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하지 말아야 할 숙제 관리 유형들
부모들이 종종 까먹는 사실이 있다. 숙제를 하는 당사자는 아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숙제를 안 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뿐만 아니라, 잘하고 있는 아이를 둔 학부모조차도 마치 본인 일인 것처럼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다 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은 당장은 효과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여러 문제점과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 아이 스스로 동기 부여할 기회를 빼앗는다. 학부모가 붙들고 일일이 시키는 게 어릴 때는 효율이 높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잘 따라오지 않는다. 숙제가 어려워져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동기 부여가 안 되기 때문에 조금만 귀찮고 힘들면 미루거나 포기하기 일쑤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계속 이렇게 나가면 아이가 수동적이며 의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동기부여 하지 못하는 인간은 절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두 번째,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이 성장하지 못한다. 우리 어른들은 언제나 계획을 하지만,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고, 계획대로 해도 목표에 이르지 못하는 경험을 무수히 해 왔다.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이런 실패 경험 덕에 ‘자기 자신’을, ‘일을 하는 올바른 방법’을, ‘실패를 과정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해왔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숙제를 통해 이런 경험을 하며 성장할 수 있다. 아이가 우리보다 나은 삶을 살기 바란다면 아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으면 되겠는가?
세 번째, 아이가 부정적인 심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조차도 본성과 의지를 무시하고 억압하면 이상심리 상태에서 이상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숙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일일이 지시받고, 확인받고, 감시받는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시라. 무력감, 두려움, 울분 등이 하루하루 쌓여나갈 것이다. 심한 경우, 부모에 의존하면서도 미워하고 두려워하게 되거나, 틱 장애가 오는 경우도 꽤 많다. 특히 이 상태로 사춘기에 이르게 되면, 손댈 수 없을 정도의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져 다 포기해 버리거나, 통제할 수 없는 분노 상태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숙제를 ‘계획에서 실행까지 함께 하되, 아이가 주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이가 주도하도록 하자’는 말이 절대 아이 뜻대로 결정하도록 놔두거나, 아이에게 일임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옳은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라는 뜻에 가깝다. 그렇다고 모든 계획은 학부모가 짜 놓고 아이들을 꼬드기기만 하라는 뜻도 아니다. 아이들이 바보가 아닌데 언제까지 속겠는가? 게다가 학부모가 세운 목표와 계획이 무조건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하는 것은 당장 숙제를 끝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실행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목표를 성취하고 능력을 발전시켜가는 재미를 깨닫고, 스스로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해 주기 위함이다. 그게 장차 아이들이 성장해 시험공부도, 일도, 인생도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이루며 살 수 있게 해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숙제 관리 전략을 소개하기 전에, 일단 반드시 실패하는 숙제 관리 유형을 보여주려고 한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① ‘밀착 관리’ 형: 매번 직접 아이를 붙들어 앉히고 시작부터 끝까지 같이 한다.
② ‘지켜보다 잔소리 폭발’ 형: 아이가 알아서 하기를 기대하면서 최대한 참고 지켜본다. 그러면서 눈치는 계속 준다. 아이와의 눈치게임 끝에 결국 못 참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③ ‘방치하다 응징’ 형: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립심을 길러준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맡기고 결과만 확인한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최대한의 죄책감과 공포심을 갖도록 응징한다.
①번 유형은 일단 관심도 많고 열심히 관리하는 ‘모범적인’ 학부모로 보인다. 지금 이렇게 관리해주어야 나중에 혼자 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맞는 생각이다. 게다가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당장 숙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숙제를 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첫 번째, 사전에 계획을 하지 않거나, 계획이 있어도 무시하고, 부모가 불러서 시작하고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시키게 되기 쉽다. 처음엔 계획대로 하려고 하나 아이가 따라주지 않을 때 선택하게 되는 손쉽고 빠른 길이다. 계획은 무시되고, 시작과 끝이 모두 부모 한 마디에 결정된다. 어떤 결말에 이를지는 앞의 글에서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다.
두 번째, 사사건건 개입하고 지시하다 보면, 결국 부모가 숙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리기 쉽다. 같이 하다 보면 ‘거리 두기’가 잘 안 된다. 문제점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이 멘탈과 기술 두 방면의 코칭 테크닉이 필요하다.
세 번째, 적당한 시점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계속 이 방식만 지속하게 되기 쉽다. 어느샌가 부모도 아이도 이 방식에 길들여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중고생,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까지 아이 뒤치다꺼리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이런 관리 방식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해야 한다.
②번 유형은 주변에서 참 많이 볼 수 있다. ②번 유형의 학부모는 ①번의 단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붙들고 하기보다는 일단 ‘지켜보는’ 것이다. 그런데 지켜보면서 눈치는 계속 준다. 즉 대놓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아예 알아서 맡겨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제 곧 부모와 아이 사이의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마침 하기 싫은데 부모가 눈치만 슬슬 주면서 말은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아이는 그 상황을 이용해 최대한 버틴다. 부모는 눈치의 강도를 높이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다. 물론 이 눈치게임이 부모의 바람대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부모는 폭발하고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는 것이다.(필자도 어릴 때 수없이 겪었다.) 결국 부모와 아이 사이에 쓸데없는 긴장감을 유발하고, 둘 다 지치게 되고, 만성적인 고질이 되어 버린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이지만 당장의 문제 해결에도, 혼자 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은 아이의 실행의지와 능력에 대한 부모의 순진하고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경험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아이라면, 애초에 이런 짓은 하지 말자.
일단 ③번 유형의 의도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최악의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회사에서나 하는 방식이지 학생을 길러내는 방식은 아니다. 회사는 실행 과정까지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결과를 놓고 보상과 처벌을 결정할 뿐이다. 이렇게 숙제 관리를 한다면 그건 사장님이지, 학부모가 아니다. 게다가 이건 스스로 책임져야 할 다 큰 어른한테나 어울리는 방법이다. 가장 최악은 마지막이다. 객관적인 평가이자 동기 유발을 위한 훈계인 것 같지만, 사실상 학부모 본인의 분풀이이자 응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숙제는 앞으로 해나갈 공부와 일의 전 단계라고 했다. 그런데 숙제를 알아서 제대로 못했다고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최악의 죄책감과 공포감을 선사한다면, 앞으로 아이가 성장해 공부나 일을 할 때 어떻겠는가? 두려움과 중압감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지금이든 나중이든 ③번은 절대로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