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공부하기-'메밀꽃 필 무렵' (3)

작품 이해에 필수! 주요 장면 해설

by Kalon
메밀꽃 필 무렵3.png 진짜 도움되는 한국 단편 소설 해설본



[작품 이해에 필수! - 주요 장면 해설]


주요 포인트 1


김첨지는 줄을 끊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나귀를 찾는다. 나귀가 난리를 피운 이유를 알고는 충주댁을 놓고 시샘을 부린 자신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 김첨지의 외모와 행동, 심리상태 등을 직접 묘사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나귀’라는 대상물을 통해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는 일종의 문학적 기법으로, 자연물과 인물이 서로 조응(照應)하도록 함으로써 작품의 문학성과 서정성을 높여준다.

※조응(照應): 비추다 , 응하다 - 서로 다른 두 대상이 상대를 비추듯 일치함.



반평생을 같이 지내 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 다니는 동안에 20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까스러진 목 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 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꼽을 흘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슬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 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을 몇 번이나 도려 내고 새 철(鐵)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 버린 철(鐵)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목덜미를 어루만져주니 나귀는 코를 벌름거리고 입을 투르러거렸다. 콧물이 튀었다. 허생원은 짐승 때문에 속도 무던히는 썩였다. 아이들의 장난이 심한 눈치여서 땀 배인 몸뚱어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좀체 흥분이 식지 않는 모양이었다. 굴레가 벗어지고 안장(鞍裝)도 떨어졌다. 요 몹쓸 자식들, 하고 허생원은 호령을 하였으나 패(牌)들은 먼저 줄행랑을 논 뒤요 몇 남지 않은 아이들이 호령에 놀래 비슬비슬 멀어졌다.

“우리들 장난이 아니우, 암놈을 보고 저 혼자 발광이지.”

코흘리개 한 녀석이 멀리서 소리를 쳤다.

“고 녀석 말투가.”

“김첨지 당나귀가 가 버리니까 온통 흙을 차고 거품을 흘리면서 미친 소같이 날뛰는걸. 꼴이 우스워 우리는 보고만 있었다우. 배를 좀 보지.”

아이는 앙돌아진 투로 소리를 치며 깔깔 웃었다. 허생원은 모르는 결에 낯이 뜨거워졌다. 시선을 막으려고 그는 짐승의 배 앞을 가리워 서지 않으면 안되었다.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


〔단어 해석〕

· 까스러진: 잔털 따위가 거칠게 일어나 있는

· 개진개진: 눈에 물기가 끈끈하게 고여 있는 모습

· 몽당비: 끝이 거의 닳아서 없어진 비(broom)

· 슬리운: (쓸린)쓸리다. 문질러져 닳게 되다.

· 굽: 말발굽

· 철(鐵)을 신기다: 말발굽에 철로 된 편자(horseshoe)를 박다.

· 투르러거렸다: 의성어, ‘투루루’거렸다.

· 패(牌): 패거리

· '배를 좀 보지’: 흥분해 있는 수컷 당나귀의 성기(性器)를 보아라.

· 앙돌아진: (앵돌아진) 삐친, 토라진.

· 뭇: 매우 많은, 여러.

· 암샘: 암컷이 발정기에 수컷으로 하여금 교미하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행위. 여기서는 수컷이 암컷에 대해 욕심을 내는 행위를 말함.




Q. 허생원이 자신도 모르게 낯이 붉어지고, 여러 시선을 막으려고 나귀의 배를 몸으로 가린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귀가 난리를 피운 이유가 암컷 나귀를 보고 흥분한 탓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자 조금 전 충주댁에 대한 탐심으로 동이를 시샘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고, 나귀의 흥분된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느껴져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Q. 허생원과 나귀는 어떤 관계입니까? 나귀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김첨지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습니까?

-작품 속에서 허생원과 나귀는 반평생을 함께 한 동반자이자 유일한 피붙이 같은 관계다.

-작품 이해의 측면으로 보면, 나귀는 허생원과 조응하는 일종의 아바타이다. 그렇게 허생원의 늙고 궁상스러운 외모와 더불어, 선배 상인이자 어른으로서 동이를 꾸짖은 듯한 행동이 실상은 충주댁에 대한 탐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요 포인트 2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단 한 번의 ‘그 옛일’을 떠오르게 만드는,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밤 풍경

: 한국 단편 소설 사상 가장 유명하고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힌다. 봉평에서 대화까지 가는 메밀꽃 가득한 보름달 뜬 밤길. 현재와 과거, 자연과 사람의 인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는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순간.



그렇다고는 하여도 꼭 한 번의 첫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단 한 번의 괴이한 인연! 봉평(鳳坪)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 시절의 일이었으나 그것을 생각할 적만은 그도 산 보람을 느꼈다.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두 도무지 알 수 없어.”

허생원은 오늘 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 내려는 것이다. 조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생원은 시치미를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格)에 맞거든.”

조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大和)까지는 80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깃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確的)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장(場)선 꼭 이런 날이었네. 객주(客主)토방(土房)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鳳坪)은 지금 그제나 마찬가지나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방앗간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成)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鳳坪)서야 제일가는 일색(一色)이었지. 팔자에 있었나부지.”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를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구수한 자주빛 연기가 밤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었으나 성(成)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날 판인 때였지? 한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좋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 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제천(堤川)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 다음 날이었다.


〔단어 해석〕

· 대궁이: 강원도 사투리로 ‘대’를 가리킨다. ‘대’는 가늘고 긴 장대 모양의 물건이다. 여기서는 식물의 ‘줄기’를 말한다.

