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팩 더블 24)

Original

by Kalsavina

24. 박영민




세복이가 수연을 데리고 발안으로 돌아간 지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휴대폰은 꺼져 있었고, 당연히 휴대폰으로만 취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연락이 먹통이었다.

하루 이틀은 그러려니 하고 내 개인적인 볼일을 봐가며 중해방 보스로서 해야 할 일들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사실 그러느라 며칠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세복이 녀석과의 연락이 두절된 지 사흘쯤 지나자 초조하고 불안해져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급한 불만 일단 끄는 선에서 조직 개편에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지은 후, 나는 곧장 세복이의 거처인 폐공장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빠른 시일 내로 세복이에게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거처를 만들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모부가 운영하다 문을 닫은 폐공장에 세복이가 들어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여러 사람의 이권이 개입되고 공장 부지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누군가는 그 공장에 상주하면서 주위를 감시할 사람이 필요했었다. 말하자면 알박기꾼이 필요했던 셈인데, 성인 남자들도 하기 힘든 그 일을 여자인 세복이가 도맡아 나섰던 것이다.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기로 하고 시작한 일이었고, 이제는 거의 기한이 끝나가고 있었다.

세복이를 두고 깡이 좋다고 하는 건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어쨌든, 녀석에게 마땅한 새 거처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다 보니, 나는 어느 새 공장 앞에 서 있었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지만, 내게는 비밀번호가 없이도 뒷문을 열 수 있는 비상용 디지털 키가 있었다. 세복이가 폐공장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 내게 준 열쇠였지만, 한번도 사용한 적은 없었다. 집주인이 없는 집에 몰래 들어가는 취향은 내게는 없었고, 또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무엇보다 이렇게 오래 연락을 끊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연락이 된 날로부터 벌써 나흘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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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러진 옷가지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어설프고 조악하고 지저분한 잡동사니들에 앞서, 어질러진 옷가지들부터 눈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 여자의 속옷, 그러니까 브래지어가 적나라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으로 내 눈에 띈 광경에 비하면 브래지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유수연과 함세복이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유수연은 엎드려 누워 자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머리 위로 헝클어져 있어서 날씬한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어깨는 가냘팠고 피부는 매끈한 상아색이었으나 등과 엉덩이로 이어지는 부위에 군데군데 짙은 반점과도 같은 흉터가 보였다.

그게 담배빵(담뱃불로 지지는 행위)을 당했을 때 생기는 흉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흉터를 만든 사람이 누구일지도 짐작이 갔다.

그리고 함세복은, 세복이는.

젖가슴을 드러낸 채로, 입을 벌리고 가볍게 코까지 골며 잠들어 있었다.

담요가 다리 위로 반쯤 걸쳐져 있어 아슬하게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쪽 다리가 담요 밖으로 빠져나오는 통에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남자 된 입장에서, 그러한 광경을 보았을 때 몹시 설레고 흥분했다고 해서 나를 비난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의 내 심경은 그렇게 달콤하지 못했다.

이 광경이 의미하는 게 뭔가.

속옷만 입고 잠들어 있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착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이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볼 수도 없었지만, 물어보지 않아도 대충은 짐작이 갔다.

이러느라 나흘 동안이나 연락을 끊고 잠적했었다니.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려 공장을 빠져나왔다. 독감에 걸렸을 때처럼 머리가 빙빙 돌았다.

디지털 키로 문을 다시 잠그려다 말고, 그냥 잠그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밖에서 보았을 때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세복이 녀석만이 알아챌 것이다. 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갔을 유일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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