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문제의 원인은 우선 숙제 자체에서 찾아보자.
아이의 숙제 문제로 속을 썩여 본 학부모라면, 한 번쯤은 학원에서 걸려오는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가 요즘 숙제를 잘 못해오고 있어서요, 신경 써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던 학부모도 있고, 전혀 사정을 몰랐던 학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아이와의 드잡이, 학부모의 자기비판, 그리고 감시·관리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가겠는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이 루틴에 아이도 학부모도 곧 지치고 무감각해진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학부모들이 학부모 자신이나, 아이가 문제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학원에서도 그렇게 몰아간다. 그러나 숙제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르쳐 본 사람은 알겠지만, 중고생에 비교하면 어린 아이들은 정말이지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다. 그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자신에게 제일 좋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들이 숙제를 안 하고 있다면, 정말로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숙제 그 자체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가 숙제를 안 하고 있다면, 자신과 아이를 탓하기 전에 먼저 ①숙제가 너무 어렵지 않은지 체크하자. 수업 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라도 또, 수업 시간에 풀어봤던 문제였더라도 혼자 하려고 하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숙제라는 건 바로 그런 경우다. 독해든, 문제풀이든 아이와 한 번 같이 해보면 대략 알 수 있다. 이런 경우 해결방법은 수업을 더 하는 것이다. 선생님께 전화해서 정중히 보충수업을 부탁하자. 아니라면 최소한 숙제 중간 점검이라도 부탁하자. 선생님께 부탁하기 어려워서 혹은, 쪽팔려서 부모가 가르쳐 해결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건 절대로 권하지 않는다. 일단 선생님의 권한과 책임을 무시하는 일이고,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제 자식은 못 가르친다.
②숙제가 너무 쉽고 반복적이지는 않은지 체크하자. 쉬운데 왜 안 하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은 너무 쉽고 반복적인 숙제에는 할 의미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 부모는 보통 보상을 걸어서 후딱 해치우도록 유도한다. 제발 이러지 않도록 하자. 아이들에게 숙제는 보통 쓸데없는 것, 또 대충해도 해결만 하면 만사 끝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숙제를 계속하다 보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다. 선생님께 숙제가 너무 쉽고 반복적이라 의미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하자.
③숙제 양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체크하자. 아이 입장에서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아예 하기도 전에 질려 버리고 시작조차 안 한 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쉬우면서 양이 많아도 그렇고, 어려우면서 양이 많으면 더욱 그렇게 된다. 그런데 숙제의 많고 적음은 아이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상대적이다. 어떤 아이에게는 많지 않은 숙제가 우리 아이에게만 많은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무조건 다 할 것을 아이에게 요구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해 보면서 시간을 가늠해 보자. 그런 다음 현재 아이의 성향과 능력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면 선생님과 진지하게 상담해 보도록 하자.
애초에 학교나 학원은 커리큘럼이나 수업에 정해진 대로 숙제를 내준다. 학생 개개인의 성향, 능력, 발전 정도에 맞춰서 주는 것이 아니다. 또 선생님이 일일이 학생들 숙제 완성도를 체크하고, 문제와 이유를 찾아 해결방법을 제시해 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찾기 어렵다.
결국 숙제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학부모가 주도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학부모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수업을 하고 숙제를 내주는 것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숙제 트러블이 있다면, 먼저 현재 우리 아이가 하고 있는 숙제부터 체크하자. 그리고 숙제를 내준 선생님과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를 해 보자. 실제로 숙제 자체가 문제거나, 아이와 맞지 않아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