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팩 더블 21)

Original

by Kalsavina

21. 박영민



원무과에서 돌아와 병실 문을 곧바로 열지 않기를 잘했다. 그 덕에 유수연이 세복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나 역시 병실 밖에서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왜 강태석이 수연의 사진을 내놓으며 다른 이름을 댔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진 속 유영이 유수연과 동일인물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대화는 세 사람 모두에게 괴로운 대화가 되었다.

-나랑 같이 가자.

-어딜?

-우리 아지트. 거기서 지내면 돼.

-그러지 마. 너까지 위험해져.

-시끄러. 그 작자는, 그 XX같은 XX는 절대로 널 못 데려가.

-세복아.

-못 데려가게 할 거야. 절대로!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옥상으로 올라간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삼촌의 뒤를 이어 중해방의 보스가 된 것을 후회했다.

강태석의 USB는 나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복이만큼은 아니었다. 세복이와 USB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당연히 세복을 선택할 터였다. 그러나 이 경우, USB를 포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강태석이 어떤 인간인지, 아니 어떤 괴물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세복이 하나 뿐이다. 나는 수연이 아닌 내 오랜 친구 함세복을 지켜야 했다.

어찌됐건, 수연이 당분간 강태석에게 끌려가서는 안 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카드가 되어 있었다. 세복의 외할아버지 함칠성 어르신으로부터 아버지와 삼촌을 거쳐 내게까지 온 합법적인 권리를 찾는 것도, 내 친구를 보호하는 것도 모두 그녀의 손에 달려 있었다.

정말 인정하기 괴로운 현실을, 나는 뼈가 저리는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세복이는 유수연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내 직감이 맞다면, 그 사랑의 실체는 우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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