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마녀의 테마에세이
계속되는 내면의 혼란을 틈타.
신인지 천사인지 알 수 없는 그가 내게 묻는다.
산에 오르기를 주저했던 자여. 그대, 구도자여.
걸으라. 산이 올려다보이는 곳까지 걷고 또 걸으라.
마침내 산 앞에 도착하여, 쓰러져 엎드려 울며 산을 올려다보라. 그대가 스스로 오르기를 거부했던 그 산을 올려다보라.
그 산을 오르다 떨어져 죽을 용기는 없었는가.
비겁한 구도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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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반에 얼핏, 잠이 들었다가 꿈을 꾸고 깨어났다. 희미하게, 꿈에서 내가 올려다보았던 그 산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작년에 모으던 히말라야 관련 자료들이 생각났다. 그때 결국 포기하고 모았던 자료들을 다 없앴는데.....울타르사르, 강카르 푼섬, 마차푸차레, 창가방, 가셔브룸 4봉.
겸허함과 비겁함의 차이는 뭔가.
오르다 떨어져 죽을 용기는 없었다. 비겁했지.
산을 사랑하니까 더럽힐 생각 또한 없었다.
겸허해지려고 노력했지.
하지만 그대, 구도자여.
산을 올려다볼 수 있는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을
그대는 묵묵히 걷고 있는가.
#새벽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