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원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이루는 삶은 멋지다.
하지만 그렇게 원하는 걸 모두 현실로 만들고 나면
꿈은 어떻게 꿔야 하는 거지?
모두가 내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한다.
내 안에 그들이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들이 넘쳐흐른다.
때로는 소리치고 싶다.
이제 그만 떠들어 제발.
내가 그 얘기들을 듣고 당신들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뭔데?
......간직하는 거????
한때 내가 살았던 곳은 출구 없는 밀폐공간이었고
지금 사는 곳은, 어딘가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출구가 있음이 느껴지는 곳이고.
어차피 우리는 결국 다른 세계로 떠날 사람들인데
왜 아직 필요치 않는 출구를 찾느냐고 하면.
내세를 믿지 않으니 다시 만날 일도 없는데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왜 꿈꾸냐고 하면.
그래 영혼이 불멸이 뭐니 하는 말은 못 믿을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을 구성하던 단백질과 세포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조금쯤은 가지고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간직했던 당신의 이야기들도.
너무 많은 삶의 이미지들이 내 안으로 밀려들어와서 때로는 쩔쩔매는 밤이 있다.
눈을 감으면 그 모든 이미지들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현실의 삶처럼 생생하게.
물론 그러다가 사라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직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갈 내 살과 뼈들이 재가 되어 흩어질 때 그 모든 이야기들과 이미지들을 가지고 흩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