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실행'은 이렇게
번번이 학부모들에게 좌절을 안겨준 건 계획보다 ‘실행’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실행단계에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학부모들이 찾는 건, 결국 무서운 선생님, 관리 잘하는 학원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의 땜질 처방일 뿐 아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금방 한계가 온다. 무서운 얘기지만 중고생이 되면 반쯤 포기·방치한 상태에서 잔소리만 하게 된다. 그것도 아이 눈치를 보면서 말이다. 학부모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허나 이 실패의 진정한 피해자는 학생이다. 숙제가 이 모양인데, 시험공부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학생이 겪고 있을 좌절감과 무력감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숙제 실행 능력(멘탈·의식·사고능력)을 키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숙제 실행 수준은 단계적으로 발전해 가는데, 단계마다 기간은 유동적이다. 결국 아이의 발전에 달려 있다. 또한 수십 번의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절대로 부모는 실망해 자포자기하거나, 폭발해서는 안 된다. 결국은 끈기와 인내심의 싸움이다. 필자도 실제로 다년간 중고생 숙제와 시험공부를 지도하면서 깨달은 점이다. 끈기와 인내심은 결국 이긴다.
· 보통 초등학교 1학년 ~ 초등학교 3학년 사이.
· 숙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는 학생. 숙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
· 옆에 학부모가 앉아 있어도 숙제를 하라고 하면 단 5분도 버티지 못하는 학생
보통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드물게 3학년까지도 해당되는 경우가 있다. 이 단계의 학생들은 ①아예 숙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한다. 또한 ②숙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함께 ‘계획’을 짜는 것도 불가능하다. 솔직히 이런 학생들이라면 숙제를 내줘서도 안 되고, 시켜서도 안 된다. 그래도 뭔가를 해봐야 한다면, 과거 어린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뽀미언니’처럼 함께 해야 한다. 과장된 말투와 행동을 하라는 건 아니다. 한 문제 한 문제 같이 풀고, 한 줄 한 줄 같이 읽고, 때로는 번갈아 하면서, 아예 함께 2인 1조로 숙제를 하는 것이다. 또 언제나 웃고, 칭찬하고,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숙제 시간이 나름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으로 느껴지게 만들어야 한다. 부디 학부모님들의 건투를 빈다.
· 초등학교 2·3학년 ~ 고등학교 1학년.
· 숙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만 억지로 받아들인 상태, 그러나 혼자서는 외롭고 답답하고, 의식 집중이 안 되고, 모르고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인 학생.
· 선생님이든 학부모든 지켜보고 이끌어줄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학생.
페이즈 1은 ‘함께 하기’ 단계다. 보통 본격적으로 숙제를 해야 하는 초등학교 2~3학년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페이즈 1이 초등학생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혼자서 숙제나 시험 준비를 해낼 능력이 없는 학생을 위한 단계다. 늦었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중고생들도 있다.
시작 : 계획한 대로 숙제를 할 시간이 되면, 숙제할 장소로 아이를 불러 계획 확인부터 시킨다. 그리고 숙제를 시작하자. 아이가 알아서 시작하기를 순진하게 기다리거나, 언제 하나 팔짱 끼고 지켜보지는 말자. 어차피 마음만 상할 것이다. 현재 아이는 해야 한다는 사실만 겨우 받아들였을 뿐, 그저 하기 싫고 고통스럽기만 한 상태이다. 한 마디로 실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시간을 알리고 함께 자리에 앉아 시작하는 것이 옳다.
중간 : 시작할 때 ‘하기 싫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엄마도 그래. 하지만 같이 힘내보자.’ 등의 이야기로 공감과 격려를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아이가 숙제를 하는 동안 계속 옆에 있어야 한다. 공포스러운 감시자, 앉아만 있는 망부석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때론 딴짓도 적당히 모른 척 해주고, 같이 농담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멍 때리거나 산만하면 따끔하게 경고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안 풀리거나 어려우면 이해를 도와주고 같이 문제를 고민해 주기도 해야 한다. 즉, 하는 동안 내내,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마음 코치도 해주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의식의 ‘닻’ 역할도 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적인 도움도 줘야 한다. 앞서 말한 숙제 코치의 테크닉이 필요한 순간이다.
마무리: 숙제 시간은 계획대로 칼같이 끝내는 것이 좋다. 성과가 좋든 나쁘든, 부모의 욕심과 미련으로 시간을 연장하지는 말자. 대신 ‘피드백(평가·반성·대안모색)’의 시간을 갖자. 일단 성과를 확인한다. 물론 성과가 안 좋았다고 혼내거나 실망한 티를 내면 안 된다. 마치 남의 일인 듯 객관적으로, 성과가 낮은 이유를 같이 분석하자.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집중을 못해서였는지, 본인은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환경이나 숙제 자체의 문제였는지 나눠 따져보자. 그리고 어떻게 해야 다음번에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같이 이야기해보자.
