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
저한테 고모가 계셨어요. 자금 계신 고모 말고 한 분 더요. 아버지의 바로 아래 여동생이었어요. 그 분이 한 살 때 6.25 그러니까 한국전쟁이 발발했죠. 피난길에 인민군 탱크에 깔려 그대로 하늘로 갔대요. 할머니는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큰아들이자 죽은 고모의 오빠를 안느라 고모를 안을 수 없어 시누이에게 맡겼대요. 죽은 고모의 고모도 함께 죽은 거죠. 그 얘기를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 들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가끔 할머니를 떠올리면 한숨이 나와요. 어린 딸을 그렇게 잃고 여든 평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다 가셨을까요. 짐작도 가지 않네요.
아마 살아 계셨다면, 분명히 저를 예뻐하셨겠죠. 사실 친가 쪽 친척둘과는 관계가 소원해져 연락을 안하고 산 지 오래됐지만 그 고모만은 제게 다정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믿고 싶어요.
하지만 제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는 고모는 영원히 한 살이죠.
이제 그 말뜻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해요.
죽은 사람은 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말요.
제가 떠나면, 제가 들은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던 한 살짜리 고모도 같이 떠나는 거죠.
결국 이 얘길 하고 자라고 이 꼭두새벽까지 제 잠을 빼앗아가셨나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