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방법 - 두번째, 숙제하는 능력 키우기

#5 방식과 환경을 바꿔서 ‘숙제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by Kalon

방식과 환경을 바꿔서

‘숙제 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앞서 나온 대로, 선생님과 상의해 숙제를 바꿔주었지만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이때는 ‘아이’와 ‘숙제를 하고 있는 환경과 방법’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일단 아이가 ‘홀로 제대로 숙제를 해낼만한 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건 아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숙제는 당장 배운 것을 익히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홀로 수행하게 될 공부와 일의 훈련이기도 하다. 당연히 지금은 혼자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현재는 불가능한 일을 아이에게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동시에 숙제를 하고 있는 환경과 방법도 문제일 수 있다. 필자도 어렸을 때, 가족들이 TV시청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만 홀로 방안에 앉아 숙제를 해본 경험이 있다. 머리 속은 온통 거실에 쏠려 있고, 답답함과 조바심에 무척 괴로웠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가뜩이나 경험도 능력도 동기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에서 혼자 숙제를 하라는 건 고문에 가까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부모가 할 일은 아이를 다그치거나 구슬려서 당장 숙제를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선, 숙제를 할 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다음, 방식과 환경을 바꿔 아이가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숙제 할 때 필요한 능력, ‘의식활용 능력’

숙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사고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 있다. ‘주도적으로 의식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종종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는데, 왜 유독 숙제만 그렇게 집중을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는 ‘몰입’과 ‘집중력’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다.


‘몰입’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즉 ‘의식이 날아가 버린 상태’다. 감각과 지각이 빨려 들어가는 무엇인가를 만났을 때,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몰입은 수동적인 행위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훨씬 잘 몰입한다. 놀거나, 무언가를 만들거나, 영상물을 시청하는 등 일상에서 수시로 금방 열중하고, 그럴 때는 불러도 모른다. 그런데 숙제를 할 때는 몰입이 거의 되지 않는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많이들 숙제는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IT장치나 팁을 도입하기도 한다. 한편 원하는 물건이나 자유시간 등을 보상으로 내걸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방식으로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랫동안 숙제 문제로 골머리를 썩여 온 학부모라면 다 알고 있으리라.


애초 숙제라는 것은 몰입상태에서는 해낼 수가 없는 일이다. 숙제는 하고 싶은 데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배운 것을 적용해야 하고, 하는 중간중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 검토해야 한다. 결과를 확인해야 하고, 만약 틀렸다면 스스로 고민해서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게다가 시간과 양도 가늠하고 조절해야 한다. 즉, 의식이 날아가 버려서는 안 되고, 의식을 숙제에 집중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의식이 내 의지 아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해야 할 곳에, 의식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게 진짜 집중력이다.


결국 ‘숙제를 할 때 필요한, 숙제를 하면서 길러야 할 능력’은 바로 ‘주도적으로 의식을 활용하는’능력이다. ‘주도적인 의식활용’이란 의식을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는 ‘의식의 할당과 집중’이다. 즉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에 더 많은 의식을 투입하는 것이다. 마치 무대 조명을 조절해 주인공에게 하이라이트를 비추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나를 의식’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배우이면서, 관객이자 감독이 되어 무대 위 자신을 평가하고 연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숙제를 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있는 자신을 자신이 내려다보는 것이다. 이런 ‘주도적인 의식활용’은 비단 숙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장차 수없이 만나게 될 일과 공부, 시험의 결과가 모두 여기서 좌우된다. 그런데 딱 봐도 이런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나기 어렵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보통은 오랜 기간 힘겨운 훈련을 거쳐야 얻을 수 있다.


만약 아이가 30분이면 끝날 숙제를 2~3시간씩 끌고 있다면, 먼저 ‘주도적인 의식활용’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잘 안 되는 일을 하려면 억지로 해야 하고, 상당한 고통이 뒤따른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의식을 조종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말할 수 없이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결국 아이들이 숙제를 안 하거나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면 된다.


