.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좋아한다는 말은 모호함을 내포한다. 단지, 이유라는 것은, '마음에 들어서', '좋아서' , '편안해서'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그 몇 가지 이유가 왜인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상대를 설득할 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
나는 마음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좋아함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인 나는, 어디서부터 이런 취향을 가지게 된 것일까.타고난 성품인가. 이렇게 길러진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판단에 앞서 느끼고 주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듯하다. 자신에게 편안하다고 느끼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주관적이면서도 확고하다.
그래서, 왜 꽃을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은 너는 왜 그 사람이 좋으냐라는 질문과 같은 난이도를 가진다. 그냥, 좋아서, 편안하게 느껴서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보다는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들이 오래 남는다. 내 경우에는, 사람도 내 마음에 편안한 사람이 남는 것 같다.
장미가 타고 나면서 가진 색은 노랑, 빨강, 분홍, 흰색으로 다양하다. 어떤 색을 좋아할지는 보는 사람의 취향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