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마녀의 테마에세이
나의 낡은 맥클라렌 유모차.
네 아이들 중 가장 오래 이 유모차를 탄 아이는 첫째인 세현이었고, 가장 짧은 기간을 탔던 아이는 둘째인 무돌(성현)이었다. 민호는 새로 산 크고 튼튼한 유모차 대신 가볍고 잘 접히는 이 유모차를 타고 다녔다. 이쁜이 민서는 초콜렛을 좋아해서 유모차를 온통 초콜렛 범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쁜이마저 이 유모차를 졸업한 어느 날, 이 유모차를 잃어버릴 뻔했다. 아마도 생수를 실어오려고 유모차를 끌고 편의점까지 가서는 유모차를 두고 왔던가 보다. 집에 와서야 없어진 걸 깨닫고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히 유모차는 한나절이 지났는데도 편의점 앞에 그대로 있었다.
빈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아이들이야 어차피 크면 떠나게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이 유모차까지 내 곁을 떠나는 건 안되는 거였다. 그렇지. 그거였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느 날 놀이터에서 빈 유모차를 부여잡고 우는 늙은 여자를 보시면 말이죠.
딱 2초만 바라봐주시고 그냥, 모른 척 지나가 주세요.
왜냐하면 아마 그 사람이 바로 저일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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