발전의 징후 : 페이즈 1을 실행하는 동안, 계획대로 실행이 성공하는 횟수는 열 번에 한두 번 정도일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피드백(평가·반성·대안모색)’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실패를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만드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 기간이 몇 년이 걸릴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허나 발전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징후는 확실히 있다.
첫 번째, 숙제 코치의 역할이 점점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멘탈·의식 두 영역의 코치 역할이 점점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도움은 계속 필요하다. 코치가 옆에 앉아 있거나, 아니거나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제 할 일만 하고 있다면, 슬슬 페이즈 1이 성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피드백(평가·반성·대안모색)’을 할 때, 솔직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변명이나 합리화를 하지 않고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고, 스스로 대안을 내 놓는 모습이다. 능력은 아직 멀었다고 해도, 일단 이런 모습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의식’이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기를 원한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서 철이 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계획은 실패했더라도, 시간 대비 성과가 60% 이상 수준으로 나오는 것이다. 최소한 할 의지도 있고, 열심히 했다는 뜻이다. 이것이 지속되면 계획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 초등학교 5·6학년 ~ 고등학교 3학년.
· 여전히 하기 싫고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일단 시작만 하면 계획한 대로 수행할 수 있는 학생.
· 모르거나 이해 안 되는 걸 도움받는 경우를 제외하고, 내내 숙제 코치가 옆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는 학생
· 주도적이며 자신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학생.
페이즈 1이 얼마나 걸릴지, 몇 학년에 끝날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학생의 타고난 성향과 자질, 환경, 숙제 코치의 역량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즈 1의 발전의 징후들이 충분히 쌓였다고 생각되면 페이즈 2로 넘어갈 수 있다. 즉, 숙제 계획 성공 확률이 70~80%에 이르면서, 어렵거나 안 풀리는 것을 물어볼 때 외에는 숙제 코치가 필요 없어지고, 주도적으로 피드백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다.
페이즈 2는 수퍼바이징, ‘관리·감독’ 단계다. 물론 사회에서 성과를 관리하고 근태를 감시하는 관리감독과는 다르다. 여기서는 ‘학생’의 자기 관리 능력 성장하도록, 숙제하는 과정을 관리하고 돕는 역할이다.
시작: 시작은 페이즈 1과 동일하다. 만약 시작조차 알아서 한다면, 이 글을 읽고 있을 이유는 없다. 시작할 시간에, 숙제할 장소에서 숙제를 확인하고, 같이 스타트를 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의식’이라는 걸 잊지 말자.
중간: 페이즈 2에서는 코치가 숙제(공부) 하는 내내 옆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멘탈과 의식의 ‘닻’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혼자서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여전히 혼자라는 단절된 느낌은 힘들고 싫다. 시작만 같이 하고, 자리를 뜬다. 대신 근처에 있으면서 아이가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또 언제든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난 설거지를 할 테니, 난 빨래를 널 테니, 난 떡을 썰고 있을 테니, 넌 숙제(공부)를 하렴. 대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 다 마칠 때까지 어디 안 가고 근처에 있을 거니까.’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외롭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것 같은 타이밍에 슬쩍슬쩍 한 번씩 와서 ‘뭐 내가 도와줄 것 없니?’라고 물어봐야 한다. 만약 ‘잘하고 있어?’라고 물으면, ‘감시자’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마무리: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 끝날 때가 되면, 코치는 다시 자리로 복귀한다. 그리고 마지막 십 분, 십오 분을 아이와 함께 한다. 그리고 끝나면 같이 성과를 확인한다. ‘평가·반성·대안모색’(피드백)은 페이즈 1과 똑같이 진행한다. 다만 주로 아이가 발언하도록 하자. 페이즈 1보다 시간은 훨씬 적게 들 것이다.
발전의 징후: 페이즈 2에 들어오면 실패할 때보다 성공할 때가 더 많아진다. 그래도 아직은 완벽히 혼자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특히 숙제(공부)가 어려울 때는 멘탈·의식적으로 여전히 많이 흔들린다. 자칫 방심하여 아이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겨버리는 실수는 하지 말자. 사실 웬만큼 알아서 하는 것 같은 중고생도 페이즈 2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중고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 카페를 찾거나 한다. 페이즈 2의 숙제 코치로는 친구나 학부모보다는 선생님이 알맞다. 만약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고생이라면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원이나 선생님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페이즈 2를 졸업하기는 매우 어렵다. 페이즈 2를 졸업했다는 것은, 이제 완전히 독립적으로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른들도 여전히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을 줄 사람이나 기관을 찾지 않는가? 사실상 페이즈 2는 부모가 더 이상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
페이즈 2를 졸업할 징후는 다음과 같다. ①시작할 시간을 학생이 먼저 의식하고 준비해 착석한다. ②모르거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묻는 경우 외에는 코치가 일절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귀찮아한다. ③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시간이 되어도 끝내지 않고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숙식도 포기하기 때문에 코치가 말려야 한다. ④‘평가·반성·대안모색’(피드백)이 너무나 주도적이면서 객관적이라, 코치는 오히려 격려나 칭찬, 위로를 해 줘야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