· 확적(確的): 굳을 , 분명하다 확실하다 적 - 정확하게 맞아 틀림없다.

· 객주(客主): 손님 , 주인 - 다른 상인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거나, 매매를 이어주는 등의 상거래를 도와주는 상인.

· 토방(土房): 흙 , room - 마루나 온돌을 깔지 않고 흙바닥으로 된 방. ‘봉당(封堂)’이라고도 한다.

· 일색(一色): 하나 , 여성의 예쁜 용모 색 - 가장 예쁜 여성

· 팔자(八字)에 있었나부지: 운명이었나 보지

· 줄행랑(줄行廊): 줄(line) + 다니다 , 복도 (궁궐 대문 주위에 걸어 다니도록 만든 건축물) - 줄지어 늘어선 행랑. 길게 행랑을 이어 만드는 것처럼 도망치다.




Q. 그날 밤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어떻게 벌어진 일입니까?

- 젊은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는 물레방앗간에서 성적 관계를 맺었다.

- 원래 서로 모르던 사이였으나, 보름달과 메밀꽃이 만발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밤 분위기에다 둘 만이 있는 공간에서, 서로 걱정을 털어놓고 위로하는 사이에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Q. 성서방네 처녀가 제천으로 도망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아마 한 순간 분위기에 휩쓸려해서는 안 될 큰일을 저질렀다는 자책감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 후에 이 일이 알려졌을 때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요 포인트 3


동이로부터 모친의 이야기를 듣게 된 김첨지는 그들 모자(母子)와 자신 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인연을 느끼고, 동이와 동행하기로 한다.

: 작가는 차근차근 구체적으로 서사를 이어가거나 결말을 짓기보다는 ‘복선과 암시’, ‘열린 결말’의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런 기법은 독자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서정성을 극대화시킨다.



“모친의 친정은 원래부터 제천(堤川)이었던가?”

“웬걸요, 시원스리 말은 안 해 주나 봉평(鳳坪)이라는 것은 들었죠.”

“봉평(鳳坪)? 그래 그 아비 성(姓)은 무엇이구?”

“알 수 있나요. 도무지 듣지를 못했으니까.”

“그 그렇겠지”하고 중얼거리며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생원은 경망(輕妄)하게도 발을 빗디뎠다. 앞으로 꼬꾸라지기가 바쁘게 몸째 풍덩 빠져 버렸다. 허지적거릴수록 몸을 걷잡을 수 없어 동이가 소리를 치며 가까이 왔을 때는 벌써 퍽으나 흘렀었다. 옷째 졸짝 젖으니 물에 젖은 개보다도 더 참혹한 꼴이었다. 동이는 물 속에서 어른을 해깝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라 장정(壯丁)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

“이렇게까지 해서 안됐네. 내 오늘은 정신이 빠진 모양이야.”

“염려하실 것 없어요.”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 않는 눈치지?”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하는데요.”

“지금 어디 계신가?”

“의부(義父)와도 갈라져서 제천(堤川)에 있죠. 가을에는 봉평(鳳坪)에 모셔 오려고 생각 중인데요. 이를 물고 벌면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죠.”

“아무렴 기특한 생각이야. 가을이랬나?”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진종일(盡終日) 실수만 하니 웬일이오? 생원.”

조선달은 바라보며 기어이 웃음이 터졌다.

“나귀야, 나귀 생각하다 실족(失足)을 했어. 말 안했던가.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邑內) 강릉(江陵)집 피마(馬)에게 말일세. 귀를 쭝굿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귀 새끼 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邑內)를 도는 때가 있다네.”

“사람을 물에 빠치울 젠 딴은 대단한 나귀 새끼군.”

허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고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 끓여 주고, 내일 대화(大和) 장 보고는 제천(堤川)이다.”

“생원도 제천(堤川)으로××××××.”

“오랜간만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淸淸)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단어 해석〕

· 경망(輕妄): 가볍다 , 제멋대로 함부로 - 말과 행동이 가볍고 조심성이 없다.

· 해깝게: 가볍게

· 장정(壯丁): 젊고 씩씩할 , 일꾼 - 젊고 건장한 남자 일꾼

· 진종일(盡終日): 모두 , 끝내다 , 날 -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하루 종일

· 실족(失足): 놓다 잃다 , 발 - 발을 헛디디다.

· 피마(馬): 다 자란 암말

· 훗훗이: 매우 훈훈하고 따뜻하게

· 아둑신이: ‘어둑시니’. 한국 민담의 요괴로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을 뜻함. 이 작품에서는 ‘눈이 어두워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의 의미로 쓰였다.

· 청청(淸淸)하게: 맑을 - 소리가 맑고 깨끗하다.




Q. 허생원의 눈이 눈물로 흐려지고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 동이로부터 모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자, 과거 만났던 성서방네 처녀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Q. 허생원과 동이의 인연을 암시하는 부분을 모두 찾아봅시다.

-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Q. 허생원의 마음이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혹시 모를 인연에 대한 기대와 그 인연을 찾아갈 희망에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Q.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 허생원은 동이와 함께 제천으로 간다. 기대했던 대로 동이의 모친은 그 옛날 만났던 성서방네 처녀가 맞았고, 동이는 허생원의 아들이었다. 외롭고 힘든 세월을 지나 셋은 다시 만나 가족을 이루었다. (해피엔딩)

- 허생원은 동이와 함께 제천으로 간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동이의 모친은 그 옛날의 성서방네 처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비슷한 과거와 아픔이 있었던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과 같은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현실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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