어른들은 살아오면서 어떤 고통이든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끝나기 마련이란 걸 배웠다. 또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멘탈과 의식을 잡아줄 ‘닻’이다. 아이들이 무조건 숙제를 회피하기만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심지어 하는 게 본인에게 좋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하려고 해도 잘 안 될 뿐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에 맞설 만큼 강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나약함을 교사나 학부모가 이해해 주고, 멘탈과 의식의 ‘닻’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숙제 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실질적인 제안


일단 숙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도록 하자. 거실도 좋고 부엌 식탁도 좋다. 혼자 자기 방에 덩그러니 앉아 의식을 컨트롤해야 한다면 아이에게 그보다 더한 고통이 있을까? 게다가 내 방, 내 책상 위는 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 딴짓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이가 숙제를 하고 있는 동안에 부모나 다른 가족들도 그 주변에서 같이 독서나 업무, 집안 일 등을 하자. 이렇게 주변의 누군가, 주변의 분위기 자체가 멘탈과 의식의 ‘닻’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역할을 맡아, 아이가 중간중간 회피하려고 하거나, 의식이 약해질 때마다 부드러운 타이름, 단호한 꾸짖음, 칭찬과 격려 등을 섞어가며 함께 해주어야 한다. 마치 초보 운전자 옆자리에 앉은 베테랑 운전자처럼 말이다. 간단히 말해 멘탈과 의식을 관리 해주는 숙제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너무 받아주면 같이 노는 꼴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 반대로 너무 강하게 몰아 붙이면 ‘닻’이 되기는커녕 ‘공포 그 자체’가 되어 더 숙제를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코칭의 원칙은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되 정해진 선을 넘지는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간과 분량은 아이가 정하되 어길 시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준다든가(페널티도 아이가 정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 여유를 갖고 하도록 약간의 산만함은 인정해주되, 도를 넘는다고 판단되면 강력하게 제지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 제한선을 긋고 스스로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또한 멘탈 관리도 필요한데, 아이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는 우선 고통에 공감해주고, 그런 고통이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자 대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 아이라도 남의 아이처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심리적 테크닉까지 갖춰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부모의 입장에서 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인생의 선배이자, 코치, 동지로서 함께 할 것을 조언한다.


숙제 코치의 역할은 이게 다가 아니다. 제대로 된 숙제는 아이들에게 고민을 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아이 혼자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코치는 의식과 멘탈의 관리뿐 아니라, 실질적이고 기술적인 도움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옆에서 박수치고, 격려하고, 꾸짖는 거라면 관객들도 할 수 있다. 코치라면 무엇 때문에 막히는지, 어떻게 하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지, 힌트를 주어서 스스로 고비를 넘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게다가 코치의 역할은 한낱 숙제도우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이끌어줘야 한다.



부모 혼자 맡기에는 너무 어려운 역할


그런데 부모가 이런 역할을 전담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숙제코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숙제뿐 아니라 수업 내용까지 완벽히 꿰고 있어야 하는데, 부모가 자기 시간도 버리고, 할 일까지 내팽개치고 아이와 함께 공부하러 다닐 수 있겠는가? 더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문성과 난이도도 높아지니, 부모가 교사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코칭 테크닉을 갖추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것도 멘탈과 기술 두 방면을 동시에 코치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진짜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아이가 찌질한 모습을 보일 때 폭발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기술 방면의 코칭은 더 어렵다. 절대로 답을 알려주거나, 답에 이르는 직선로를 일러주어서도 안 된다. 길도 헤매고 시행착오도 거치면서 스스로 옳은 길을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시범을 보여주고, 때로는 설명을 해주고, 때로는 힌트를 주고, 때로는 지적만 해줘야 한다. 이런 테크닉이 부족하다 보니, 그냥 가르쳐줘 버리거나 뻔한 유도질문만 하는 것이다. 이게 반복되면 아이는 코치 눈치나 보고, 적당히 실랑이하면서 쉽게 답을 얻으려고 한다. 어차피 가르쳐 줄 테니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손 대지 말고 교사에게 맡겨두는 게 더 낫다. 아이의 주도성은 물론 사고력과 지식의 발전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숙제 코치는 부모가 전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선생님과의 적절한 역할 배분이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면 멘탈과 기술 두 분야를 나눠서 맡는다든지,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부모가 코치하고 어려운 부분은 선생님이 맡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어쨌든 선생님과의 상담이 우선 필요하다. 아무래도 코칭 경험도, 능력도 선생님이 낫지 않겠는가? 그게 선생님을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집에서는 도저히 숙제에 집중할 환경이 안 된다든가, 집에서 코치 역할을 해줄 사람이 아예 없는 경우다. 이럴 때는 숙제를 학원에서 해결하도록 되어 있는 곳을 찾아가 보자. 물론 학원에서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한다. ‘숙제 룸’의 분위기가 조용하고 학구적인지, 언제 오고 나가는지, 숙제 성과를 확인하고 있는지, 수업 담당 선생님이 직접 숙제 관리도 맡아주는지, 물어보는 족족 다 가르쳐주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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